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little thing2016. 11. 2. 12:58

애플PC를 손에서 놓은지 여러 해가 지났다. 새로운 맥북프로가 나오면서 화려한 데스크탑환경이나 IDE 에 의존적이지 않은 *nix 기반 개발자들로부터 애플은 더욱 외면당할 게 뻔해보인다.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래도 수많은 사용자들이 여전히 쓸텐데...


3년전부터 사용해온 Dell XPS 13, 나뿐만 아니라 리누스 토발즈 역시 사용하고 있고 그의 딸에게도 쓰라고 선물했다는 이 랩탑이 발매된 이후 꾸준히 맥북프로의 대항마로 비교되어왔다. 단순히 개발자PC로써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를 위한 PC로써도 말이다. 최근 새로운 맥북프로가 나오면서는 이미 나와있던 Dell XPS 15 가 대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맥OS 대신 리눅스로 옮겨갈 조짐도 보이는 듯하다.[각주:1]


개발자들에게 맥북을 대신할 리눅스 랩탑으로 Dell XPS 15System76 을 추천하고 싶다. 사용중인 XPS 13 9333 이 하스웰 프로세서의 배터리 소모속도와 노후된 배터리의 용량이 불만이긴 하지만 이미 어댑터를 3개나 가지고서 큰 불편없이 사용중임에도 XPS15 와 System76 은 너무 유혹적이다. 둘 다 GeForce GTX 그래픽카드를 가지고 있어서 CUDA 를 돌릴 수도 있어 GPU 연산용 PC 를 별도로 사려고 준비중인 상황에 더욱 더 그렇다.


리눅스는 최근에 나온 16.04 LTS 나 16.10 말고 14.04 LTS 가 차라리 났다. 16.04 가 14.04 의 문제점을 몇몇 해결한 것들도 있지만 그 자체도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으니 차라리 14.04 가 개발에 성가심을 덜 준다. 16.10 도 Unity 나 Gnome 어플리케이션 업그레이드 위주인데다 4.8 커널 업그레이드로 추가로 사용할 수 있게된 디바이스들이 개발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리눅스를 사용할 꺼면 스트레스의 원흉이 되는 Unity 와 Gnome 데스크탑환경을 피하는 게 좋다. 물론 데스트탑환경이 최대의 강점인 맥OS 에서 이사왔다면 리눅스에서 Unity 나 Gnome 사용을 피하라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조언이 될 듯. 여전히 불편하고 이쁘지도 않겠지만 데스크탑환경 없이는 리눅스를 못쓰겠다면 차라리 xfce 같이 가벼운 걸 사용하길 추천한다. 시스템 리소스를 잡아먹고 자잘한 문제들을 발생시키며 사용자에게 여러가지 성가신 노력을 유발시키는 원흉 Unity 와 Gnome 데스크탑환경만 없어지면 개발자에게 리눅스는 거의 완벽하다.



  1. 맥북프로2016 vs XPS 15 : http://www.trustedreviews.com/opinions/15-inch-macbook-pro-2016-vs-dell-xps-15 [본문으로]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6. 10. 18. 15:22

2002년에 독일에서 날아온 악기가 Hiscox 케이스에 담아져 왔습니다. 그때는 "오, 이렇게 튼튼한 케이스가!" 하면서 반겼죠. 당시만해도 기타의 하드쉘케이스는 나무집성판재로 만들었거나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케이스가 일반적이었으니 압축폼을 사용해서 (비교적) 가벼우면서도 여러명의 장정들이 올라서도 안전하게 보호될만큼 튼튼하다는 Hiscox 케이스는 믿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당시 악기가 박스 포장도 없이 hiscox 케이스에만 담긴 상태 그대로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그랬음에도 악기에 아무런 손상이 없었던 것은 케이스의 성능을 말해주는 일이기도 했지요. 지금 와서는 그렇게 대범했던 제작자가 참 어의없기도 하고,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제도 저 가격대의 케이스 중에는 Hiscox 케이스가 가장 좋은 옵션일 꺼에요.


그런데 오래 사용하다보니 케이스에 엉뚱한 문제가 생기네요. 기타 넥 아래에 위치하게 되는 물건들 담는 수납부 내부의 벨벳 천이 구조물에서 분리되어 너덜너덜해집니다. 그냥 분리되기만 하면 접착제 같은 걸로 붙여볼텐데, 너덜너덜해진 부분에서 고운 입자의 모래 같은 것들이 떨어져나와서 수납부 안에 흩어져 돌아다니네요. 물로 닦아낼 수 없는 곳이라 청소가 곤란하고 또 어떻게든 닦아낸다 해도 계속 더 생길 게 뻔해보여요.


단순히 오랫동안 많이 여닫게 되는 부분의 접착력이 약해졌기 때문일 수 있겠죠. 어쩌면 수납부 안쪽이 습기를 먹어서 발생한 일 같은데, 습도 보충제를 넣어뒀을 때 습기를 먹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습도 보충제를 기타에 꼽아놓거나 기타 가까이에 놓지 수납부 안에 가둬둘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 일이 있었다손 친다 해도 어쩌다 한두번 발생했던 일일텐데, 좁은 공간 안에서 그정도의 수분 유출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니...


어쩌면 Hiscox 케이스에 특화된 문제가 아니라 다른 케이스에서도 습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또다른 Hiscox 케이스를 포함해서 기타 하드쉘 케이스가 몇개 더 있는데 모두 다 한 곳에서 비슷하게 관리된 상태에서 바로 이 Hiscox 케이스에만 이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른 케이스들과 다른 게 있었다면 습기 보충제 넣어서 관리한 악기는 이 케이스에 담겼던 기타뿐이었다는 것입니다. 그점을 고려했을 때 습기보충제를 케이스 수납부에 넣어서는 안되겠습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4. 10. 3. 16:05

인터넷 포털 A사는 자살편지를 남기고 떠난 사람이나 범죄 용의자의 소재 파악을 위해 협조한 이력이 있다. 심지어 수사기관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아는 사람이 위급한 상황이라며 한밤중에 고위자의 허락을 받아 내용을 봐준 사례도 있었다. 그런 협조가 잘못된 일인지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실시간 감청이 "가능"하고 "실제 있는 일"이다.


다시 말하건데 그게 잘못된 일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있는 일을 왜 없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옛날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게 안한다거나, A사는 그랬을지 몰라도 다음카카오는 그렇게 안하고 있으니 내가 확대짐작하고 있는 걸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A사는 법률적 근거 없이도 협조를 하는 거거나 혹은 다음카카오가 법을 어겨가면서 회원들을 보호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혹은 옛날엔 법이 그랬고 지금은 안 그래서 협조할 필요가 없거나... 웃기지마 좀, 뻔한 일을 가지고.


현안인 감청과는 다른 문제지만 개인정보의 유출이라는 큰 틀에서 묶어 생각해봤을 때, 심지어 또다른 인터넷 포털 B사는 로긴 암호가 평문으로 저장되어있었고, 통신사인 C사는 거의 전국민의 주민번호, 주소지 따위의 정보를 쉽사리 조회해볼 수 있었다. A,B,C 사들은 그랬을지 몰라도 다음카카오는 안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고, A,B,C 사들 역시도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안 그렇다고 할 수 있는 노릇이긴 하다. 참고로 C사는 불과 몇달전에 정보유출건으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었다. 그럼 C사가 그 전에는 정보유출이 없었는데 얼마전에 또 그랬나?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안 그렇다 한들, 그걸 누가 믿겠어. 


