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07. 11. 19. 11:32
오늘이 제 어머니 60살 되시는 날입니다.

어제 제과점에서 케잌을 계산하며 초는 큰 거 여섯개 주세요 했더니 그순간에 실감이 되더군요. 남들에게는 "어머니" 라고 말해도 당신 앞에선 "엄마"라고 부르던 어머니께서 이제 정말 노인이 되셨다는 게, 제가 꼬맹이었을 때도 "엄마"라고 불렀던 그 젊디 젊은 분께서 이제 노인이 되셨다는 게......

가족들이 돈을 모아 안마의자를 사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고향에 갔던 어제는 혼자서 백화점 안마의자 파는 곳에 갔었더랬죠. 의자 하나당 15분씩 자동코스로 다섯개 의자를 돌면서 1시간이 훨씬 넘도록 안마만 받았습니다. 전에 쇼핑다니면서 안마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살 떨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기가 좀 민망했었는데 막상 제가 거기 있는 의자는 모두 다 앉아보고있으니 처음엔 좀 우습기도 했는데 나중엔 너무 편해서 잠까지 오더군요.

"아, 이런 거구나."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 안마받는 느낌이 더 좋았더랬습니다.

그리고 역시 비싼 의자가 비싼 값을 하더군요. 카달로그들과 함께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제 체험기를 열씸히 설명드렸지요. 아들이 집에 있으면 안마의자 필요 없는데, 하시며 값이 부담스러우신지 싼 걸로 하자십니다. 그리 말씀하시면서 웃으시는데 저는 가슴이 세 번 미어집니다. 제가 집에 없음을 생각하시는 게 그렇고, 제 손을 대신할 기계를 사드려야한다는 게 또 그렇고, 그래서 좋은 걸 사드리고 싶은데 싼 걸로 하자시니 다시 또......

AS 가 비교적 잘되는 브랜드,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제품, 비싸지만 섬세하게 잘 주물러주는 제품 등으로 나눠서 설명드렸지만 자꾸만 값이 젤 싼 제품이 결국 AS 도 잘되고 가격대 성능비도 좋고 섬세하게 잘 주물러주는 걸로만 이해를 하셔서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메모지에 제품의 특징과 가격, AS 가능여부, 체험매장 주소 따위를 브랜드별, 제품별로 적어드리고 상경했죠. 그런데 그렇게 객관적으로 써놓고보니 그래도 역시나 젤 싼 걸 가장 좋다고 보실 것 같아서 제가 추천하고 싶은 제품에 한 줄만 더 적어넣었습니다.

"아들이 주물러주는 느낌!"

부디 그한줄이 어머니 선택에 강력하게 어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