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10.06 친구 No.2 4
  2. 2008.08.24 무지개 1
  3. 2008.01.07 친구의 결혼
A Day in the Life2008. 10. 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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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남자친구 No.1 이 지워졌다. 정말 의외었던 건 그것의 연쇄반응들이었는데, 그탓에 몇몇 오랜 친구들을 마음 속에서 지워버리거나 먼 기억으로 묻어버렸다. 지금도 그짓은 계속 되고 있는데, 별것도 아닌 듯 하면서도 어찌나 허전한 마음이 되고있는지 모르겠다.

한편 여자친구들은 감성적으로 잘 맞아서 친하게 지낼 뿐 어느 선 이후부터는 어렵다거나, 흔히 결혼이라 부르는 시간경계선을 넘을 때 축의금 제출하고 빠이빠이 하는 정도로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내 스스로가 여자들과 잘 친해지는 편이면서도, 남녀사이에 친구란 거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너무 멀리만 내다보고 영원한 친구를 바랬기 때문인 거지 현재의 친구에게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의미이기도 했다. 남자친구들도 영원하긴 어렵다는 걸 이번에 알았고, 며칠 전에는 남자던 여자던 지금 가까이에 있는 친구가 가장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 경험했다.

현재 나의 여자친구 No.1 은 첫직장에서 상사였던 EJ. 10년 가까이 언제나 한결같은 그분에게 No.1 을 붙였던 어느날이 떠올랐다. 그건 이친구에게서 그런 한결같음이 보였던 순간이었는데, 그래서 이친구에게 여자친구 No.2 를 매겼다. 그녀에게 나는 남자친구 No.3 라니까 자신이 No.2 라고 질투할 일은 없을 꺼다. 내가 네게 No.3 임을 고맙게 생각하듯 너도 내게 No.2 임을 소중히 생각하길. 하긴 No.1 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내게 그 소중함을 가르쳐준 게 너이긴 하다만.


앞으로도 계속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려고 노력, 정진하길 바라노라. 그래야 먼 훗날에 함께 하기로 한 사업에 차질이 없을지어다.
Posted by Lyle
A Day in the Life2008. 8. 24. 19:26
가수 신해철과 윤상의 '노땐쓰' 라는 음반에 '기도'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그 노래에서 묻어나는 종교적 경건함따위 보다는 아래 인용하는 친구에 대한 가사 때문이다. 10년도 더 전에 이 음반을 샀을 때와 똑같이 지금도 나는 이 가사에 주목해서 노래를 듣다보면 등골이 오싹해짐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거친 비바람에도 모진 파도 속에도, 흔들림없이 나를 커다란 날개를 주시어 멀리 날게 하소서. 내가 날 수 있는 그 끝까지. 하지만 내 등 뒷편에서 쓰러진 친구 부르면 아무 망설임없이 이제껏 달려온 그 길을 뒤돌아 달려가 안아줄 그런 넓은 가슴을 주소서.

그리고 2년이 더 지나 이런 노래가 또하나 더 발표됐었다. 산울림의 13집에는 '무지개'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노래는 멜로디도 좋지만 그 가사가 마음을 후벼주는 매력을 갖는다. 외로움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친구가 되어주는 그런 가사 말이다.

네가 기쁠 땐 날 잊어도 좋아 즐거울땐 방해할 필요가 없지
네가 슬플땐 나를 찾아와 줘 너를 감싸안고 같이 울어 줄께
네가 친구와 같이 있을때면 구경꾼처럼 휘파람을 불께
모두 떠나고 외로워지면은 너의 길동무가 되어 걸어줄께

앞서 말한 '기도'는 사실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의미를 가사에 담고 있다. 그 안에 친구에 대한 마음이 묻어있긴 하지만 그건 소승적 구도의 길 위에 거처가는 하나의 시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무지개'는 그런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딴세상의 천사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또다른 의미에서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천사 같은 친구가 등장한다. 이건 내 스스로 천사가 되느냐 혹은 내게 천사가 있느냐의 차이 같은 거다.


이런 노래를 들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어떤 걸까? 나에게 저런 친구가 있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도 노래는 위안이 되어줄꺼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저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은 사람도 또다른 누군가 나와 같은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생각에 쓸쓸함을 달랠 수 있을 꺼다. 그리고 내겐 후자였다. 내게 저런 천사 같은 친구가 있다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누군가에게 저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은 늘상 있어왔다. 그래서 저 노래들이 내게 위안이 되어줬던 것도 그런 의미었던 거다.

그런데 최근에 '무지개' 라는 노래가 짜증스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20년지기 친구 하나에게서 비롯된 그 짜증은 그 20년이란 시간을 쭈욱 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어렵고 힘들 때 내게 찾아오던 그 앞에서 안스러움에 눈물흘리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정작 좋은 일이 있을 때에 그는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곤 했었다. 내가 힘들고 의지가 필요할 때 그에게 기댈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 친구에 대한 실망은 다른 친구들에게로 옮아갔고, 그들역시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이 들자 짝사랑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들처럼 십수년 지낸 친구는 아닐지라도 가까이에 있어 자주 보곤 하던 친구들로부터 연락이 올 때마다 '무지개' 를 생각하게 됐다. 내 친구들이 '무지개'를 들을 때 과연 친구를 위로하고 싶은 생각부터 할까 혹은 친구로부터 위로받을 생각만 할까 하고 말이다. 최근에 날 괴물처럼 만들고 있는 이상한 외로움이 거기서 기인한 것이다.

하나씩 지워보자. 어떨 땐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 차라리 이럴 때 내게 연락하지 않으면 지워지지나 않을 너희들, 하지만 한동안 연락하지 않으면 자연히 날 지워져버리는 가벼운 사람들.
Posted by Lyle
A Day in the Life2008. 1. 7. 00:00
저에겐 손가락에 꼽는 친구지만 그에겐 저같은 친구가 많았나봅니다. 예식장에 찾아온 제가 모르는 그 많은 그의 친구들을 보면서 쓸쓸해짐을 느꼈네요. 제 친구를 안다는 것만으로 저 모두가 내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부럽기도 했죠. 하지만 그렇게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친구들 하나하나에게 성의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제 친구를 보면서, 단 한 명만 있어도 좋은 친구임을 다시 알게 됐습니다.

가끔 단둘이서도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다 서로의 집에서 신세를 질 때면, 아침이 되어 빨아놓은 양말로 갈아신고서 서로의 집에 전날 신던 양말을 벗어 남겨놓곤 했던 우리. 이제 그런 시간들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게 어찌나 서운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부에게 친구를 빼앗긴 것 같아 질투가 나는 건지 집에 돌아와서 신부가 이쁘더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머리도 크고 못생겼다고 대답해버렸죠.

그 못생긴 신부와 미리 친해뒀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하는, 결혼 전부터 생각했던 아쉬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네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