내가 A,B,C사는 재직중에 그런 일들을 직접 확인했던 반면, 다음카카오에 적을 둔 적이 없어 짐작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그래도 "한다" 라고는 말 못할지언정 "안한다" 라는 말을 믿을소냐.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4. 9. 21. 02:47

결국 코트니가 우승했습니다. 출연자들 사이에서도 왕따격인 그녀를 응원했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뿐만이 아니라 준결승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레슬리 또한 아무도 좋아할 것 같지 않은 그런 유형의 사람이었다. 물론 저는 레슬리 캐릭터를 꽤 좋아했고 코트니 캐릭터도 나쁘게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이어서 그런지 우승자 발표 직전에 결국 2등을 한 엘리자벳의 이름을 주문 외듯 외고 있었습니다.

이게 참 다른 지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실력도 있어야 함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친화력도 함께 갖춰야 하죠. 미국적 시각과 한국적 시각은 그야 말로 다름의 문제이지 어느 한쪽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차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상업 방송의 컴피티션쇼에서 너무나 두드러지게 사람들이 싫어하는 인물을 수위에 오르도록 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문화적 배경이 긍정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반면 우리에게 능력과 함께 너무 지당하게 요구되는 친화력이란 기실 필요에 의해 요구되어졌기 때문에 그렇게 길러지는 것이며,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는 건 씁쓸한 일입니다. 

이 두가지 면을 종합해서 뒤집어 생각해보면 친화력 따위 필요 없이 능력만 있으면 장땡인 거냐고 미국적 시각에 반문해볼 수도 있지만, 가면보다 차라리 솔찍함이 더 나은 것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해보니 제가 왜 레슬리를 좋아했고 우승자에 대한 다른 출연자들의 왕따 시선에 동조하지 않았는지도 저 스스로에게 한꺼번에 설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솔찍한 그들인가!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4. 8. 19. 14:37

"교황님께서 다녀가셨으니 다 힐링 됐을 꺼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더 강해졌으니 결국 이로운 일입니다. 아마 앞으로 자기 자식이 죽어도 이겨낼 만큼 충분히 강해졌을 꺼니까요."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4. 7. 8. 22:09

제가 매일 보고 듣는 뉴스는 JTBC 뉴스9과 CBS 뉴스쇼입니다. 그외 시사프로들 중엔 가끔 정관용 교수가 진행하는 CBS 시사자키를 듣습니다. 뉴스쇼나 시사자키에서 이미 세월호 사건은 뒤로 밀려났는데, 그 두 프로가 그럴 정도면 다른 프로들이 어쩌고 있을지는 뻔해보입니다. 


그런데 뉴스9은 아직도 세월호 이슈가 탑뉴스입니다. 그러다보니 손석희 앵커는 매일 왜 그래야하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뉴스를 시작합니다. JTBC 에서 연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단독취재 결과들을 내면서 다른 언론들이 그 뉴스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후속보도를 조금씩 할 수밖에 없도록 견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JTBC 보도국 손석희 사장이 그 건조한 목소리 톤과는 달리 내일 죽더라도 오늘 할 말은 해야겠다는 고집으로 뉴스를 지휘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고집스러운 보도 이면에 얼마나 큰 압력들과 실질적인 문제들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을지도 상상해보게 됩니다. JTBC 보도국은 손석희 사장이 꺽이고 나면 바로 그 다음날부터 그냥 "종편뉴스"가 되버릴 게 뻔할만큼 손석희 사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지금 전국을 누비고 있는 김관기자나 여전히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서복현기자등 여러 기자들이 있지만 거목을 대신할 거라고 기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죠. 


겁도 없이 세월호 국정조사를 정쟁으로 몰아가는 걸 보면 더이상 세월호를 보고 있는 눈이 얼을 거란 걸 알게 합니다. 이제 그렇게 세월호를 감춰나가야 할 마당에 탑뉴스로 다루고 있는 JTBC가 눈에 가시 같을 겁니다. 그러니 이제껏 꾸욱 눌러보길 계속해오던 그들은 한번에 힘을 줘서 부러뜨려버리고 싶을 겁니다. 남은 11명은 이제 잊혀질만하다는 거죠.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도 그렇습니다. 세월호 보도를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아하는 시청자들 또한 "그들" 입니다.


최근 제가 부정적인 예측들을 하면 다행스럽게도 틀리길 두어번 반복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또한번 예측해봅니다. 손석희 사장은 부러질 겁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4. 4. 27. 23:58

컴퓨터란 용도에 맞게 구입해야 합니다. 이 글은 HP Chromebook 11 에 대해 단지 제 입장에서만 바라본 리뷰이므로 일반적인 활용성을 대변하진 못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어떤 용도로 컴퓨터를 사용하는지 또는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읽는 사람에게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고, 없다면 다른 데서 더 조사를 해보셔야겠죠. 


쿨링팬 없습니다. 그래서 환기구도 없고 소리도 안납니다. 디자인면에서 잇점을 주긴 하지만 소리가 안난다는 것 자체는 큰 장점으로 작용하진 않습니다. 적당히 열이 나긴 하지만 뜨거워서 플라스틱바디를 못만질만큼은 아니기 때문에 쿨링팬이 없는 거겠죠. 


스피커가 특이한 컨샙으로 장착되어있고 소리도 상당히 큽니다. 애초에 랩탑 스피커에 좋은 소리를 기대하진 않지만 이런 특이한 컨샙이면 그 자체로 만족감을 주죠. 스피커가 키보드 아래에 있습니다. 보통은 디스플레이 패널과 본체를 잇는 부분이나, 아예 후면을 향하고 있거나 키포드 주변에 송송송 구멍을 뚫어서 스피커를 설치하죠. 그런데 HP크롬북11은 키보드 패널 바로 아래에 스피커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키보드 키캡 주변에 빈 공간들이 있으니 굳이 본체에 작은 구멍들을 뚫을 필요가 없죠. 큰 소리와 함께 혁신적인(?) 아이디가 만족감을 주는 반면 활용성할 일이 별로 없는 건 안타까움을 남깁니다. 컨텐츠 연결이 불편하거나 제약이 있어서죠. 일단 Google Play 는 한국에서 서비스 하지 않고 VPN 꼼수를 써도 다운로드 조차 잘 되질 않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아이튠즈 서버에 접속할 방법도 없거니와, 갖고 있는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구글드라이브에 올린다 해도 이미 구축해놓은 라이브러리를 다시 일일히 만들어줘야 하는 번거로운 수고를 하면서까지 크롬북으로 음악을 들을 일은 아니죠. 결국 Spotify 같은 웹기반 서비스 이용하지 않는 한 크롬북 스피커는 Youtube 나 Hangout 용일 뿐입니다.


어댑터는 HP크롬북11을 선택한 직접적인 이유중 하나였습니다. 안드로이드 휴대전화기와 함께 보편화되어버린 마이크로 USB 단자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충전기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일반적인 휴대전화나 태블릿등의 휴대기기들이 0.5A~1A 출력전류를 내는 충전기를 필요로하는 데 반해 HP크롬북11 충전기는 출력전류는 3A 입니다.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USB 충전기는 0.5A가 대부분이고 혹은 1A 죠. 따라서 HP크롬북11이 마이크로USB단자를 통해 충전한다 해도 주변에서 빌려다 충전하기는 어렵습니다. 1.3A 충전기로도 충전이 거의 되질 않고, 그나마 크롬북을 사용하는 상태에서 1.3A 충전기를 연결하면 서서히 충전량이 줄어들 뿐 충전은 안됩니다. 고로 전용 3A 충전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그 충전기로 핸드폰도 충전할 수 있다는 정도의 장점일뿐인 거죠. 그럼에도 인터페이스가 다른 별도의 충전기가 아니라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구멍 모양과 크기가 서로 다른 충전기를 더이상 늘리고 싶진 않거든요. 게다가 마이크로USB 단자는 충전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Slimport 비디오 출력 단자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환기구, 스피커구멍 등을 포함해서 단자 구멍까지 최소화해버린 샘이죠.


