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12.21 잊을 수 없는 거인들의 대화
  2. 2008.10.26 Dreams from the ancestor
  3. 2008.09.01 미연 & 박재천 녹음현장
Roll over Beethoven2008.12.21 11:58
이 글은 사토코 후지이 트리오와 강태환 트리오의 공연 리뷰로, 월간 재즈피플 09년 1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피아니스트 사토코 후지이(Satoko Fujii)
베이시스트 마크 드레서(Mark Dresser)
드러머 짐 블랙(Jim Black)
앨토 색소포니스트 강태환
퍼커셔니스트 박재천
피아니스트 미연

서울 모차르트홀 2008년 12월 10일

‘대화’를 생각한다. 혼자 하면 독백이지만 둘 이상이 연주하면 음악도 대화다. 그들의 대화는 시종일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어울림만 있는 게 아니라 때론 누군가의 도발로 격앙된 싸움이 되거나 토론에 걸친 합의를 만들기도 하며 논쟁의 승리자를 낳기도한다. 사토코 후지이 트리오와 강태환 트리오의 협연도 다양한 모습의 대화였다.

1부 첫 순서였던 강태환 트리오의연주는 그들의 오랜 협연 경험만큼 내게 익숙했다. 자유즉흥에 ‘익숙함’이란 말은 선뜻 쓰기 어렵지만, 연주자들과 공감하는 기회를많이 가질수록 예측불허의 변화 속에서도 기대가 생기고 그 기대가 눈앞에서 실현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강태환 트리오의 연주는 편안했고 전체 공연의 주제를 제시한 역할을 했다.

이어서 연주된 사토코 후지이 트리오의구성즉흥곡 ‘Trace a River’에서 그 역할이 드러났다. 이들은 강태환 트리오의 자유즉흥연주를 반영했다. 그런 어법상의시도 때문인지 덜 정돈된 느낌을 받았는데, 그럼에도 곡의 후반부로 갈수록 구성적 모습을 되찾아가며 감동에 이은 여운까지 남겼다.쉬는 시간 동안 나는 마크 드레서의 보잉(bowing)이 담담하게 털어놓은 음울한 베이스라인을 계속 흥얼거리고 있었다.

차라리 매치-업(match-up) 대결이랄 수 있었던 2부의 듀오 연주들은 태권도나 유도의 단체전을 보는 듯했다. 그것들의 단체전경기 방식처럼 선봉, 중견, 대장의 대결구도였고, 마지막의 6인 혼합연주는 유도의 ‘자유연습’ 혹은 ‘소화다리’라 불리는 무한대련에 그 치열함을 빗댈 수 있었다.

첫 번째 피아노 듀오는 다른 듀오연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나기 어려운구성이니만큼 대결보다 조화를 이루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했다. 그리고 상대와 조화를 이뤄내면서도 스스로 빛이 나는 걸 보면서,결국 그날 공연을 통틀어 가장 큰 감흥을 준 연주로 각인됐다. 반면 타악 듀오는 어울리는 듀오 편성이란 일반적인 예측과는 시작전부터 벗어나 있었다. 박재천의 타악이 정형화된 틀에서 한참 벗어나 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짐 블랙과 함께한협연은 일정한 불안요소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현실에 드러나면서 연주는 박재천의 압도로 시작됐다. 짐블랙은 박재천의 옆에서 탬버린과 캐스터네츠를 두드리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정말 잔인하다 싶은 생각이 들 무렵 박재천이 짐블랙의 어법으로 섞여들 수 있는 틈을 주었다. 이후로 긴장감에 눌려있던 감상의 재미가 살아났지만 조마조마함은 끝까지 계속됐다.박재천이 그의 방식으로 대화를 압도해나갔기에 연주는 승패를 닮은 결말로 이어졌지만, 그들의 멋진 대화에는 똑같이 박수를 보내고싶다.

앞선 타악 듀오에서 긴장을 놓지 못하게 했던 그 무언가는 결국 마지막의 6인 혼합연주에서 폭발해버리고말았다. 도장의 매트 위에서 닥치는 대로 대련을 벌이는 모습을 방불케 하다가 어느 정도 정리된 결말을 합의해나가고 있을 때,박재천의 갑작스런 도발이 불거졌다. 그들의 치열한 대화는 일순 엉뚱한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다. 그 때부터 마크 드레서는 무대중앙에 우뚝 선 거인처럼 엄청나게 커 보이는 착시를 일으켰다. 박재천의 도발이 결국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시발점이었지만, 연주자모두와 함께 마지막 3분의 감동을 이끌어낸 것이 바로 마크 드레서였기 때문이다.

