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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06 [남도 자전거 여행] 길버트 그레이프
Magical Mystery Tour2006. 10. 6. 21:49

집 밖으로 나가질 않는 어머니, 그래서 결국 어머니와 함께 그를 가두고 있는 길버트 그레이프의 집. 그는 어머니가 죽자 그동안 그의 발을 묶어두었던 그 집을 태워버리고서 여행을 떠난다.

9월 29일, 지난 2년동안 나를 묶어두었던 것으로부터 해방됐다. 믿을 사람 아무도 없었던 시작처럼, 그 끝 또한 쓸쓸하고 허탈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가 그럴 수 없음을 확인했던 그 시작처럼, 누군가로부터 그간 고생많았다고 위로받고 싶었지만 너무도 조용하고 허탈한 끝은 위로받을만한 여지를 남겨주지도 않았다.

그 허탈함 앞에서 제일 처음 하고 싶은 일은 떠나는 것. 정해진 시간 안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어쨌든 빨리 다 등져버리고 떠나는 것. 그렇게 떠난 후에 충청남도 금산을 지난 13번국도 위 어디쯤에서 땡볕을 등에 업고 땀을 쏟아내다가 불현듯 떠오른 것이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였다.

"그래서 그가 집을 태우고 떠난 거였구나."

그는 트레일러를 타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