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little thing2007. 8. 2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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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ques de Riscal 2003


지난번 Caceres 는 이틀만에 다 마셔버렸습니다. 그리고 또 한 병 사려고 홈플러스에 갔다가 그래도 스페인에 미리 가보는 생각으로 마셔보는 거라면 더 다양하게 마셔봐야겠다 싶었죠. 이번에 골라온 와인은 정말 볼품없게 생겼어요. 병도 작고 밑바닥이 거의 파여있지도 않고 라벨로 후지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약간 꺼려졌던 것은 생산지 표시 등급이 DO 보다 낮은 Vino de la Tierra 였습니다. 'Vino' 는 'Wine' 이고, 'de' 는 'of', 'la' 는 정관사 'the, 'Tierra' 는 'Earth' 입니다. 즉, '지구상의 와인' 이란 뜻으로 '평범하다' 정도의 의미일까요? 등급이 낮은 와인이면서도 이전에 사다마신 두 단계 위 DOC 등급의 와인들보다 대략 7~8천원 차이밖에 안나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앞서 말했드시 스페인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마셔보고 싶어서 입니다. 지난 와인들이 Penedes 와 Rioja 지방을 여행했다면 이번엔 Castilla y Leon 을 여행하는 거죠. Riscal 의 생산지는 Castilla y Leon 으로, 생산지 표시 딱지의 작은 지도에 빨갛게 표시된 것처럼 Rioja 보다 서쪽에 있는 지방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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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o de la Tierra


라벨에는 그냥 Riscal 이라고 씌어져있는데 여기저기 찾아보니 보통 상표 이름을 부를 때 숙어처럼 쓰는 말이 "Marques de"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와인도 "Marques de Riscal" 이라고 부르는 것 같더군요. 설탕 껍질에 "백설" 이라고 씌어있어도 "백설표" 라고 씌어있어도 "백설표" 이긴 마찬가지인 이치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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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와인들의 코르크들. 맨 앞에 RISCAL이..


맛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싫어하는 알콜향도 강했고 그다지 특색있는 맛도 아니고 그냥 무난하다 싶은 정도... 그런데 이와인에 대해서 검색해보면서 참 우습다 싶은 게 있는데 바로 와인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죠. 이와인에 대해 두 명의 블로거가 쓴 글을 봤는데 똑같은 말을 조금씩 바꿔 말하므로써 결국 두사람의 느낌이 거의 100% 일치하는 표현으로 블로그에 씌어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저는 와인을 공부하면서 마시는 사람들을 싫어하진 않지만 섞이고 싶지도 않습니다.  자기가 이 와인을 맛보고서 느껴야할 것에 대한 정답이 있는 듯한 부담감도 싫고, 뭔가 대단한 걸 하는 듯 좀 들떠있는 것 같은 태도도 싫고... 물론 단 맛을 단 맛이라 하고 쓴 맛을 쓴 맛이라 할 수밖에 없는 건 맛에도 정답이 있다는 걸 맞는 말로 듣게 해주지만, 맛을 표현함에 있어서 누구나 다 똑같이 milk 향이 난다는 둥 딸기 향이 난다는 둥 그 표현에 있어서 뜬 그룸 잡는 짓을 하면서 어떤 정답을 쫓아가려고 하는 게 싫다고나 할까요? 저한텐 그냥 이거 별로 맛없고 쓰고 쏘는 향을 갖은 와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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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에서 파는 스페인산 와인 3종


이로써 홈플러스에서 파는 와인 3종을 다 마셔봤습니다. 사실 한개가 더 있지만 그건 1만원도 안하는, Vino de la Tierra 보다 더 낮은 등급인 Vino de la mesa 등급으로 그냥 하우스 와인이어서 무시하렵니다. 그대신 다른 마트나 와인샵에 가서 이 3종의 와인들 말고도 또 뭐가 있는지, 앞으로 스페인에 가기 전 남은 한 달 동안 찾아서 마셔볼까 해요.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7. 8. 24. 12:59

지난번엔 라벨이 후져보여서 선택하지 않은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를 집어왔습니다. 역시 LAN 과 마찬가지로 리오하 지방의 DOC 등급의 최상급 와인입니다. 그러면서도 값도 참 훌륭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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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ques de Caceres

Marques 는 marcar 의 2인칭 현재시재 접속법 변화형태로, 영어로는 mark 또는 score 정도의 의미인데 Marqeus de Caceres 가 스페인의 와이너리 이름인 걸 보면 mark 의 뜻인 것 같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옛날의 "백설표" 따위의 상표처럼 "까세레스표" 정도 되겠죠. 와인을 접하다보면 이렇게 'Marques de' 로 시작하는 이름을 왕왕 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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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을 벗겼지만 역시 지난번처럼 그림이 그려져있진 않군요. 코르크를 뽑아봤지만 역시 그냥 평범한 코르크여서 상대적인 실망감이 있었습니다. 이쁜 코르크가 갖고 싶은데 말이죠. LAN Crianza 와 놓고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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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팅을 위해 한 잔 따름


테이스팅을 위해 한 잔 따랐습니다. 그런데 맛은 LAN 보다 제 취향에 더 나은 듯. 일단 부케에 코를 찌르는 알콜향이 이전에 마셨던 스페인 와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었고, 목에 넘겼을 때 끝맛으로 살짝 남는 매콤함이 독특하게 느껴졌네요. 이렇게 살짝 매운맛이 나는 건 처음 경험해봅니다.

