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05. 6. 19. 00:58
"얼굴 마주보고 있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병실 침대 옆에 앉아 별달리 할 것도 없이 날 바라보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웃으면서 그러셨다. 어렸을 땐 손가락 하나만 베어도 몸에 상처내면 큰 일이라도 날 듯 겁을 주셨던 어머닌 어디가신건지. 살아있어 이만하길 다행이라시며 되려 웃으시는 어머닌 내게 낯설기까지 했다. 거기다가 타지 생활하면서, 또 이런 저런 일들로 아들과 멀어져 한참동안 얼굴을 마주보지 못하시다가 피자국이 딱지지고 그 옆으로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 얼굴로 누워 약기운에 힘이 빠져 멍하니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는 아들에게서 마주보고 있는 기쁨마져 느끼시나보다.

참 짧은 시간동안 여러가지 일들이 날 지치게 하고 있다. 왜 그래야하는 건지 화도 나고 또 이게 마지막이 아닐지도 몰라 겁도 나고, 멈추지 말고 돌봐야 하는 많은 일들이 걱정스럽기도 하고, 참 많은 생각들이 나를 괴롭힌다.

교통사고가 일순간 모든 걸 멈춰버렸다. 앞 뒤 안가리고 모든 것들을... 그리고 오늘은 평화롭게 딱 한가지 생각만 했다.

내가 아픈 동안 난 다시 착한 아들이 될 수 있을까?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