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여행'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5.15 알카자르 고양이 (1)
  2. 2008.01.29 Epilogo de viaje
  3. 2008.01.28 한.중.일 여자 여행자 구별법 (4)
세비야 알카자르의 정원에 앉아 쉬고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미로와도 같은 정원에 숨어들어갔다가, 그늘 아래서 한참을 앉아있었나보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그가 내게 다가왔던가, 혹은 그를 보지 못한 내가 다가갔던 걸까. 한참을 앉아있던 곳의 바로 왼편에는 고양이 한마리가 누워 잠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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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보듬고 등을 쓸어주고 배를 간지렀다. 그런데 고양이는 잠든 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깨우지 않으려 조심스러웠던 내가 무안해져서, 조금 약이 올라 끌어다 안아버릴까 하던 찰나였다.

"이거 혹시 죽었나!"

흠짓 놀라 잠시 숨죽이고 지켜봤지만 다행히 그의 옆으로 누운 도톰한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나보다 더 그곳을 즐기고 있는 그를 방해할 생각을 버리고, 아까처럼 다시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귀찮게 구는 날 바라봐주지조차 않는 고양이를 몇 번 더 어루만져줬다, 조심스럽게. 문득 그 엄청나게 넓고 아름다운 정원 속에 내가 혼자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혼자 있다는 것, 참 잘못된 거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 만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다행이야.
Posted by Lyle
Magical Mystery Tour2008.01.29 01:38
조금전 여행에서 돌아왔다. 얼마간 못 봤다고 나를 낯설어하는 탈리(고양이)만큼이나 나역시 어딘가 아직 낯설고 불편하다. 그러면서도 두근거릴만큼 들떠있는 것이, 즐길 수 있는 만큼의 낯설음이 여행의 여운으로 남아있는 듯하다.

그동안의 앞선 여행들이 고행을 닮았었다면 이번엔 휴식과 위안이 되어줬다. 그리고 또 이번 여행은 소설 같았다. 마치 무언가를 찾아 떠난듯한 여로형 소설 말이다.

바로셀로나 Joan Miro 미술관 앞에서 빨간 사과 한 알을 들고 나에게 다가왔던 사람. 인연이라 부르기도 쑥쓰러울만큼, 내가 타야했던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만이라는 걸 서로가 알면서도 그렇게 몇 분간이지만 함께 버스를 기다려주었다.

세비야의 호스텔에서 내 윗 침대를 썼던 이를 꼬르도바에서 다시 만났을 때, 멀리서 그의 뒷모습과 함께 보였던 2유로짜리 반지를 내가 기억해내지 못했더라면, 그것에 우연이란 이름조차 붙이지 못했을 꺼라고 반가움 뒤에서 생각했었다.

그리고,

내가 알던 그 누군가의,
그러나 내가 알 수 없었던 그의 과거 속 순간들을
그가 아닌, 하지만 그를 닮은 누군가와 함께 다니며 엿볼 수 있었던
마드리드에서의 하루.

그 모든 순간들마다 우리에겐 각자의 여행이 있을꺼라 아쉬움 이전의 이별을 했을 때, 모두가 다 소설 속의 한 순간처럼 느껴졌다. 장소가 낯설어진만큼 길 위에서는 사람들도 함께 낯설어지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왠지 내가 가는 길 위에 필연적으로 등장했을 것 같은 그사람들을 떠올리고 있는 지금, 모든 여로형 소설들의 결말이 그러하듯 나역시 다시 현실 속으로 돌아와있다. 낯선 곳에서 얻은 무언가를 가슴에 담아갖고서.

우리가 이별을 하기 전부터 서로에겐 각자의 여행이 있었다.


2007년 10월 3일 새벽.
Posted by Lyle
Magical Mystery Tour2008.01.28 11:11
스페인 여행에서 많은 한국 여자 여행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길 나눈 경우는 몇 안되지만 그래도 많이 봤기 때문에 그들이 한국 사람임을 맞출 수 있을 정도가 되버렸죠. 한국 여자 여행자 구별법 중 가장 정확한 건 예쁜 여자는 다 한국여자라는 거죠. (뒤에 나올 말 때문에 약간 아부성 양념을 이렇게 뿌려야 합니다.) 그런데 간혹 그런 구별법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99%의 확률을 비켜가는 1%의 한국 여자 여행자를 구별하기 위해 두번째로 정확한 구별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일본과 중국 여자 구별법도 알려드리죠.


일본 여자 구별법

화려한 용모; 마치 신주쿠(?)에 놀러 나갈 때처럼 화려하게 치장합니다. 화장도 두 숫갈 바르고 머리도 이쁘게 모양낸 채 짧은 숏펜츠에 부츠까지 신었다면 그녀는 분명 일본인. 그런데 일본인들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 여행자도 머리에 왁스 멋찌게 발라줍니다. 화려한 일본 여자 여행자를 마주쳤을 때 예를 갖추려면 그정도는 해야겠죠?

커플 여행; 부부로 보이지 않는 20대의 여행자 남녀가 붙어다닌다면 그건 일본인 커플. 한국 커플들은 결혼 전 해외 여행을 함께 하는 경우는 드물죠, 게다가 한국에서 먼 스페인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일본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 커플은 손잡고 다니질 않아요.

따라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죠.
  • 결혼했다고 보기엔 젊거나 어린 커플이다.
  • 커플인데 손 안 잡았다.
  • 여행자로 보기엔 잘 꾸미고 다닌다.

한국 여자 구별법

99% Lesportsac 을 매고 다닙니다. 거의 예외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죠. 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Lesportsac 이 여행용 가방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다들 들고 다닙니다. 아마 꿀리지 않는 명품스러움(?)에 가볍다는 실용성까지 있어서 그런가봅니다. 한국여자 답죠!

그래서 정리하기도 쉽습니다.

  • 동양인 서양인 막론하고 젤 이쁘다. (일단 양념 쳐놓고...)
  • 반드시 Lesportsac 매고 있다.
  • Lesportsac 안 맸으면 숙소에 놓고 왔다.

중국 여자 구별법

거의 "나머지" 격이기 때문에 설명 없이 바로 정리 들어갑니다.

  • 별로 안 이쁘고,
  • 꾸밈과는 거리가 벌고,
  • Lesportsac 을 안 들고 있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