어댑터 리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죠. 13년 말에 어댑터 과열 문제로 HP크롬북11의 판매가 중단되었고 기존 구매자들의 경우 어댑터를 교체해줬습니다. 그 교체 과정에서 경험한 서비스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는데,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종류의 서비스라고 단언하겠습니다. 일단 어댑터 리콜에 대해 홈페이지 등에서 알리는 정도의 소극적인 공지가 아니라, 크롬OS 업데이트를 통해서 기존 어댑터 사용을 인식해서 자동으로 온라인 교체요청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크롬북이 안내해줍니다. 그 안내메시지는 리콜을 위한 웹사이트로 가서 교체신청을 하거나, 임의로 이미 교체된 어댑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선택하는 방법 외에는 꺼지지도 않도록 되어있어서 고객이 리콜에 대응하지 않고서는 크롬북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구글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을 했더니 한 시간도 안되어 Fedex 트래킹과 함께 어댑터를 새로 보냈다는 이메일이 오더군요. 가지고 있는 어댑터는 새 어댑터의 포장 상자에 담고 포함되어진 프리페이드 반송 라벨을 붙여 반송하면 됩니다. 구글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어댑터 반송은 단지 안전하지 않은 어댑터를 회수했음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반송해주지 않더라도 교체 어댑터는 보내준다고 하더군요.


키보드역시 좋은 점수를 줄만한 부분입니다. 이부분은 모든 크롬북에 해당되는 사항인데, 랩탑의 키모드에 큰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키감 같은 걸로 장단을 따지지 않기 때문임과 동시에 크롬북의 키 구성이 단순하고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안드로이드폰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느끼는 것이 바로 공통으로 적용되어있는 "back", "home", "menu" 버튼입니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H/W로 구성되어있어서 얻게 되는 S/W 인터페이스의 공통성과 직관성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크롬북에서도 역시 키 레이아웃이 모든 크롬북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있고 무척 편리합니다. 첫째로, 윈도우나 애플 키 따위가 없습니다. 둘째로 맥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spotlight 기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검색 기능이 키 하나로 호출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셋째로 윈도우 창의 전체화면 전환도 버튼 하나로 가능하도록 되어있고, 브라우져 기반 OS 답게 back, forward 기능도 버튼으로 따로 나와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팅을 통해서 검색, Ctrl, Alt 키 배열을 바꿀 수 있게 되어있고, back, forward, 전체화면 키 등 상단열에 배치된 기능키들을 일반 키보드의 F1~12 의 function 키 기능으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검색, Ctrl, Alt 키 배열을 서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저에게 가장 큰 매력포인트 입니다.


성능은 기대했던 것보다 좋지만 약간 인내력을 필요로 합니다. CPU 사양이 낮아서 뭔가 계산을 시켜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동영상 재생 같은 거 하면 답답해서 ... 


다자인은 현존하는 크롬북 중에 단연 돋보이고 범위를 모든 랩탑으로 확대해서도 수위를 차지할 겁니다. 이견이 있을 수 없을 정도이므로 HP크롬북11을 선택한 또다른 이유가 되었습니다.


IPS 디스플레이는 상당히 선명하더군요. 디스플레이에 투자하지 않는 편이어서 IPS가 뭔지도 몰랐는데 11인치 스크린이 작기는 하지만 작은 글씨도 선명하게 표시되어 가독성이 좋습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4. 3. 20. 02:31

그러한 이웃들을 무시하면서 살아야 하는 불편하고 가식적인 고통을 안겨준 것도, 내가 그들처럼 자살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도 모두 한 사람 덕분이다. 그렇게 미워할 수도 감사할 수도 없는 이율배반이 나를 고민하며 살게 만든다. 미움에 빠져있을 수도 없고 감사하며 동조할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은 결코 편해선 안될 외면이라서, 그만큼의 미움으로 나머지 반을 채워 모순의 균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거다.



"정치인등 국가지도자들이 탁상공론으로 실시하는 경제정책이 가난한 서민들의 목을 더 이상 조르지 않도록 그들에게 능력과 지혜를 베풀어 주셔서 없는 자들의 절망과 좌절이 더는 계속되지 않도록 지켜주시옵서서"

<1990년4월10일 단칸방에서 동반 자살을 선택한 가장의 마지막 기도>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2. 9. 5. 21:53

나역시 냉소적인 사람이다. 아마 아버지에게 유전 또는 전염되었을 것 같은 나의 냉소는 어렸을 때 나를 고민에 빠지게 했고 괴롭게 만들기까지했다. 그런데 여전히 그런 냉소를 가지고서도 나이먹을 수록 조금씩 편해지는 것은 어렸을 때보다 신중해지고 부드러워졌기 때문인 한편, 나의 냉소를 나이먹은 논리로 뒷받침할 줄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성숙한 논리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생각이 모자르고 표현도 잘 못하고 그래서 헛점을 더 드러내는 사람들 앞에서 꿀리지 않아서일 거다.) 그리고 또한 믿고 싶은 가치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가치를 남에게 전파할 수 있을만큼 성장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어떤 가치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나의 냉소는 내가 믿는 가치들에 반하는 것들을 향해서만 작용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세상에 냉소할 꺼리들이 참 많아서 여전히 나는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내 자신도 그렇다보니 나는 냉소적인 태도 때문에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는데도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른 채 가끔씩 접하게 되는 허지웅을 싫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다만 허지웅의 글에서 자신의 냉소와 상대방의 진심에 대한 고민을 읽었을 때 그가 냉소하지 않는 가치는 어떤 것일지, 존해하기는 하는지 궁금해졌다.

 

허지웅이 찾아가서 격었다는 나이로비의 난민촌은 허지웅에게 진실일 뿐이다. 같은 아프리카 대륙이라고 퉁쳐서 말하자면 내가 격은 난민은 달랐고, 동정은 그들에게 상품이었다. 또 인도의 한 난민촌에서는 상품인 정도를 넘어서 동정을 강탈당해야 하는 상황도 격어봤다. 허지웅의 키베라에서의 생각을 진실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상대적이라는 거다. 어떤 아이는 돈을 바라고 어떤 아이는 온기를 바랬을 뿐 진심은 한가지가 아니다. 어떤 여행자는 동정을 배풀어 즐거움을 얻기 위해 아프리카를 찾기도 하고, 어떤 여행자는 마음 편하기 위해 간 인도여행에서 왜 이런 불편한 마음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인도 여행을 후회하기도 했다. 손을 내미는 사람도, 그 손에 무얼 쥐어주는 사람도 각자의 진심이 있는 거다.

