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에 갈 여행에 대한 의욕이 앞서 미리미리 항공권부터 준비하자고 여행사에 전화했던게 4월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엔 예약은 가능하지만 아직 이르기 때문에 티켓값 확인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Lonely Planet 읽어가며 어디어디 가야할지 생각해놓고 지도 구경하면서 두 달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6월 되자마자 다시 전화했더니 이번엔 죄다 매진이라는 대답을 들어서 정말 당황했습니다. 거의 4개월 가까이 남았는데도 비행기표가 없다니... 그것도 스페인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스페인행 항공편 대부분이 유럽을 경유하기 때문에 유럽 가는 비행기표가 매진됨에 따라 덩달아 스페인도 못가게 된 거더군요.

그런 허탈한 대답을 듣고 바로 포기할 순 없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여행사에 전화도 하고 애써봤지만 이미 대기자까지 꽉 차있는 상태라 정말 눈 앞이 캄캄해졌죠. 그렇게 여행사들과 통화하던 중 처음 전화했던 여행사 여직원이 배낭여행 특가상품으로 나온 대한항공 직항편이 있는데 나이제한이 있어서 안되겠다는 말을 해줬죠. 만 30살이하 까지라고... 그 상품이 유일하게 자리가 남아있는 스페인행 항공편인데다가 금상첨화로 시간절약도 되는 직항인데다가 가격은 거의 경유편에 가까워서, 가뜩이나 안타까운 마음에 기름 끼얹고 불붙이는 기분이었답니다.

역시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여행사에선 자기들이 판매는 하지만 대한항공사측의 정책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죠. 그렇게 애태우던 중에 다른 여행사 사이트에서 같은 상품을 확인하게 됐는데, 약관에서 비행기 출발일 기준으로 76년생 이하까지 발권된다고 나와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제 사연을 들은 누군가가 제가 77년 3월생이므로 비행기가 9월에 출발하게 되면 출발일 기준으로 했을 때 30살 6개월이므로 30살 이하의 기준에 부합된다고 하더군요.

정말 맞는 말이죠? 30살 6개월이면 30살 이상도 되지만 30살 이하도 되는 겁니다. 그때부터 이 논리를 가지고 여행사에 문의하기 시작했으나 여행사에선 계속 안된다고 하고 항공사에 문의해봐도 마찬가지라며 나중엔 짜증까지 내더군요. 너가 직접 항공사에 확인해보면 될 것 아니냐며...

그래서 직접 항공사에 문의를 했고 역시 쉽지는 않았지만 3차례 전화통화로 제 논리가 맞음을 확인받은 후 여행사에 말이 안통하니 직접 전화를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더랬죠. 저에게 짜증냈던 직원이 민망했는지 다른 사람이 전화를 해서는 아래 사람이 착각을 했다며 결국 예약을 해줬습니다.

결국 전화위복이 되어 싼 값에 직항편을 얻게 됐지만 정말 어렵게 예약한 비행기표라서 예약만으론 불안하더군요. 발권기일이 아직 남아있었지만 어디선가 임의로 취소되는 황당한 경우도 발생한다는 이야길 들어서 더더욱 기다리지 못하고 오늘 발권받아버렸습니다. 발권을 받아 놓아야 숙소나 현지 교통수단 예약도 하겠기에...

스포츠 선수들이 무슨 신기록을 만들면 기네스북 같은 데 등재하기 위해 몇 년 몇 개월이라는 식으로 나이 따지는 걸 봤지만 저도 그런 걸 해보게 됐네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