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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30 Chocolate (1) - 초콜릿에 대한 오해
Every little thing2008. 10. 30. 14:40
스페인어 문화권에서 쪼꼴라떼Chocolate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핫쵸코'음료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영어 문화권에서 똑같은 철자를 사용하는 초컬릿Chocolate은 카카오Cacao를 플레이트Plate 형태로 굳힌 사탕과자를 생각하죠. 이 글은 왜 그런 같은 단어에 받아들이는 의미상의 차이점이 생겼을까, 그것에 어떤 문화적 배경이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됩니다. 이후부터 Chocolate 을 '쪼꼴라떼'라고 쓰기도 하고 '초컬릿' 이라고 쓰기도 할텐데 그건 스페인문화권과 영어문화권을 구분해서 쓴 의미로 이해하시면 되겠네요.

쪼꼴라떼는 중남미에서 생산되던 카카오 열매를 마야 또는 아즈텍 문명인들이 '소콜랏' 이란 음료를 만들어 마신 데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이 '소콜랏' 이란 말은 '나홧' 이란 멕시코 중부 지방의 단어로써 '쓴 물' 이란 뜻입니다.(이 단어의 의미와 함께 멕시코 중부 지방이었던 '나홧' 은 다음편에서 제3의 소재와 함께 다시 다뤄질 겁니다.) 혹자는 라떼Latte 가 이탈리어로 우유이기 때문에 스타벅스 같은 곳의 메뉴를 볼 때 그것을 우유에 타마시는 초코음료라고 이해하기도 하더군요. 마치 커피를 우유에 탄 음료를 까페라떼Caffelatte 라고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하게 말입니다. 그러니 커피전문점의 메뉴에 '핫초코' 또는 '초콜렛 드링크' 대신에 당당하게 '초코라떼' 라고 써놓는 거 아니겠어요? 사실 이것 뿐만 아니라 앞서 예시한 '까페라떼' 또한 이탈리어 단어를 영어식으로 붙여 쓴 거라 정체불명이긴 마찬가지일 겁니다.

멕시코가 스페인문화권이라고 말하기에는 역사적 억울함이 있긴 합니다. 그건 마치 우리가 일본에게 더 오래 지배당했다면, 그래서 결국 언어까지 빼았겼더라면 지금에서 독립했다 한들 남들이 '일본 문화권' 이라고 불렀을 것 같은 느낌과 같은 거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적어도 쪼꼬라떼와 관련해서는 스페인문화권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위에 말한 '소콜랏' 이란 말이 스페인어에서 '쪼꼴라떼'로 굳어졌기 때문이죠. 여기서 짚어 넘길 것은 두가지 입니다. 쪼꼴라떼 이전의 소콜랏은 원래가 음료였다. 그리고 또하나는 스페인이 멕시코를 지배하기 이전의 멕시코에서, 사람들이 소젖을 음료로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처음부터 쪼꼴라떼는 물에 타마시는 음료였다는 겁니다. 스페인이 멕시코에 가져간 것이 우유 자체였는지 혹은 우유를 음료로 마시는 문화였는지는 더 조사해봐야 알겠죠. 어쨌거나 그걸 물에 탔건 우유에 탔건 쪼꼴라떼는 '음료' 인 게 맞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내용은 쪼꼴라떼가 사탕과자가 아닌 음료라는 겁니다. 스페인에서 메뉴판을 보면 쪼꼴라떼나 쪼꼴라떼 꼰 레체(Chocolate con leche; hot chocolate with milk)나 똑같이 우유에 탄 음료가 나오는데, 스페인 사람들이 과거 멕시코를 침범하면서 그들에게서 가져온 소콜랏 음료를 자기식으로 우유에 타서 마시는 걸로 정착시켰던 탓이겠죠. 반면 멕시코는 조금 다릅니다. 멕시코의 메뉴판에는 쪼꼴라떼 또는 쪼꼴라떼 콘 아구아(Chocolate con agua; hot chocolate with water)가 있는가하면 쪼꼴라떼 꼰 레체가 따로 있죠. 그래서 멕시코에서는 그냥 쪼꼴라떼를 시키면 지방에 따라서 물에 타서 나오기도 하고 우유에 타서 나오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아직 '소콜랏'의 문화가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거죠. 다시한번 확인하자면 스페인에서도 멕시코에서도 쪼꼴라떼는 음료임이 분명합니다.

그 이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초컬릿 이야기로 넘어가게 됩니다. 카카오는 스페인이 남미대륙을 지배하면서 유럽에 처음 전파됩니다. 영어권인 영국또한 스페인을 통해서 초컬릿을 가져갔겠죠. 아마도 그래서 영어와 스페인이 같은 철자의 chocolate 이란 단어를 쓰고 있는 거라고 짐작해볼 수도 있습니다. 포루투갈어로도 똑같이 쓰고 프랑스어로도 쇼콜라Chocolat이며, 독일어는 잘 모르겠지만 역시나 스페인어를 기반으로 했을거라고 쉽게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초컬릿이 스페인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유럽에 그것을 들여왔을 뿐 중남미대륙에는 영국도 포르투갈도 손을 뻗고 있었죠. 스페인은 쪼꼴라떼가 대단한 장사꺼리가 되자 고가로 상층민에게만 공급하도록 한 반면, 영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그래서 영국에선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더 했을테고, 1700년대에 들어서는 카카오 버터를 짜내어 굳히는 기술이 만들어집니다. 카카오는 카카오 고형과 카카오 버터로 가공되는데 기존의 쪼꼴라테 음료는 카카오 고형을 타서 마시는 거였고 이제는 카카오 버터를 섞어서 사탕과자를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그리고 곧바로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영국에서 사람을 대신할 갖가지 동력기관들이 발명되면서 카카오 버터를 대량 생산하고 가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쯤되면 그다음 이야기는 뻔하죠. 사탕과자인 초콜릿은 영국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영어 발음으로 전파되었던 겁니다.

그래서 쪼꼴라떼와 초컬릿은 똑같은 말이지만 서로 다른 말이 되어버린 거죠. 여기서 한가지 더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어원이 뭐던간에 그것을 전파시킨 나라의 이름을 따르고 있는 또한가지 음식이 쉽게 떠오르잖습니까? 바로 우리의 '김치' 입니다. 해외에선 일본 사람들의 발음을 따라 이미 '기무치' 라고 부르고 있죠.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