  

누군가 자신의 진성성을 호소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의 진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진심은 믿고 싶은 사람에게만 설득력을 갖는다. 그건 일종의 희망이라고 하겠다. 내가 믿고 있거나 믿고 싶은 가치에 설득당하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성에 대한 호소가 냉소의 대상이 되는 건 상대방의 진심의 반대편에 서있을 때 차라리 의미를 갖게 되지, 맹목적인 냉소로 대하는 것은 잡아달라며 내민 손을, 또는 잡아주려고 내민 손을 뿌리치는 것과 같다. 손을 잡아주거나 먹을 걸 쥐어주거나의 문제가 아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2. 8. 9. 21:44

금메달이 아니면 실망하는 분위기 속에서 객관적으로 메달을 딸 것 같지 않은 선수 중에 그럼에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선수가 있다. 지금막 런던 올림픽에서 예선경기를 마친 손연재 선수 말이다. 이제는 언터처블에 가까워진 김연아의 대중적 인기가 포화되어 흘러내리는 상황에서, 아마도 손연재는 김연아의 광고 대체재로써 유명해진 것 같다. (삼성전자가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계약한 데 성공을 거뒀다면, 손연재는 LG전자가 그만큼 키워놓은 듯.)


그런 유명새 속에서도 정작 사람들에게 그녀가 체조 선수인지 리듬체조 선수인지 물어보면 멈짓하기도 하더라. 또 막상 올림픽이 시작되니 박태환 선수처럼 메달에 대한 기대를 점치는 사람은 별로 보질 못했다. 그러니 분명 그녀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그것은 메달에 대한 기대보다는 매체가 포장해놓은 이미지가 빚어낸 잠깐의 헤프닝일지도 모르겠다. 세계 랭킹 10위인 손연재가 혹시 동메달이라도 딴다면 상황은 달라질 거다. 그렇지만 공은 둥글다는 말로 시작하는 축구경기 치고 약팀이 이기는 게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결국 런던 올림픽 리듬체조 경기가 끝난 후가 궁금해진다. 금메달이 아니면 쉽게 실망해버리는 대중들이 당장에 보일 반응은 어떨까?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 그녀의 모자라는 기량이 드러난 후에도 과연 그 인기가 유지되고 광고 모델로써 주가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혹시 예외적으로 대중들이 손연재 선수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만일 그렇다면 그녀의 인기나 대중들이 갖게 된 기대는 본질이어야 할 경기 기량보다는 매체에 이용당한 외모에서 기인한 것임이, 올림픽 이후에 대중들에게서 내쳐지는 경우보다 더 여실히 드러나는 일이 될 것이다. 손연재 선수에게는 미안한 비유가 되겠지만, KAL기 폭파범 김현희를 용서하는 대중들을 우린 이미 격어보았다. 안타까운 건 황우석박사다. 김연아나 손연재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국민적 배신감에 파묻히게 되지 않았을 테니.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2. 8. 3. 17:57

이글은 "한국에서는 공부를 잘하면 무엇이 되나?"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그런데 글이 게시된 MBA Blogger 라는 웹사이트는 트랙백을 수용하지 않습니다. 댓글 성격은 아니지만 이 글의 URL 을 댓글로 적어 sudo trackback 을 남기겠습니다. 대다수 인기 SNS 와의 연결을 지원하면서도 정작 트위터 맨션의 원조격인 트랙백을 지원하지 않도록 된 블로깅 사이트들이 꽤 있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은 자격증 따가며 잘 하는데, 정작 수영은 안 배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죠.


먼저 한국 경제의 90%가 대기업 관련 이력을 갖은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는 통계의 소스에 대해서 묻고 싶다. 혹시 소스가 정확하다 해도 적절한 예시일 수는 없다. 이 나라 경제 시스템의 구성 대부분이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양성해내는 월급장이로 이뤄져있다는 포석적인 맥락 같은데, 그게 몇 퍼센트냐를 떠나서 정작 이 글은 평범한 셀러리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문제가 크다.


이 글에서 "한국의 교육" 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우리 교육 시스템 속의 최고등급을 대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고등학생의 70~80% 를 수용하는 교육시스템의 수혜자들 중에 이 글이 대변하는 범위는 얼마나 될까? 그렇게 자신의 위치를 평균인 걸로 착각하고 일반화 해서 말하는 것이 문제의 첫번째다. 원래 자기 주변이 세상의 전부인 것 처럼 착각하는 것은 나를 포함해서 누구나 다 범하는 실수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이 글에서 지적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통해 결국 회사원이 되어 발생하는 문제란 "기회" 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럴듯하지만 글쓴이가 말하는 그 기회라는 것이 결국 셀러리맨으로 부자가 되고 싶지만 그러기에 주워지는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미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을 것 같은 글쓴이가 여전히 부자가 될 기회에 대한 투정을 부리면서 언급하는 서방국가의 주식이나 경영권에 대한 예시는 근거가 무척 빈약해보인다. 왜냐하면 일부 회사의 경우를 일반화 했거나, 역시 교육시스템에서 상위에 랭크된 소수자들의 주변만을 수집해서 일반화 한 것이 뻔해보이기 때문이다.


잠시 결을 벗어나서, 나 역시 그런 식으로 내 주변의 작은 단위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소수자들만 가지고 판단해보자면, MBA 코스를 밟는 사람들에 대해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MBA 코스는 셀러리맨이면서도 완장 하나 차고서 가치생산의 주체인 일개미들을 부리는 위치에서 개미들보다 더 많은 임금을 가져가게 되는 사회적 불균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이다. 그리고 이런 견해의 편협함보다 훨씬 큰 범위를 얼렁뚱땅 등에 업고서 기회에 대해 투정부리는 사람은 경영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 사회는 노동자는 도구 취급을 하면서 자본가들만을 대변하는 관리자들이 넘처나고 있어 병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논거가 부실하지만 "공부해봐야 월급장이가 되고, 월급장이가 별 대접 받지 못하는 사회" 라는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싶진 않다. 다만,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개인에게 치중된 논점이 잘못되었다. 앞서 말한 사회적 불균형을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태도는 확대해석일지라도, 교육 시스템 속에서의 상위 소수자로써 더 많은 꿀을 가져야 겠다는 욕심을 기반으로, 비단 정말 잘못된 시스템일지언정, 교육시스템의 잘못을 논할 수는 없다. 아마도 이또한 성적 제일주의가 낳은 병폐중 하나일텔데, 사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부자가 못되어서가 아니라 차라리 글쓴이의 그러한 태도 자체일 것이다.


그런 글쓴이에게 말해주고 싶은 이 나라 교육의 문제는 이런 것들이다. 이 나라 교육은 좋은 꿈을 키워주지 않는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 유명한 회사에 입사하는 것, 그리고는 돈 많이 벌고 집 사는 게 꿈이다. 글쓴이 또한 그렇게 살아온 것으로 짐작된다. 뭐 나도 아니라고는 못하겠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데서는 현격한 차이가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차이더러 틀린 게 이나라 다른 것 이라며 유행처럼 피해가던데, 이또한 교육의 지엽저인 문제중 하나다. 어딘가에서 클리쉐를 주서다 붙이는 거.) 그리고 교육시스템의 양산품들이 교육과정 속에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남들이 하고 싶은 걸 따라가게 되는 것 또한 문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모르면 하고 싶은 걸 공부하는 사람이 될 수도 없다. 되려 시스템에 의해 도퇴되어 내몰리는 성적 나쁜 친구들이 하고 싶은 걸 찾아서 시스템 밖으로 부수고 나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되는 반대급부적 경우들이 시스템의 문제를 대변하고 있지 회사원이 되는 것 자체가 뭐가 문제냐.


