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little thing2012. 8. 3. 17:57

이글은 "한국에서는 공부를 잘하면 무엇이 되나?"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그런데 글이 게시된 MBA Blogger 라는 웹사이트는 트랙백을 수용하지 않습니다. 댓글 성격은 아니지만 이 글의 URL 을 댓글로 적어 sudo trackback 을 남기겠습니다. 대다수 인기 SNS 와의 연결을 지원하면서도 정작 트위터 맨션의 원조격인 트랙백을 지원하지 않도록 된 블로깅 사이트들이 꽤 있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은 자격증 따가며 잘 하는데, 정작 수영은 안 배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죠.


먼저 한국 경제의 90%가 대기업 관련 이력을 갖은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는 통계의 소스에 대해서 묻고 싶다. 혹시 소스가 정확하다 해도 적절한 예시일 수는 없다. 이 나라 경제 시스템의 구성 대부분이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양성해내는 월급장이로 이뤄져있다는 포석적인 맥락 같은데, 그게 몇 퍼센트냐를 떠나서 정작 이 글은 평범한 셀러리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문제가 크다.


이 글에서 "한국의 교육" 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우리 교육 시스템 속의 최고등급을 대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고등학생의 70~80% 를 수용하는 교육시스템의 수혜자들 중에 이 글이 대변하는 범위는 얼마나 될까? 그렇게 자신의 위치를 평균인 걸로 착각하고 일반화 해서 말하는 것이 문제의 첫번째다. 원래 자기 주변이 세상의 전부인 것 처럼 착각하는 것은 나를 포함해서 누구나 다 범하는 실수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이 글에서 지적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통해 결국 회사원이 되어 발생하는 문제란 "기회" 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럴듯하지만 글쓴이가 말하는 그 기회라는 것이 결국 셀러리맨으로 부자가 되고 싶지만 그러기에 주워지는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미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을 것 같은 글쓴이가 여전히 부자가 될 기회에 대한 투정을 부리면서 언급하는 서방국가의 주식이나 경영권에 대한 예시는 근거가 무척 빈약해보인다. 왜냐하면 일부 회사의 경우를 일반화 했거나, 역시 교육시스템에서 상위에 랭크된 소수자들의 주변만을 수집해서 일반화 한 것이 뻔해보이기 때문이다.


잠시 결을 벗어나서, 나 역시 그런 식으로 내 주변의 작은 단위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소수자들만 가지고 판단해보자면, MBA 코스를 밟는 사람들에 대해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MBA 코스는 셀러리맨이면서도 완장 하나 차고서 가치생산의 주체인 일개미들을 부리는 위치에서 개미들보다 더 많은 임금을 가져가게 되는 사회적 불균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이다. 그리고 이런 견해의 편협함보다 훨씬 큰 범위를 얼렁뚱땅 등에 업고서 기회에 대해 투정부리는 사람은 경영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 사회는 노동자는 도구 취급을 하면서 자본가들만을 대변하는 관리자들이 넘처나고 있어 병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논거가 부실하지만 "공부해봐야 월급장이가 되고, 월급장이가 별 대접 받지 못하는 사회" 라는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싶진 않다. 다만,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개인에게 치중된 논점이 잘못되었다. 앞서 말한 사회적 불균형을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태도는 확대해석일지라도, 교육 시스템 속에서의 상위 소수자로써 더 많은 꿀을 가져야 겠다는 욕심을 기반으로, 비단 정말 잘못된 시스템일지언정, 교육시스템의 잘못을 논할 수는 없다. 아마도 이또한 성적 제일주의가 낳은 병폐중 하나일텔데, 사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부자가 못되어서가 아니라 차라리 글쓴이의 그러한 태도 자체일 것이다.


그런 글쓴이에게 말해주고 싶은 이 나라 교육의 문제는 이런 것들이다. 이 나라 교육은 좋은 꿈을 키워주지 않는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 유명한 회사에 입사하는 것, 그리고는 돈 많이 벌고 집 사는 게 꿈이다. 글쓴이 또한 그렇게 살아온 것으로 짐작된다. 뭐 나도 아니라고는 못하겠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데서는 현격한 차이가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차이더러 틀린 게 이나라 다른 것 이라며 유행처럼 피해가던데, 이또한 교육의 지엽저인 문제중 하나다. 어딘가에서 클리쉐를 주서다 붙이는 거.) 그리고 교육시스템의 양산품들이 교육과정 속에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남들이 하고 싶은 걸 따라가게 되는 것 또한 문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모르면 하고 싶은 걸 공부하는 사람이 될 수도 없다. 되려 시스템에 의해 도퇴되어 내몰리는 성적 나쁜 친구들이 하고 싶은 걸 찾아서 시스템 밖으로 부수고 나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되는 반대급부적 경우들이 시스템의 문제를 대변하고 있지 회사원이 되는 것 자체가 뭐가 문제냐.


회사원이 어때서? 문제는 회사원이든 아니든 흥미도 보람도 못 찾는 일을 성적이나 월급을 기준으로 형성된 사회적 가치기준에 맞춰 스스로를 끼워넣고 결국 영혼 없이 일을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꿈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쏟고, 나아가 주변을 돌아봤을 때 공적인 시선으로 사회에 이바지하려 하기보다는, 개인이나 속해있는 작은 사회에 매몰되어 주변의 눈치를 잘 살피면서 내 살림 늘릴 생각만 하는 그런 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 문제란 말이다.


그런 부모들이 키우는 아이들이 그 어떤 교육시스템 속에 들어간들, "돈 버느라 바쁜 부모를 대신해줄 교육시스템" 말고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이 될 수 있으랴. 나쁜점만 지적할 줄 알았지 옳바른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인을 떠나서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자식 교육의 대안이란 망상일 수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글쓴이의 마지막 결론 부분만은 응원해주고 싶다. 아이가 뭘 잘하도록 하기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부모가 되길 기원한다. 사회적으로 그런 실천자들이 많아져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개념을 바꾸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실천하지 못한 일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면 남에게서라도 빌려올 수 있는 유연성과 사회적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할텐데, 회사원으로 잘 커서 부자되는 게 목적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걸 아이에게 주려고 한다면 스스로 만들거나 아이를 위해 사회를 바꿔나가야 하는 게 정답이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