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간혹 여행이 끝난 후에 그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여행중에 본 것들이 사전 공부가 되고, 거꾸로 여행이 끝난 후에 그것을 확인하는 경험 또한 특별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 게 있다면 여행이 끝났어도 여행이 끝나지 않은 듯한 여운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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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까르모나에서 꼬르도바를 향해 가던 버스 안에서 만난 언덕 위의 거대한 "소"가 그랬습니다. 안달루시아에서 비롯된 유명한 투우 경기를 상징하는 조형물이었지만, 별로 꾸미지도 않고 크기만 큰 소 한마리가 저리도 황량한 벌판 위에, 낮게 떠가는 구름의 그림자 아래서 쉬고 있던 그모습은 정말 기억에 남을만큼 인상적이었죠. 관광버스가 아니었기에 사진찍으라고 내려주지 않아서 찍은 사진이 좀 엉망이긴 하지만 그 느낌만은 생생하고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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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약간의 시간이 지난 어느날 저는 "나스" 라는 일본 에니메이션을 보게 되었고 거기서 그 소를 다시 한 번 만나게 됩니다. 안달루시아 지방이 고향인 주인공이 "Vuelta ciclista a Espana" 라는 스페인의 유명한 사이클경기 도중에 그 소를 만나게 되고, 그 소와의 조우는 주인공에게 어떤 무덤덤한 터닝포인트가 되죠. 그리고 에니메이션에서가 아닌 실제 Vuelta ciclista a Espana 경기사진 속에서 또다시 그 소를 만났을 땐 끝난줄 알았던 제 스페인 여행은 다시 즐길 수 있는 여운으로 되살아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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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무지 저 소의 정체를 알 수가 없군요. 저렇게 커다랗게 눈에 띄는 것이 에니메이션에까지 나왔다면 분명 이름이 있는 명물일 것 같은데 아무리 검색해봐도 나오질 않아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