회사원이 어때서? 문제는 회사원이든 아니든 흥미도 보람도 못 찾는 일을 성적이나 월급을 기준으로 형성된 사회적 가치기준에 맞춰 스스로를 끼워넣고 결국 영혼 없이 일을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꿈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쏟고, 나아가 주변을 돌아봤을 때 공적인 시선으로 사회에 이바지하려 하기보다는, 개인이나 속해있는 작은 사회에 매몰되어 주변의 눈치를 잘 살피면서 내 살림 늘릴 생각만 하는 그런 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 문제란 말이다.


그런 부모들이 키우는 아이들이 그 어떤 교육시스템 속에 들어간들, "돈 버느라 바쁜 부모를 대신해줄 교육시스템" 말고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이 될 수 있으랴. 나쁜점만 지적할 줄 알았지 옳바른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인을 떠나서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자식 교육의 대안이란 망상일 수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글쓴이의 마지막 결론 부분만은 응원해주고 싶다. 아이가 뭘 잘하도록 하기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부모가 되길 기원한다. 사회적으로 그런 실천자들이 많아져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개념을 바꾸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실천하지 못한 일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면 남에게서라도 빌려올 수 있는 유연성과 사회적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할텐데, 회사원으로 잘 커서 부자되는 게 목적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걸 아이에게 주려고 한다면 스스로 만들거나 아이를 위해 사회를 바꿔나가야 하는 게 정답이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1. 12. 1. 09:46
부모들의 극성은 유통 중심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허수들의 먹이감이거나 또는 그 부작용들 중 하나다.

이 사회에서 가치생산을 위함이 아닌 오직 유통만을 위한 마케팅적 속임수에 대한 예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역사적 실존인물에 근거하는 것처럼 이야기되는 발렌타인데이부터, 순수상술의 산물인 화이트데이 또는 빼빼로데이 따위가 그렇다. "호화 결혼식", "웨딩 촬영", "돐사진" 따위의 "단 한번뿐" 마케팅도 제공되는 가치에 대한 개발보다 오로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서비스의 유통이 만들어내는 허수적 가치의 대표적 예시다.

그런 순수상술의 허수는 자식을 둔 부모, 특히 애 키우는 엄마들한테 쉽게 작용하고 있어 그들의 '과소비'로 특징지워지는 '극성스러움'이 결국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이라는 핑계까지 만들어준다. 거기에 이시대가 키워낸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빈약한 자아와 정확히 맞물려, 그들로하여금 머리 아픈 의식따위 필요 없이 '마음'있기 때문에 '소비'하는 것이고, 소비하지 않으면 마음이 없는 것이라며 극성을 조장하고 어딘가 불편한 마음에 대한 자위적 핑계도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더불어 불편한 진실 중 한가지는 사람들은 조종당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와 비슷한 경제수준을 갖고 있으면서 유통 중심이 아닌 나라들도 분명 있다. 과연 그나라 부모들도 애들을 대상으로 극성을 피우고 소비를 조장당하고 있을까? 유통 중심의 사회가 아닌 경우는 대게 우리가 갖지 못한 풍부한 자원과 넓은 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짐작컨데 그런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극성스러움은 사회적 보편성을 띄지 않거나 적어도 '소비'의 형태로 발산되고 있지는 않은 게 분명하다. 대조해서 봤을 때 결국 우리나라 부모들의 극성스러움은 그들의 의식에 기인한 자발적인 것이 아니어서, 쉽게 말해 그들 탓이 아니므로 그들을 비난하거나 이후 세대의 자아를 강하게 키워서 애한테 쏟는 에너지를 스스로에게 쓰도록 해야 한다고 해봐야 공허한 메아리일 수밖에 없다. 참 안타까운 부분이다. 좁은 땅에서 부족한 자원을 서로 뺏어가며 아둥바둥 사는 한 부모들의 억척스러움은 바뀌지 않을 거다. 이지경이니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 분위기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1. 1. 6. 20:22
처음에는 맥북에어를 구입하는데 11인치를 살까 13인치를 살까 고민했습니다. 아마 누구나 다 그럴 겁니다. 결국 13인치 제품을 샀고, 막상 사놓고 보니 휴대를 위해서 옷을 입혀줘야 겠다는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아마 역시 누구나 다 그럴 겁니다. 5년 전 최초의 맥북을 샀을 때는 휴대 자체를 그다지 신경쓰질 않았고 실제로 데스크탑처럼 사용했기 때문에 휴대를 위해서 뭔가 더 살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맥북에어는 워낙에 약해보여서 휴대하기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은 불편한 그런 물건이군요.

파우치를 맥북에어 아래에 깔아놓은 모습

저도 이제품 저제품 다 검색해보고 쇼핑몰이나 블로그 등에 있는 사진들 볼만큼 다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가장 처음 물망에 올랐던 건 일본의 SoftBank Selection 에서 나온 패딩 파우치었죠. 가격도 적당하고 어댑터 등을 수납하는 탈착식 파우치가 붙어있어서 실용성이 괜찮아보였어요. 그런데 지퍼가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지퍼 없는 걸 찾다보니 가장 먼저 보게 된 것은 BuiltNY 에서 나온 Cargo Laptop Sleeve 였죠.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신축성 있는 벽면에 크기가 다른 주머니가 뚫려있어서 제 기준에서는 일본제품보다 나았습니다. 그런데 11-13인치 랩탑에 범용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이다보니 맥북에어에 헐렁일 것 같아서 다른 제품을 더 찾아보기로 했죠.

아마 이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 이미 그랬거나 앞으로 그러실 것처럼 현시점에서 구할 수 있는 파우치는 전부 다 봤습니다. 폴스미스 같은 고가 제품도 봤고, 호주에서 만들어서 국제배송되는 제품도 봤어요. 그런데 실용성에서 caselogic 과 incase 에서 나온 맥북에어 전용 파우치만한 것들이 없더군요. 지퍼가 없고 5만원대 이하로 구할 수 있는 제품 중에 caselogic 과 incase 의 제품이 최고인 것 같은데 문제는 둘 다 절판되어서 더이상 나오질 않는다는 거죠. 아마도 맥북에어가 처음 발매되었을 몇해 전에 출시된 제품일 것 같은데요, 랩탑파우치가 몇개나 팔린다고 크기별로 기종별로 다양하게 찍어내겠어요. 그러니 맥북에어 크기에 맞춰서 나오는 제품이 거의 없거나 고가 제품인 거고, caselogic 과 incase 에서는 적당한 제품을 발매하긴 했었지만 한 번 발매한 후로 꾸준히 찍어내지는 않는 거겠죠.


