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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al Mystery Tour/Africa2008. 1. 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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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 투어 사무실 앞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브랜다.

브랜다(Brenda)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Capetown)에서 나미비아(Namibia)의 스와콥문트(Swakopmund)까지의 여행에서 제가 타고다녔던 트럭 이름입니다. '버스'가 아니라 '트럭'임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건, 트럭 운전사이자 투어 가이드였던 발트(Walt)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승객이 아닌 짐짝처럼 태우고 다니기 때문이죠.

브랜다의 정체

오랜지 리버를 향해가던 중 첫 1박을 했던 Gekko's Guest House 에서 발트는 사람들을 그곳의 잔디밭에 모여 앉혔습니다. 그리고 그는 트럭의 정체에 대해서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했죠. 벤츠에서 만든 그 트럭은 승객을 태워 여행용으로 쓸 수 있도록 노매드 투어 워크샵에서 개조를 했고, 그렇게 개조되어 남아프리카 대륙을 여행중인 수십대의 트럭들 중 가장 최신 기종에 속한다고 했습니다. 그당시가 2005년 이었는데 그때 브랜다는 워크샵에서 개조되어 나온지 1년이 조금 더 된 깨끗한 트럭이긴 했죠. 그런데 년식을 기준으로 따지면 그걸 '최신 기종' 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말을 '현대적 편의시설' 이란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그때 발트는 이렇게도 말했죠.

"당신들은 운 좋은 걸로 알아라. 브랜다는 몇 안되는 에어컨이 설치된 트럭이다."

하지만 그 에어컨이란 건 틀어도 뜨거운 바람밖에 안 나오는 모양만 에어컨인 물건이었습니다. 제가 그곳에 있었던 때가 12월 동지(아프리카 기준으로는 하지) 무렵이었는데, 남반구에서 낮이 가장 길 그무렵에 남회귀선을 통과했던 그 트럭 내부는 괴로워서 잠들어버리고 싶을만큼 엄청나게 더웠습니다. 그런 트럭 안의 천장에는 뜨거운 바람을 내뿜으며 여행자들을 약올리고 있는 에어컨이란 놈이 붙어있긴 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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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다 안에서 퍼져 자고 있는데 발트가 길 한복판에 트럭을 멈추더니 사람들을 깨웠다. 이곳이 바로 남회귀선이라며. 사진은 남회귀선 표지판에 매달린 라일.


브랜다의 이름의 유래

한가지 더 재미있는 건 트럭 이름의 유래입니다. 노매드 투어의 설립자들이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노매드 투어 트럭들은 요절한 가수들의 이름을 따서 짓게 됐다더군요. 그래서 다른 트럭들 이름도 레논(John Lennon) 이나 엘라(Ella Fiztgerald)등으로 이름지어졌답니다. 그런데 트럭의 대수가 많아지면서 더이상 요절한 가수들 이름을 붙이기 어려워지자 근래에 출시된 두 대의 트럭에는 살아있는 가수의 이름을 붙이게 됐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브랜다' 였다네요. 브랜다는 남아프리카의 가장 대중적인 가수 브랜다 파씨(Brenda Fassie) 에서 따온 이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재수가 없었던 건지 2004년 4월에 브랜다 파씨가 천식으로 요절했고, 결국 트럭 브랜다는 요절가수의 이름을 갖는 전통을 이어받을 수 있게 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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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위해 나무그늘 아래 멈춰선 브랜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트럭 옆구리에서 조리용 선반과 기구들이 있다. 사진에 보이는 개는 우리 일행이 아니었고 그냥 저곳에서 만났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