Magical Mystery Tour/Spain2007. 12. 7. 09:53
T4터미널 천정

9월22일 자정경에 바라하스 공항 T2 터미널에 내렸습니다. 공항에 비행기가 내릴무렵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그 때문에 짐이 다 젖었고 또 기대와 달리 형편없는 시설이었던 T2 터미널의 천정에서 물이 새기까지 하더군요. 출발 전엔 T4 사진만 봤기 때문에 설마 같은 바라하스 공항의 T2 가 그정도일 줄은...

그날의 계획은 공항에서 노숙을 한 후 아침 일찍 부엘링으로 갈아타고 바로셀로나로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를 위해 한국에서 마드리드 도착 직후의 계획을 생각해놓은 것들은 아래 순서였죠.

  1. T2 에서 T4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 타기
  2. consigna(코인라커) 찾아 짐 맡기기
  3. 적당히 비비고 누울 자리 찾기


T2 에서 T4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 타기
 
스페인의 방향표지판은 한국의 그것과 방향표시하는 방식이 조금 달르더군요. 정확한 차이를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앞으로 가라는 표시는 화살표가 위를 향해있는데 스페인의 그것은 화살표가 아래를 향해 있습니다. 천정에 매달려 있는 화살표이니 화살표를 올려다 봤을 때 아래를 향한 화살표가 '전진'을 의미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선 그렇게 표시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무척 헷갈리더군요. 방향표시의 혼돈은 그 이후로 지하철 역이나 기차역등에서 계속 격어야 했습니다.

여하튼 그런 이유로 방향표시판을 따라가다가 계속 헤매게 되었고 결국 짧은 스페인어로 물어물어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Donde puedo tomar el autobus para terminal T4?"
("돈데 뿌에도 토마르 엘 아우토부스 빠라 떼르미날 떼 꽈뜨로?")

질문은 이렇게 하겠는데 마구마구 빠르게 대답해버리기 때문에 도망치듯 빠져나오다보니 버스타는 곳을 찾게 되었죠. 그래서 어디로 찾아갔었는지 알 수가 없네요. 짐 찾은 곳에서 계단 하나 타고 윗층으로 올라갔던 기억 밖에 안납니다. 하여튼 셔틀은 무료가 맞았고, 왠지 지나쳤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낄만큼 오래 타고 있으면 T4까지 당도하게 되더군요.


consigna 찾아 짐 맡기기

T4 에서 consigna 찾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워낙 터미널이 큰데다 표지판 인지에 대한 문화적 차이까지 알게 되니 그럴 수 밖에요. 터미널에 들어가면 곳곳에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가장 아래층으로 타고 내려가면 한쪽 끝에는 지하철을 타는 곳이 나오고 반대편 끝에는 AVIS 등의 랜트카 접수창구들이 보입니다. 랜트카 접수창구쪽에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 올라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의 오른쪽 방향으로 끝까지 가면 그곳에 외진 곳에 consigna 가 숨겨져 있더군요. 대충 이 설명으로 방향 인지가 된다면 굳이 최하층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한 층 올라올 필요는 없습니다.

코인라커 입구

코인라커 입구 Xray검색대


스페인의 모든 consigna 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항의 consigna 는 반드시 엑스레이를 통과해야 짐을 맡겨줍니다. 여권도 제시해야 하고요. 자정이 좀 안된 시간에 들어갔지만 사진 속에 관리하는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이용시간을 알려주시더군요. 자정인 12시부터 요금이 카운트 되기 때문에 제가 찾아갔던 시간에 짐을 맡기면 요금을 두배로 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밖의 밴치에 앉아서 자정이 되기까지 기다렸죠.



적당히 비비고 누울 자리 찾기


노숙했던 그자리

노숙했던 그자리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서 노숙을 합니다. 그러니 눈치볼 필요는 없겠고 단지 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노숙하는 것이 관건이죠. 저는 너무 자리르 찾다가 그만 봐뒀던 자리를 빼앗겨서 말 그대로 맨바닥에서 잤습니다. 대한항공 담요를 훔쳐갖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입 돌아갈뻔했지요.

제가 죄다 돌아다녀봤지만 공항에 설치된 모든 밴치들은 팔걸이가 설치되어있어서 옆으로 누울 수 있게 되어있질 않습니다. 아마 노숙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 해놓은 것 같더군요. 따라서 의자에서 누워잘 생각으로 찾아다니는 건 시간 낭비고요, 대신 영업을 끝냈음에도 셔터가 내려가지 않는 까페가 있는데 그곳에 가면 벽에 붙어있는 의자가 폭신하고 옆으로 누울 수 있도록 되어있지요. 게다가 조명에 가려져있어서 잠들기도 좋고요. 제가 뺏긴 자리도 바로 까페 자리었습니다. 그곳이 최고의 명당이니 발견 즉시 누우세요. 그냥 길바닥에서 노숙하면 조명도 밝은데다가 바닥도 차고 또 청소차 등이 계속 돌아다녀서 숙면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단체 배낭객들은 그것도 낭만이랍시고 즐기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죠. 그렇게 비비고 누울꺼면 consigna 에 짐을 맡길 필요는 없더군요. 베고 누우면 되니까요. 또 어떤 배낭여행객의 경우 엄청 큰 배낭을 쿠션삼아 그 위에 누워 자기도 합니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