결국 제가 산 건 iRoo 에서 나온 C-series M Clutch 라는 제품입니다. 제품 이름은 뭔가 대단해보이지만 폴더 구조로 된 슬리브형태의 단순한 제품이죠. 가격도 3만원 정도에 구할 수 있고 지퍼 없고 네오프렌 소재에, 비슷한 제품인 BuiltNY 의 Cargo Laptop Sleeve 에 비했을 때 수납 주머니 없는 것만 빼면 괜찮겠더라고요. 단지 문제는 이게 과연 맥북에어에 잘 맞느냐는 거죠. 물색을 너무 오래 하다보니 사실은 "에라 몰라" 하는 심정으로 주문해버렸는데요, 다행히도 아주 잘 맞네요. 도착한 제품 포장에는 "for Macbook Air" 라고 써진 딱지가 붙어있던데 쇼핑몰 제품설명에도 그렇게 좀 적어놓으면 아직 맥북에어와의 매칭 리뷰가 없는 제품 치고 좀 더 팔릴텐데 말입니다. 맥북에어 사놓고서 저와 같은 고민하는 분들, 맥북에어 파우치로 가장 인기가 좋은 소프트뱅크 제품이 그다지 당기지 않는 분들, 지퍼 없는 파우치나 슬리브 찾는 분들, 많은 돈 투자할 생각 없는 분들, iRoo 의 C-series M Clutch 제품 한 번 구경해보신 후에 결정하실 때 사이즈 때문에 고민하진 마세요. 꽉 끼지도 않고 헐렁거리지도 않아서 적당합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0. 5. 1. 21:36
최근에 금융권에 입사한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신용카드를 하나 만들어달라더군요. 부서의 실적을 위해 할당을 받았을 거란 걸 뻔히 알 수 있었죠. 나중에 신용카드가 도착하면 수령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카드는 그렇게 처리하면 되지만 해당 은행에 제공한 제 개인정보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전보다 개인정보 무단도용에 대해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워낙에 개인정보가 많이 퍼져있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개인정보 무단도용에 불감이 되어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한쪽에서는 주민등록제도를 한 차례 갈아엎어야 한다고도 말하고, 개인정보 보호만이 목적은 아니지만 주민등록번호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식의 어떤 근본적인 대책이 생기기 전까지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사회를 환기시키고 제도를 보완하는 일을 계속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 중 하나로 회사들이 사내에 개인정보와 관련된 판촉할당을 주지 못하도록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금융권 뿐만아니라 통신회사 같은 시장에서도 사내 직원들의 인맥을 활용한 할당식 판촉활동이 알게 모르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회사로부터 그런 판촉 할당을 받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민망한 부탁을 해본 일이 없다면 그 심각성을 잘 모를 겁니다. 카드나 펀드 같은 금융상품이나 핸드폰 또는 인터넷 따위의 통신상품등을 다루는 회사에서는 사원들에게 자사의 상품에 대한 판촉 할당을 줍니다. 그것도 주로 비굴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회사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사원들에게 주죠. 예를 들면 막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라는 명분으로 할당을 주는 건 아주 흔한 일입니다. 며칠전 제가 만든 카드 역시 그런 신입사원의 부탁이었죠. 그리고 더 일반적인 건 부서장에게 할당을 주는 겁니다. 부장 정도 되는 직급의 직원은 임원이 되지 못하면 다음 순서는 명예퇴직인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부서별로 할당을 주게 되면 부장은 최선을 다해 회사에 밉보이지 않으려고 하죠. 게다가 부서장은 그 부서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국 그 밑에 직원들 역시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그런 식의 개인정보 요구는 직원의 인맥만이 아니라 기업간의 '갑을관계'에까지 작용하게 됩니다. 판촉 할당을 받은 직원은 하청 또는 도급 회사의 직원들에게 또다시 할당을 주게 되기 때문이죠. 이게 별 것 아닐 것 같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들은 계약 수주 때마다 직원들이 신용카드를 만들거나 핸드폰을 바꾸거나 하는 일들이 흔하게 벌어집니다.

할당된 판촉물이 물건이라면 개인정보와 관련된 이 글이 문제삼는 범위를 벗어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의 신용정보를 필요로하는 통신 서비스 또는 금융상품인 경우 한번 제공된 개인 정보가 어떤 식으로든 다시 활용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물건을 파는 문제와 다릅니다. 실제로 제가 한 통신사에 적을 뒀을 때 할당된 실적을 채우기 위해 동의 없이 가입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뒤에 당사자들 모르게 해지시켜버리는 걸 자주 목격했습니다. 물론 그런 편법적인 개인정보 도용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하는 것은 공정거래를 위한 기업의 역할이어야겠지만, 그런 걸 기업이 해야할 몫으로만 남겨둔다면 애초에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법이나 제도 만들 필요가 없겠죠. 갖가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장치들이 생겨나는 요즘, 개인정보와 관련된 상품을 파는 기업들이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판촉활동을 금지시켜야겠습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0. 4. 18. 17:21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선교활동 갔던 교인들이 변을 당했던 일이 있었죠. 당시 저는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김대건 신부의 순교가 단순히 종교탄압의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었겠다 생각했습니다. 유교가 오래도록 자리잡고 있던 땅에서 마치 아프가니스탄에 기독교를 전파하려는 것과 같은 뻘짓을 했던 거니까요.

그리고 근래에 천안함 사건을 통해서 또다시 뒤를 돌아보건데, 반공사상이 교과서에 실려있던 시절에 배웠던 도끼만행사건이 사실은 북한에 의해 자행된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봤습니다.

진실이란 건 쫓을 수는 있지만 잡히지는 않는 것이라고 누군가 그랬었죠.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0. 4. 16. 00:52
저는 대전에서 태어났고 지금까지의 삶의 2/3 를 거기서 살았습니다. 서울 생활을 시작한 후 사람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어딘가 안 맞는 사람들의 이분법적 사고를 왕왕 접하곤 했었죠.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은 서울 이외의 지역을 '시골' 이라고 부른다는 것, 그리고 거꾸로 저처럼 서울이 아닌 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서울사람들에게 자신을 '촌놈'이라고 부르곤 한다는 겁니다. 인구수 백만에서 삼백만이 넘는 광역시의 시민들 조차도 서울쥐들 앞에선 자타공인으로 시골쥐가 되버리곤 하죠. 일반 도시나 면, 읍 단위 지역민들은 뭐라고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5천만명에서 약간 모자라는 대한민국 인구 통계로 보면, 1천만을 살짝 넘긴 서울 인구를 뺀 나머지 4천만명이 시골에 살고있는 샘입니다.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이 1 대 4 정도의 비율이라고 보면 그럴듯해보이기도 한데, 서울과 그 나머지 지역으로 구분한다고 생각하면 인구분포 만큼이나 지역 발전의 불균형을 생각해보게 되죠.

그런데 한편 그 반대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서울 사람들이 타지역 사람들에 비해 얼마나 촌스럽게 살고 있는지를 말이죠. 커다란 백화점이나 마트가 가까이에 있고, 밤 늦게까지 불켜진 유흥가들이 즐비해있으며, 사람들은 하늘로 솟아 오르며 몸을 누이고 자동차들은 땅 솎으로 파묻고 사는 게 도시적인 삶일까요? 좁은 땅에서 디디고 있는 자리를 보전하기에 급급해서 가족들과 보낼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의 삶이 도시적 삶의 정의가 될 수 있을까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어도 매일 같은 출발지와 도착지를 똑같은 코스로만 오가는 메트로 시티 라이프만이 서울쥐들의 도시적 기준인 건가요?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 나머지 4천만명이 어떤진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1천만명은 촌스럽습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10. 2. 3. 00:07
드라마 "파스타" 를 즐겨보고 있습니다. 평소에 좋아했던 배우 이선균과 공효진의 출연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동기가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순전히 공효진 때문에 보고 있죠. 드라마 속에서 다른 배우들의 캐릭터가 파스타 같다면 공효진만 스파게티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저는 특별할 것 없으면서도 특별해보이는, 반대로 특별하지만 특별할 게 없는 파스타보다 그냥 솔직하고 부담 없는 스파게티가 더 좋습니다.

