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라미레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10.05 Jose Ramirez 기타샵
Magical Mystery Tour/Spain2007. 10. 5. 13:27

요샌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90년대에 '라미레즈'란 이름은 클래식기타 애호가들의 로망이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카메라의 '라이카' 고, 허리띠의(?) '구찌' 또는 자동차의 '벤츠' 같은 거죠. 한번쯤 써보고 싶은 그런 것. 저역시 그런 라미레즈 기타를 스승님께서 물려주셔서 써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추어인 주제에 악기를 물려받았다는 말을 쓰는 게 어울리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선생님으로부터 샀기 때문에 물려받았다고 하는 건 사실이 아니죠. 하지만 돈주고 샀다고 말하기보다 차라리 공짜로 받은 것처럼 '물려받았다' 라고 말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을만큼, 좋은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악기를 얻었습니다.)

Jose Ramirez 는 1880년대부터 4대째 클래식기타를 제작하고 있는데, 95년에 Jose Ramirez IV 세가 죽으면서 여동생 Amalia 가 공방의 운영을 이어오고 있지만 사실상 기타제작가문으로써의 명맥은 끊어졌습니다. 하지만 4대째 이어온 기타제작의 노하우는 오랜 세월동안 라미레즈의 이름을 갖은자 말고도 여러 훌륭한 제작자들을 교육시켰기 때문에 Ramirez 라는 이름은 이미 그 이름 안에서만 의미가 한정되는 그런 이름이 아닌 거죠. 이미 많은 프로연주자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기타 제작자인 Ignacio Fleta 나 Paulino Bernabe, Manuel Contreras 등도 과거 Jose Ramirez 공방의 종업원들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있는 악기를 사용했던 사람으로써 마드리드에 있는 동안 Jose Ramirez 샵을 찾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스페인을 떠나는 당일날 살짝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했던 6시무렵에 지도를 보고 찾아낸 Calle de la Paz 에서 Jose Ramirez 라고 적힌 샵을 발견할 수 있었죠. 스페인에서 찾아낸 그 어떤 곳만큼이나 참 반갑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Jose Ramirez 기타샵. 창문에 비친 내모습도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데스크에서 한 여자분이 절 맞았습니다. 론리플래닛 가이드북에 찾아가볼만한 곳으로도 나왔기 때문에 여타 다른 관광지에서 절 대하듯 할꺼라고 너무 당연하게 짐작했던 걸까요. 그 데스크의 여자분은 저를 그냥 일반 가게의 점원들이 하듯 대하더군요. 저는 갑짜기 관광객에서 샵에 찾아온 손님으로 저를 바꿔야 했기 때문에 약간은 당황해하며 그녀에게 물어봤습니다.

기타 박물관은 어디있나요?
론리플래닛에서는 기타샵에 기타 박물관이 함께 있다고 나와있었죠. 그녀는 지금 안에서 일 때문에 바쁘기 때문에 내일 다시 오면 볼 수 있을 꺼라고 떠듬거리는 영어로 대답해줬습니다. 보이진 않았지만 문 하나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내부에서는 여러사람이 열띠게 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래서 저역시 떠듬거리는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어서 다시 말해줬죠.

사실 저는 내일 제 나라로 돌아갑니다. 제가 라미레즈 기타를 사용했었기 때문에 꼭 방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찾아왔으니 여기 주변이라도 구경하고 가겠습니다. 사진 찍어도 될까요?

그녀는 약간 미안한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문제 없다며 사진찍는 것도 허락해줬습니다. 사실 제가 들어선 샵 내부는 그다지 넓지 않아서 별로 볼 게 없었죠. 그래도 제가 서있는 곳이 Jose Ramirez 기타샵이고, 진열되어있는 악기들이 제가 썼던 악기처럼 기타리스트들에게 전달되기 전의 진열된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그곳에 서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느낌이 좋았습니다.

조금 있으려니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 뭔가를 이야기하더군요. 느낌상 저라는 손님이 찾아왔음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죠. 아니나다를까 그녀가 나와서는 환하게 웃으며 이제 들어가서 구경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안에서 제가 찾아온 경위에 대해 설명했나봅니다. 그런데 참으로 미안했던 것이 안에서 일 관계로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저대신 밖으로 나와서 이야길 계속 했고 저는 그들을 몰아내고 안쪽으로 들어가 진열된 오래된 기타들을 구경할 수 있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타 박물관


론리플래닛에 'guitar museum' 이라고 적혀있어서 대단한 걸 기대했었던 것 같은데 사실 기타박물관이란 것은 사진에 보이는 왼편 진열장 안에 있는 기타들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현대 기타의 모델이며 기타의 스트라디바리라고 불리는 토레스의 악기부터 시작해서 여러 형태의 기타들이 Jose Ramirez 계보에 있는 악기들과 함께 진열되어있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Jose Ramirez 가 만든 LUTE

다시 밖으로 나왔더니 저 때문에 밖으로 나와준 사람들이 여전히 뭔가를 열씸히 토의하는 중이더군요. 사진 속의 할아버지가 Jose Ramirez 3세거나 혹은 4세였으면 얼마나 반갑겠습니까만 그들은 이미 95년과 2000년에 타계했습니다.
01

뭔가 기념이 될만한 걸 사가고 싶었지만 악기와 몇가지 악세서리 말고는 그럴만한 게 없더군요. 데스크에서 홍보용 책자와 카탈로그 하나씩을 집어들고 아주 조용히 인사하고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습니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