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구아에 있는 정글파티 호스텔은 과테말라 론리플래닛에서  평이 좋은 곳 중 하나입니다. 사실 론리플래닛 리뷰를 보고 그런 곳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너무 젊은 애들 취향에 이름 그대로 새벽까지 시끄러운 파티가 이어져서 길게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 호스텔입니다. 도미토리 호스텔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라운지인데 이곳은 라운지가 잘 갖춰져 있더군요. 라운지 같은 공간이 없으면 도미토리 투숙자는 온종일 밖에 나가있거나 침대에 누워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꽤 훌륭한 아침식사를 포함한 숙박비가 저렴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곳 호스텔이 좋은 게 있다면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사람들이랑 놀아준다는 거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젊은 애들의 파티에 끼어들기 어려운 저같은 사람에게도 쓰다듬어 달라며 다가오는 개 입니다. 거의 온종일 여기저기 누워있다가 사람들이 많아지면 여기저기 털래털래 뛰어다니며 꼬리로 사람들을 툭툭 치면서 만져달랩니다. 냄새가 좀 나는 게 문제긴 한데 이렇게 붙임성 좋은 개라니, 라운지의 쿠션 의자 위에 마치 사람인냥 널부러져 있는 녀석을 보면 절로 흐뭇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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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제가 여행자 숙소를 열게 되면 커다란 개를 키울 생각입니다. 사람들끼리는 말이 잘 통하지 않거나 낯을 가린다 해도,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 없이 모두와 친해질 수 있는 개는 호스텔의 아이콘이 되어줄 겁니다. 그리고 그런 핑계가 아니면 언제 그런 커다란 개를 키워보겠어요. 그리고 기왕이면 고양이도 두어마리 키워야겠군요. 지금 같이 사는 탈리가 죽고나면 현실적인 문제로 또다시 고양이를 키울 수 있을까를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탈리를 항상 집에만 가둬두고 있는 게 딱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여행자 숙소라면 자기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수 있도록 해서 고양이를 키우고 싶네요.


Posted by Lyle
her Little White Book2010. 8. 13. 14:13
나이 들어서는 더 많은 소설들에 더 풍부하게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걸까? 문득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희경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라는 책을 읽은지 10년도 더 지났다. 그런데 당시에 그책이 이야기에 대한 흥미 말고 문장들에 담겨있는 생각으로 나를 공감시키지 못하고 지나갔던 건, 작가가 당시 나의 경험을 앞서서 살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다시 말해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한 생각을 공감한다는 건 쉬운 일도 아닐 뿐더러, 그런 건 그냥 놓쳐버리기도 쉽다.

이제서 발견하길, 그 책에는 지나간 사랑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적혀있었다.

이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상대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아닌지 따져보는 데에 사랑할 시간을 다 써버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사랑은 누가 선물하는 것이 아니다. 저절로 오는 운명 따위는 더더욱 아니다. 사랑을 하고 안하고는 취향이며,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엄연한 능력이다.


나이가 더 들 수록 앞서 경험했던 사람들의 생각들에 대한 걸음망도 더 촘촘해질 거다.

아마 많은 아픔들을 동반하면서.

한참 아플 때 잠들어버리거나 놓아버리고 싶다고 징징대는 건 단지 아파서 그랬을 뿐,

그 아픔들에 단련되거나 무뎌지지 않고 계속 아팠으면 좋겠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이 영원하길 바랬던 것처럼, 끝난 사랑이라도 계속 아팠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 남의 이야기처럼 발견한들 그게 절실하게 다가올만큼, 그게 사랑이었건 다른 무엇이었건.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