파스타와 스파게티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파스타는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이탈리아 음식을 말하고 스파게티는 그 파스타에 사용하는 수많은 밀가루 반죽 형태 중 얇고 가는 국수의 한 종류입니다. 흔히 알려진 마카로니도 있지만 만두처럼 속을 넣어 빚은 라비올리 같은 것도 파스타 일종이죠. 그런식으로 모양과 형태는 수십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요리법까지 따진다면 파스타란 정말 많고 다양한 요리를 통칭하는 말인 샘이죠.

또다른 관점에서 보면 파스타는 이탈리아 음식이지만 스파게티는 미국에서 대중성을 띄게 되어 세계로 퍼진 말이기도 합니다. 실제 미국이 이탈리아로부터 스파게티라는 메뉴를 들여온 후 인스턴트 캔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대중화가 시작됐다는 말이 있죠. 저는 9살 때 처음 스파게티를 알게 됐고 이후 엄청나게 스파게티를 좋아했지만, 스파게티가 아닌 "파스타"라는 말을 알게 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서도 좀 더 지나서부터였을 정도로 시간적 갭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미국에서 "스파게티"를 들여왔고 이후 경제적인 여유를 더 부릴 줄 알게 되고서부터 이탈리아의 "파스타"를 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파스타란 쉽게 접할 수만은 없는 어딘가 특별한 음식으로써 생각되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남의 나라 음식에 대해서 특별함을 느끼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더 고급이어서가 아닌 것이, 우리보다 못 산다고 생각되어지는 나라의 음식들도 꽤 고급음식처럼 대접받고 있는 걸 볼 수 있고 우리보다 더 잘 사는 나라에서도 그건 마찬가지니까요. 결국 그런 특별함은 얼마나 생활에 가까운 음식이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촌스럽게 봐줄만한 건 음식 자체보다 겉멋에 치중하는 우리의 습관이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별 것 아닌 것이라도 남들에게 과시하려는 그런 경향이 있죠. 가장 대표적인 건 와인이 있습니다. 이제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성공하는 사람이 마시는 것', '분위기를 아는 사람이 마시는 것' 같은 이미지를 상징하게 되었죠. 그런 것들이 값을 더 비싸게 만드는 중요 요인이 되고요. 그런 식으로 실제 내용보다는 이미지가, 그리고 맛보다는 머리가 시켜서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를 한 번쯤 의심해봄직한 것들이 우리 주변에 꽤 많습니다. 어쩌면 파스타도 그런 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시 드라마 "파스타"로 돌아가보죠. 드라마의 인기로 사람들은 파스타라는 음식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까르보나라와 토마토 소스 프파게티 정도만 알았던 사람들도 알리오 올리오 라는 낯선 이름을 알게 됐겠죠. 그렇지만 아마도 겉멋에 짙을 수록, 남을 많이 의식할 수록 알리오 올리오를 전엔 몰랐었다고 하진 않을 겁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싼 파스타라고 해버렸으니까요. 그리고 피클에 설탕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뤄졌기 때문에 피클을 안 먹는 사람들도 적잖히 생겨났을 겁니다. 그밖에 국수는 어떻게 삶아야 하고, 새우나 조개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등등 드라마 덕분에 아는 척 할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가지 걱정되는 건 그렇게 드라마를 통해 파스타에 대해 더 알게된 사람들 중에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주방에서 쉐프를 불러달라고 떼쓰는 사람들이 늘어나진 않을까 하는 거죠.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그런 드라마 "파스타" 에서 보여지는 것들 중 저는 마음에 안 드는 게 더 많습니다. 일단 저역시 전보다 더 피클을 싫어하게 됐고요, 너무 적은 량을 서빙하면서도 "양이 충분하다" 라는 대사가 간혹 나오는 것도 마음에 안 듭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제가 맛있게 먹었던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는 '토마토 국수무침', 까르보나라는 '생크림 비빔국수', 봉골레 스파게티는 '조개 볶음국수' 정도가 돼버린 것 같아서 기분도 좀 그래요. 이율배반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제가 공효진을 좋아하는 겁니다. 음식 자체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배경이나 조건 등, 뭔가 특별해보여야 하는 강박들이 뒤덮혀있는 드라마 속에서, 그녀는 파스타가 아닌 평소 좋아했었고 익숙했던 '스파게티' 이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9. 11. 30. 14:52
여행과 관련된 작은 사업을 생각중입니다. 함께할 동반자를 찾습니다.

큰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은 아닙니다. 부자를 꿈꾼다거나 없을지도 모를 일에 대한 대비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평균적인 생활 수준에 만족하면서, 단지 일하면서 즐거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득을 남기기 보다는 즐거운 시간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입니다. 그리고 년간 최소 3개월의 휴가가 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을 여행을 위해 쓸 생각이고 사업 동반자 역시 그러길 바랍니다. 사업 동반자로써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별은 무관, 나이는 삼십 전후

당장 시작하기보다 앞으로 약 십 년간 경험과 서로간의 관계를 쌓은 후 신뢰를 바탕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성별은 상관 없지만 나이 차이가 너무 난다면 수 십 년을 함께할 사업동반자로써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공정여행을 좋아할 것

반드시 공정여행일 필요는 없지만 패키지나 호텔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견디기 어렵고, 호스텔과 도미토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됩니다.

한국을 사랑할 것

국내 여행에서 많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남들이 따라해볼만한 컨텐츠로 만들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외국인에게 한국을 여행해야 할 이유에 대해 소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행을 떠난다' 라는 말의 의미가 '생활'에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이길 바라고, '일탈' 이나 '해외여행' 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안됩니다.

자본금

전체 자본금이 얼마가 될지 모르나 1/N 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아주 큰 돈이 될 것 같진 않지만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초기 자본금은 사업을 시작할 건물을 임대 또는 매입하고 인테리어와 사업 홍보를 위해 사용될 겁니다. 동업자들과 상의해봐야 하겠지만, 사업에서 중도에 하차할 시 자본금을 돌려받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이상의 특기 소유자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 한 개 이상 회화가 가능하거나, 여러가지 한국 음식을 맛갈나게 할 줄 아는 (능력보다) 감각을 갖고 있거나, 한국의 전통 음악 같은 문화적인 특기도 환영합니다. 아직 젊기 때문에 범상치 않은 능력보다는 감각과 진지한 흥미를 바탕으로, 함께할 사업을 목표로 즐겁게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는 저를 포함해서 두 명입니다. 세 명 또는 네 명이 적당할 것 같고, 만약 네 명이 된다면 12개월을 4로 나눈 3개월의 휴가가 주워지고 9개월간 일하게 됩니다. 아마 사업이 자릴 잡을 때까진 휴가를 못 가겠지만요.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9. 11. 8. 01:48
정식 명칭으로 Miles Davis Tribute Jazz In-Ear Headphone 이 나왔습니다. Monster 라는, 저로써는 생소한 브랜드인데 귀마개처럼 귀에 쏙 꼽히는 형태로 요즘 유행하는 이어폰의 모습이 되었네요.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형태입니다.

마일즈 데이비스가 좋아했던 톤을 재현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군요. 그와 협연했던 Paul Chambers, Ron Carter 등의 베이시스트와 드러머 Tony Williams, Jimmy Cobb, Bill Evans, Wynton Kelly 그리고 Herbie Hancock, John Coltrane 과 Wayne Shorter 등의 소리를 마일즈 데이비스가 녹음할 당시 들었던 느낌으로 재생해주기 때문에 마일즈 데이비스 뿐만 아니라 당시 녹음된 수많은 뮤지션들의 실황음반을 들을 때 적합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심지어는 Sketches of Spain 음반을 함께했던 Gil Evans 의 오케스트레이션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고 하네요.

