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10. 9. 16. 01:33
몰랐겠지만 난 그때 널 끌어안고 싶어졌어. 결승점이 눈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런 생각하면서 달리고 있었단다. 나에게 감격스러웠던 건 연습 때도 그렇게 느리게 뛰어본 적 없었던 10km 를 완주했기 때문도 아니었고, 처음으로 누군가와 동반해서 완주했기 때문도 아닌, 출발선에 서서 불쑥 들이밀었던 두가지 약속을 결국 네가 지켰기 때문이었지.

첫째, 아무리 힘들어도 뛰는 도중에 걷지 않기.
둘째, 나에게 널 두고 먼저 가라고 말하지 않기.

막상 출발선에 섰을 때는 네가 이 두가지가 어떤 의미인 건지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너무 쉽게 대답하는 것 같았어. 나를 먼저 보내므로써 부담을 덜 수 있는 기회도, 그렇다고 편해지고 싶은 유혹 조차도 너에게 허용하지 않겠다는 이 두가지 약속에 대한 무게는 그렇게 가볍게 시작됐지만, 힘겹게 뛰고 있는 널 보는 것만큼 점점 더 무거워지더니 골인 지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는 나에게 정말 커다란 기쁨을 안겨줬단다.

이제 또다시 너와의 달리기를 준비하면서 나는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됐단다. 이번엔 너에게 약속 같은 걸 해달라고 하지 않을 꺼야. 그리고 그때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너와 다시 시작하는 마라톤에 또 한 번 의미를 갖어보려고 해. 그게 뭔지 지금부터 말해줄께.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