그런 거인들의 매치-업을빼놓을 수 없는데, 진정 양 팀의 대장전이라 할 수 있는 명연이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군가와 처음 마주하거나 어떤 책이나 노래하나가 그동안 살아온 각자의 공간과 시간만큼을 연결시켜주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그저 감성적으로 묶여있는 것만으로도 낯선 이와오랜 친구의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거다. 강태환과 마크 드레서의 협연은 서로에게 그런 친구의 대화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이날 공연이 다양한 느낌들을 일궈내긴 했지만 사토코 후지이 트리오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곡뿐이었다. 그마저도 어떤 변형을 취하고 있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Posted by Lyle
Roll over Beethoven2008.10.26 05:25
지난 8월25일 새벽, 서초동의 모짜르트홀에서 녹음된 미연 & 박재천 선생님의 음반이 나왔습니다. 아직 유통되지는 않았지만 조금 먼저 음반을 손에 받아들고서 놀랐던 건 두가지였네요. 첫째는 엘범 속지에 제 이름이 들어가있다는 겁니다. 녹음현장에서 제가 찍은 사진 두 장이 엘범 속지에 들어갔거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두번째는, 대략 한달쯤 전 데모 CD 를 받았을 때는 현장에서 듣던 것만 못하다는 느낌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만 (아마 현장에서의 말 그대로 현장감이란 것이 데모CD에는 없었던 탓이겠죠.) 마스터링되어 나온 음반은 그걸 뛰어넘어 현장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걸 들려주고 있다는 거죠. 특히 세번째 곡 '잊혀진 나에게 묻는다' 의 경우 두대의 피아노를 한 연주자가 동시에 연주하는데, 마스터링을 통해서 두대의 피아노를 왼쪽과 오른쪽 채널로 나누어 놓아서 두대가 섞여서 들렸던 녹음현장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재미를 주더군요. 왼쪽의 스타인웨이와 오른쪽의 파지올리 피아노가 마치 기타의 딜레이 이펙터를 쓴 것처럼 시간차를 두고 스테레오로 나뉘어져 들립니다. 그런데 그때문에 듣는 재미가 더해지기도 하면서도 약간 아쉬운 부분을 남기기도 하더군요. 일단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피아노의 주된 테마들이 연주되고, 타악기 역시 스타인웨이와 같은 왼쪽 채널에 무개감이 더했는 느낌이어서 상대적으로 오른쪽 채널이 조금 심심해지는 불균형이 생긴 것도 같습니다. 

방금 전에 iTunes 를 통해서 CDDB 에 이 엘범의 정보를 등록했습니다. 음악적 특성상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접할 엘범은 아닐겁니다. 그러면서도 국내에서 찾아 듣는 수만큼은 해외에서 찾아들을 수는 있을 것 같네요. 앞으로 국내외를 통털어 누군가 이 음반을 찾아듣는 사람들은 조금 더 근접한 공감대로 저와 연결되는 샘이죠.
Posted by Lyle
A Day in the Life2008.09.01 03:11
지난 8월25일에서 26일로 넘어가는 때에 저는 서초동의 모차르트 홀에서 미연 & 박재천 님의 Queen & King 2집 녹음 현장에 있었습니다. 음반 녹음현장에 있어보기는 처음이어서 왠지 방해가 될 것 같은 부담감에 가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현장에 계시던 분 하나가 녹음 시작 전 30분 전에 얼렁 튀어오라고 꼬시는 바람에 차몰고 마구 밟아갔죠. 결국 사고 한 번 치고 저 때문에 녹음이 중단되기도 했네요. 무척 민망하고 죄송했지만 언제나 그러셨듯 넉넉한 웃음을 보여주시는 두분...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게 됐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로 나올 음반의 피아노 듀엣곡이자 박재천님의 피아노 데뷔곡이기도 한 '재진자진' 녹음 중인 두 분. 하지만 곧 저 때문에 이 녹음은 중단 되었고 처음부터 다시 하셔야 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야기하다보면 그냥 옆집 누나 같은 미연님. 푸근하고 친근한 느낌의 이분은 연주중에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발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EBS 스페이스공감에서 예산족 연주 때 보여주셨던 마녀와 같은 카리스마가 가장 인상적이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박재천님의 연주를 들은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강태환 선생님 공연을 쫓아다니다가 알게 된 이분 역시 앨범보다는 공연을 훨씬 더 많이 봤죠. 그나저나 녹음 방해해서 죄송해요. T_T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