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07. 10. 22. 09:39

짐 보관소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중학생 쯤 되어보이던 아이들 아주 엉망이었습니다. 남의 짐을 마구 집어던지고, 심지어 집어던져진 짐 안에서 뭔가 굴러떨어지는 것도 볼 수 있었죠. 그 굴러떨어진 건 솔기떡이었는데 잘 못한 기색도 비추지 않고 "먹을꺼다!" 하면서 소리지르기나 하는 아주 기본도 안된 애들이었습니다.

출발선에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대열의 거의 마지막에 서있게 됐습니다. 워낙 사람들이 많았는지라 출발하고서 제 속도를 낼 수가 없더군요. 레이스 초반에 4km 정도까지는 계속 요리저리 피해다니며 추월하느라 힘빼야 했고 그후에 6km 쯤 갈때까진 자기 페이스를 모르고 대열 앞에 섰다가 후반에 후달린 사람들을 추월하면서 힘빼야 했죠.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피해다니는 스트레스가 별로 없었습니다. 하프코스나 풀코스의 경우 참가자들이 대략 자신의 페이스를 알고 있고 또 목표 시간대별로 페이스메이커를 세워서 그 주변에 비슷한 페이스를 갖은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추월에 대한 스트레스는 참가자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죠. 10km 대회에 처녀출전했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네요.

그리고 10km 대회에서 한가지 더 예상하지 못했던 점은 젊은 여자분들이 많다는 것. 전에 하프코스와 풀코스를 출전했을 때 다방에 온 분위기었다면 그에 비해 10km 대회는 이쁜 까페에 온 기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레이스 후반부에는 뒷쪽에서 앞으로 추월해나가서 그런지 거의 안보여서 다시 다방분위기가 되더군요.

기록은 51분34초. 그동안 실내에서 5km 정도 뛰는 게 고작이었고 10km 뛰어본 것도 사실 꽤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미사리까지 가면서 기운 뺀 걸 생각하면 기록은 꽤 만족스럽죠. 사실 기록보다 이번 대회는 철인3종 올림픽코스를 뛸 수 있을까에 대한 시험 같은 거였지요. 자전거를 오래 탄 후에도 얼마만큼의 페이스로 10km 를 달릴 수 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혹시 힘이 달리면 돌아올 때는 지하철에 자전거를 싣고서 오려고 했는데 힘이 남아서 되려 돌아올 때는 갈때보다 더 빨리 올 수 있었습니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