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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1 숭례문
A Day in the Life2008. 2. 11. 21:47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집으로 걸려온 전화 한통에 영문을 모른 채 학교에 나갔고 담임선생님을 만나 함께 금산으로 가는 길이었죠. 선생님께선 명길이를 찾아간다고 하셨습니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집이 멀어 방학 보충수업에도 나오지 않았던 명길이를 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 저를 명길이 친구라며 손잡아 맞아주신 명길이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셨죠. 명길이가 학기동안 흩어졌던 시골 고향 친구들과 함께 동네 밖으로 놀러나갔다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돌아가기 아쉬웠던지 명길이는 오는 길에 만난 큰 개울을 헤엄쳐 건너겠다고 했답니다. 함께 놀러갔던 그의 고향친구들은 다리 위에서 명길이 이름을 소리쳐 불렀지만 그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등졌던 거죠.

그날 2학년 5반 반장은 한학기 동안 이름밖에 몰랐던 명길이에 대해, 불러본 적은 있었나 싶었던 이름에 대해 여러가질 알게 됐습니다. 잘 알지 못했던 명길이가 듣고보니 참 괜찮은 아이었구나 싶었던 생각이 혹시 그의 죽음 때문이면 어쩌나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죽음 앞에서 어쩔줄 몰라했던 그때의 어색함에 가려질만큼 슬픔이 너무 작았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돌아오는 길엔 운전하시던 선생님께서 졸리시다며 길 옆에 차를 새우고 한 잠 주무시기 시작하셨는데, 조수석에 앉아 멀뚱멀뚱 깨어있던 제가 이제 조금 들어 알게 된 명길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얼마 없어 그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졌던지... 그래서 그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오늘 저는 짧지 않은 휴가에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농담에서나 수없이 불러봤던 친구 하나를 잃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언젠가 가까이 가보자 했던 날이 분명 있었는데... 그마저 때늦은 관심같아서 그게 혹시 화재 때문인가 싶어 오래전에 잃었던 친구에게 느꼈던 미안함이 또다시 떠오르네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