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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17 설국(雪國)으로의 여행
Magical Mystery Tour2007. 12. 17. 13:45

쉽게 찾을 수 없는 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여행지에서 그 어떤 것과 조우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얼마전 나는 이상의 문학전집을 사면서 서울 안에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그의 작품들이 스며있는 곳들을 밟기 위해 계획하기도 했다. 그처럼 무언가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은 항상 미지의 새로운 것들만이 가득할 것만 같은 여행이란 의미의 상투성을 신선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참 모순적이잖은가, 이미 아는 무언가를 새로운 곳에서 발견하는 것이 여행을 신선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 그건 또다른 의미로 마치 옛 친구를 낯선 곳에서 만나게 되는 반가움 같은 즐거움인 것이다.

지난 금요일, 한밤에 쏟아져내린 눈을 보고있자니 소설 설국의 시작이 떠올랐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설국(雪國)이었다.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졌다."

다이현에서 니가타현을 뚫어버린 약 10km 나 되는 터널속을 기차를 타고 지나고 있다고 상상해본다. 당시 기차의 속도가 얼마나 빨랐을지 모르겠지만 100km 는 안되었을테니 꽤 한참을 어둠 속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을꺼다. 그러다 기나긴 터널을 기차가 빠져나왔을 때 펼쳐진 것이 설국이었다. 터널 안이나 그 밖이나 빛이 없는 어둠은 마찬가지었겠지만 그 밤의 밑바닥까지 하얗게 만들어버린 눈 때문에 세상은 낮보다도 하얗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설국 두권을 들고(나에겐 한글 번역판과 읽지는 못하지만 원서까지 두 권이 있다) 니가타현을 찾고 싶어졌다. 설국에 파묻혀서 설국을 읽는 호사로운 독서도 즐기고 사진도 찍으면서 마치 소설 속의 주인공 시마무라처럼 한량이 되어 그곳을 어슬렁거려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니가타현은 스키장과 온천으로 더 유명해졌기 때문에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편도 거의 매진이더라. 어떻게 비행기편을 구한다 하더라도 2월에 출발할 또다른 여행을 준비중이어서 회사 눈치도 보이고 해서, 이번 겨울은 그냥 꿈을 꾼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 겨울을 위해 남겨둬야 할 것 같다. 그때까지 일본어로 된 설국을 읽을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니 더 즐거워진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