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 over Beethoven2016. 11. 3. 11:12

며칠전 잠에서 깨어 핸드폰을 켜니 구글뉴스에 그의 사망 소식이 올라와 있었다. 잠들기 전 그에 대한 최신 뉴스를 찾아봤던 터라 구글신은 짓궂게도 내가 잠든 사이 영원히 잠들어버린 그의 소식을 찾아내 내게 알린 것이다.


그 어떤 뮤지션의 죽음이 이정도의 아쉬움을 남겼던가. 좋은 음악만 만들어준다면 그들이 마약 좀 하면 더 잘된 것 아니냐던 나로써는, 그동안 많은 뮤지션들의 부고를 접하면서 거의 항상 앞으로는 그들의 과거만 쫓으면 될 뿐 미래를 쫓느라 신경쓸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기 일수였다. 하지만 Roland Dyens 은 다르다.


오늘은 이 연주를 들으면서 뜬금없이 라마누잔 이라는 천재 수학자가 떠올랐다. 그는 복잡한 수학문제를 신께서 주신 아이디어로 공식을 만들어 풀어내지만 정작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수학적 지식이 없었다고 한다. 범인들로써는 잘 이해가 되질 않는 상황이지만 그는 그냥 그걸 직관적으로 알아내는 그런 수학자였다.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어느날 그는 택시 번호 1729 를 보고는 아주 흥미로운 숫자라고 말한다. 두 정수의 세제곱의 합의 형태로 서로 다른 두가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숫자들 중 최소값이라는 것이다. (1729 = 1^3 + 12^3 = 9^3 + 10^3) 그런 그를 보고 동료 수학자는 모든 정수는 라마누잔의 친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인 즉 모든 정수 하나하나에 대해 라마누잔은 그 특성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는 뜻이다.


음악에서 Roland Dyens 가 바로 그런 독특한 천재 였던 것 같다. 혹자는 재즈 뮤지션들 중에서 Egberto Gismonti 나 Ralph Towner 가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클래식기타리스트인 Roland Dyens 는 역설적이게도 재즈 뮤지션인 그들에게 없는 직관적 천재성을 갖고 있다. 계산하거나 연습하지 않고도 그냥 그 음이, 그 감성이 저 악기에서 나올 수 있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듯한 작곡, 편곡, 혹은 연주를 하는 것.


천재들은 단명하더라. 라마누잔 역시 마흔을 못 넘겼다. 61세에 타계한 그가 너무 짧게 느껴지는 아쉬움은 그다지 많은 족적을 남기려 하지 않았던 바람 같은 뮤지션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제 또 후 하고 불어지나칠까 우린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6. 11. 2. 12:58

애플PC를 손에서 놓은지 여러 해가 지났다. 새로운 맥북프로가 나오면서 화려한 데스크탑환경이나 IDE 에 의존적이지 않은 *nix 기반 개발자들로부터 애플은 더욱 외면당할 게 뻔해보인다.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래도 수많은 사용자들이 여전히 쓸텐데...


3년전부터 사용해온 Dell XPS 13, 나뿐만 아니라 리누스 토발즈 역시 사용하고 있고 그의 딸에게도 쓰라고 선물했다는 이 랩탑이 발매된 이후 꾸준히 맥북프로의 대항마로 비교되어왔다. 단순히 개발자PC로써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를 위한 PC로써도 말이다. 최근 새로운 맥북프로가 나오면서는 이미 나와있던 Dell XPS 15 가 대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맥OS 대신 리눅스로 옮겨갈 조짐도 보이는 듯하다.[각주:1]


개발자들에게 맥북을 대신할 리눅스 랩탑으로 Dell XPS 15System76 을 추천하고 싶다. 사용중인 XPS 13 9333 이 하스웰 프로세서의 배터리 소모속도와 노후된 배터리의 용량이 불만이긴 하지만 이미 어댑터를 3개나 가지고서 큰 불편없이 사용중임에도 XPS15 와 System76 은 너무 유혹적이다. 둘 다 GeForce GTX 그래픽카드를 가지고 있어서 CUDA 를 돌릴 수도 있어 GPU 연산용 PC 를 별도로 사려고 준비중인 상황에 더욱 더 그렇다.


리눅스는 최근에 나온 16.04 LTS 나 16.10 말고 14.04 LTS 가 차라리 났다. 16.04 가 14.04 의 문제점을 몇몇 해결한 것들도 있지만 그 자체도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으니 차라리 14.04 가 개발에 성가심을 덜 준다. 16.10 도 Unity 나 Gnome 어플리케이션 업그레이드 위주인데다 4.8 커널 업그레이드로 추가로 사용할 수 있게된 디바이스들이 개발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리눅스를 사용할 꺼면 스트레스의 원흉이 되는 Unity 와 Gnome 데스크탑환경을 피하는 게 좋다. 물론 데스트탑환경이 최대의 강점인 맥OS 에서 이사왔다면 리눅스에서 Unity 나 Gnome 사용을 피하라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조언이 될 듯. 여전히 불편하고 이쁘지도 않겠지만 데스크탑환경 없이는 리눅스를 못쓰겠다면 차라리 xfce 같이 가벼운 걸 사용하길 추천한다. 시스템 리소스를 잡아먹고 자잘한 문제들을 발생시키며 사용자에게 여러가지 성가신 노력을 유발시키는 원흉 Unity 와 Gnome 데스크탑환경만 없어지면 개발자에게 리눅스는 거의 완벽하다.



  1. 맥북프로2016 vs XPS 15 : http://www.trustedreviews.com/opinions/15-inch-macbook-pro-2016-vs-dell-xps-15 [본문으로]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