Miles Davis Tribute Headphone



꼭 그렇게 들어야 하나 싶고, 또 이런 이어폰이 마일즈 데이비스가 즐기던 톤을 만들어줄 것 같지도 않지만, 그래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대중음악에서야 마일즈 데이비스가 남의 나라 이야기어서 멀게 들리지만 이어폰까지 그의 이름을 써서 만들 정도로 미국 대중음악에서의 그의 입지가 그가 죽은지 10년이 넘은 아직까지도 상당하기 때문일 꺼란 거죠. 이어폰 뿐만 아니라 마일즈 데이비스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다른 물건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역시 뭔지 잘 모르지만 오리스Oris 라는 스위스 시계 브랜
드에서는 다양한 테마로 시계를 만드는데 그 중 재즈 시계도 있더군요. 물론 마일즈 데이비스 시계도 있습니다.

뒷면에 트럼펫을 불고 서있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실루엣이 무척 맘에 드네요. 그런데 시계 차고 있으면 절대 볼 수 없는 감춰진 매력이랄까요. 몬스터의 이어폰도 옆면에 비슷한 실루엣이 그려져있군요.

몬스터에서 나온 마일즈 데이비스 이어폰은 정가가 $499 고 아마존에서 $399 에 팔리고 있습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9. 10. 1. 18:23
클래식 기타를 처음 시작하면서 샀던 기타가 무엇이었는지 이름도 잘 기억 안납니다. 아마 삼익이거나 세고비아쯤 됐겠죠. 합판에 락스칠 해놓고 하드케이스만 씌워서 '악기'의 뽀대만 내놓은 그런 기타였습니다. 지금에서나 이렇게 말할 수 있지 당시로써는 그정도로 충분했었죠. 아직 기타에 대해 진지해지기 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기타는 '원음'이라는 브랜드의 기타였습니다. 사실 이 악기는 썼다고 말하기도 부끄럽습니다. 위에서 쓴 악기인 척하는 기타는 창피하다고까진 말하지 않습니다만 원음기타는 정말 창피합니다. 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국내 기타 제작자들 중 대중적으로 알려진 일부는 대학교 동아리나 학원들에 기타를 공급하면서 영업을 합니다. 단기간에 많이 만들 수 있는 저가형 모델들을 여러개 공급할 수 있고 재고 처리도 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제가 처음 다녔던 학원을 통해서 그런 제작사들 중 하나인 원음기타를 만났습니다. 그런 후에 기타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해지면서, 제 귀가 여러가지 악기들의 소리를 접해보게 됐고, 어느 순간에 제가 쓰는 악기는 완전히 사기라는 걸 알게 돼서 충격을 받았었죠. 창피해서 어떤 부분이 그랬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원음기타와, 그 악기를 공급하는 학원 둘 다에게 사기를 당한 샘입니다. 저는 그 악기를 사기 위해서 초,중,고등학교 때 저금했던 돈을 모두 썼었습니다. 어린시절의 절약이 결국 그런 형편없는 귀결로 이어졌다는 게 가장 미운 부분입니다.

세번째 악기는 라미레즈 였습니다. 상당히 전통있고 유명한 스페인의 기타 제작가문의 이름입니다. 라미레즈 3세 이후부터 대중적인 사업형을 지향하면서 공방이 공장으로 바뀐 이미지가 생긴데다가, 현대 제작기술로 좋은 악기를 만들어내는 많은 제작자들이 나타나서 지금은 그 위상이 상당히 떨어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름값을 못하는 악기는 아니고 당시 제게는 과분할 정도로 좋은 악기었습니다. 지금까지 따르고 있는 많은 기타 제작기법들이 라미레즈 1세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이고, 세고비아를 비롯해서 수많은 유명 연주인들의 선택을 받았던 이름이죠. 선생님께서 유학가기 전에 쓰셨던 악기로 비록 라미레즈 연습용 모델이었지만, 당신께 처음 라미레즈를 받아서 연주해보았던 그날을 악기라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던 순간으로 기억합니다.

2002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저와 함께 하고 있는 네번째 악기는 그로피우스 입니다. 2002년에 독일 제작자 그로피우스가 열번째로 제작한 악기로 주문하고서 꽤 오랜 시간 기다렸더랬죠. 기타의 거의 모든 사양을 주문했습니다. 1번 줄은 20플랫까지 있어야 하고, 앞 판은 시더(Cedar), 측후판은 하카란다(Jacaranda) 라는 식으로요. 그리고 정말 아름다운 기타가 되어서 제게 왔습니다.

그런데 약간 후회되는 부분있는데, 그로피우스를 주문할 때 6현이 아닌 7현으로 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여러번 했습니다. 기타연주곡 특성상 6현을 E 튜닝할 때도 있고 D 튜닝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생기는데 7현으로 제작해서 7번째 줄을 D 튜닝해놓으면 편리하겠다는 거죠. 특히 류트(lute) 곡 연주할 때 7현이나 8현 기타가 힘을 발휘할 것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그런 생각을 문득문득 하다보니 기타를 한 대 더 갖고 싶은 생각으로 발전해버렸네요. 그렇다고 그로피우스를 버릴 생각이 없기 때문에 함께 쓰려면 좀 다른 성향의 악기가 되어야겠죠. 

지금까지 생각한 사양은 대략 이렇습니다. 앞 판은 시더 더블탑 구조로 만들어서 단단한 소리가 났으면 합니다. 그로피우스는 앞판이 시더면서도 엄청 얇게 만들어서 소리가 무척 부드럽기는 하지만 콘트레라스나 라미레즈 같은 스페니시 기타와는 소리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죠. 새로운 기타는 어택이 빠르고 스페니시 성향의 소리가 났으면 합니다. 측후판은 아프리칸블랙우드를 사용해서 전체적인 기타의 이미지가 고딕 스타일이게 하고 싶습니다. 혹시 제작자에게 무늬가 아름다운 하카란다가 있다면 그걸 쓸 생각이지만 제작자에게 무늬를 맞추는 센스가 없다면 그냥 인디안로즈우드로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현장은 650mm 으로 하고 7현 기타로 해서 7번 현을 D 튜닝 해서 쓰고 싶습니다. 튜너는 대중적인 금색의 튜너들이 식상해서 현대적인 느낌의 존길버트의 흑단 모델 또는 현재 그로피우스에 달려있는 프리윌의 다른 색깔 모델이었으면 합니다. 그로피우스가 앞 판과 넥이 수평이 아닌 각도를 이루도록 설계되어있는데, 하이포지션 운지할 때 그다지 편하다는 느낌은 없더군요. 그래서 라이징보드는 필요 없습니다. 더 세부적으로는 브리지에 구멍을 6개 아닌 12개를 뚫어서 기타줄을 맸을 때의 효율을 더 높힐 생각입니다. 칠은 물론 프랜치폴리싱 할껍니다. 로제트는 단순하면서도 각진 길버트(John Gilbert) 스타일이었으면 좋겠는데, 클래식기타에서 제작자의 개성이 가장 크게 들어가는 부분이어서 혹시 제작자에게 자신만의 개성이 있다면 따를 수도 있습니다. 한국 제작자들 중 의뢰할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는데, 가격도 꽤 각오를 해야할 것 같군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