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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3.01.13 불행한 것과 다른 우울함
A Day in the Life2003. 1. 13. 00:00
아직 좀 시간이 남았지만 아무리 늦어도 2월 10일 전에는 역삼동으로 이사를 간다. 모아놓은 거 한꺼번에 풀고 대출도 졸라 받았다. 방 구하러 다니면서 자기 집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하지만 나도 이제 침대에서 자게 됐다. 빨래를 널 베란다도 얻었다. 작은 식탁도 있으니까 가끔 라면을 끓여먹더라도 바닦에 쪼그리고 앉아서 먹지 않아도 되겠지...

어제 밤 잠을 청하면서 조그만 카페트를 사서 깔고 그위에 나무 탁자를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 앉아서 책 읽는 걸 상상해봤다. 책장도 하나 사서 바닦에 탑을 쌓던 책들도 가지런히 꽂아놓아야지 했었다. 자리가 좁아서 악기 연습할 때마다 보면대와 의자를 꺼내고 정리해야하는 것이 귀찮았는데, 이제는 아예 한쪽 구석에 늘상 보면대를 펴놓고 지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밖에도 많이 있다.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 어떤 사람들은 상상할 가치도 못느끼는 것들이... 난 행복하기도 하면서 여전히 조금 우울하다. 왜냐면 내가 내 부모님의 보호를 받던 시절에는 너무 당연하게 갖었던 것들을 내 손으로 하나하나 다시 얻고 있고 그 과정이 너무나 까마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자기들이 이미 갖고 있어서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 나의 우울함에 공감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행복해하길 바란다. 나역시 그런 방법으로 우울함을 매워보련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