코르크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고 라벨도 후져보이지만 맛이 좋아서 왕왕 사마시게 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리오하 지방 와인의 생산지 표시 테그를 비교해보죠. 오른쪽에 OD 라고 씌어있는 것이 LAN Crianza 고, NX 라고 씌어있는 것이 Marques de Cacere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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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7. 8. 19. 01:34

최근 스페인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와인을 테마로 한 여행을 여정에 넣어볼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명 와인 산지인 Rioja 지역과 바로셀로나 근방의 Penedes 의 와인 생산자들을 찾아가거나 투어에 참가하려고 알아봤죠. 그런데 그냥 찾아간다고 반가워할 것도 아니고, 게다가 투어에 참가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비싸서 생각을 접었습니다.

그대신 마드리드에서의 숙소를 --- 밤에 사다 마시기도 하고 귀국할 때 두어병 사올 생각으로 ---스페인의 와인 셀러 근방으로 선택했고, 출발 전에 한국에서 스페인 와인을 몇 개 마셔봐야 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며칠전에는 친구와 함께 삼성동의 Vin de Table 엘 갔었죠. 와인리스트를 보니 Rioja 지역 와인이 서너개 됐고, Penedes 것이 하나 있었는데 Penedes 산이 그중 가장 싸길래 주문했습니다. 그리해서 그날 마신 것은 Vina Heredad Crianza 2000, Segura Viudas. 처음 마셔본 스페인 와인이 됐는데 맛도 괜찮았습니다.

그리고서 집 앞 마트에 가서 혹시 스페인 와인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딱 두가지가 있었네요. Lan Crianza 2003 와 Marques de Caceres Crianza 2002 였는데, 둘 다 Rioja 산 와인이고 값도 거기서 거기었지만 마르께스 데 까레레스 끄리안자의 레이블이 워낙 후지게 생겨서 란 끄리안자를 사왔지요. 사실 한가지가 더 있었는데 그냥 하우스와인이었기 때문에 고려대상으로 삼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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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이었지만 요새 무척 덥기 때문에 온도를 좀 낮추기 위해서 냉장고에 잠깐 넣었다 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피겔라우 크리스탈 잔과 별로 안좋아하는 오프너, 그리고 마음만 쫌 놓이게 해주는 베큠 세이버(vacuum saver)를 모아놓고 찍어봤네요. 어떤 맛일지 기대되는 순간... 호일을 벗기고 코르크를 뽑으려는데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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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류로 찌르기 미안하게 코르크에 그림을 그려넣을 껀 뭐랍니까! 이거 때문에 찔러넣지 못하고 또 머뭇거리게 되더군요. 왠지 뽑아낸 후의 코르크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조심조심 코르크를 뽑아냈더니 역시 기대한만큼 이쁜 코르크가 나와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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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상했다고 생각할만큼 알콜향이 강했고 한 잔을 다 마시기 싫을 정도로 쏘더군요. 다음날 환불받을 생각을 하면서 그냥 뒀는데 다음날 마트로 가기 전 다시 시음해보니 괜찮았어요. 가끔씩 늦은 밤에 입안이 텁텁해지면서 와인의 쏘는 맛이 강하게 느껴질 때가 있더군요. 그러나 여전히 알골향 짙은 부케는 거슬릴만큼은 아니지만 좀 있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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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는 프랑스산 달팽이...... 는 못구하고 영국산 골뱅이 되겠습니다. 왼쪽 위에 출몰한 괴수는 제가 키우는 고양이죠. 이녀석이 골뱅이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처음 알았어요. 안뺐길려고 사진 후딱 찍고 바로 다 먹어버렸습니다. 자, 이제 스페인 리오하 지방의 와인을 마시면서 다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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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와인등급

나라에서 DO 또는 DOC 로 등급으로 품질을 매긴다고 하네요. 생산와인의 절반 가량은 Vino de la Tierra 로 일반 등급이고 나머지 절반은 DO(Donominaciones de Origin) 등급을 준답니다. 1991년부터는 DO 등급보다 더 고급의 와인에 DOC(Donominaciones de Origen Calificade)라는 등급으로 원산지 표기를 하는데 리오하가 유일한 DOC 등급 생산지입니다.

원산지에 따른 등급 외에도 오크통 속에서 최소 1년 숙성한 후 병입해서 2년 이상 더 숙성시킨 와인에 Reserva 라는 표시를 하고, 오크통과 병입 숙성 기간이 2년이 되면 Crianza 등급을 표기합니다. 오크통에서 최소 2년 숙성시킨 후 병입한 후까지 포함해서 5년 이상 숙성시키면 특별히 Gran Reserva 표기를 한다네요.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7. 6. 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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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LX 를 살 때 무척 겁먹었습니다. 값도 비쌌고 물건보는 법도 복잡했기 때문에 따질 것도 사기전에 공부해야할 것도 많았죠. 그다지 조작법이 복잡하지도 않으면서 전문가가 필요한 모든 기능을 다 갖추고 있는 그런 카메라가 바로 LX 입니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카메라죠. 중고로 산 후 얼마 안되서 고장이 나 셔터박스를 10만원이나 들여 교체해야했지만 전혀 아까운 느낌이 안들었을만큼 무척 즐겨사용해오고 있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엄청난 셔터소리를 꼽을 수 있겠네요. LX 의 셔터소리는 쇠붙이가 부디치는 소리가 납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7. 6. 26. 16:42

카메라 필름에 대한 수요가 작아지면서 값이 해마다 오르고 있습니다. 현상료도 만만치가 않죠. 게다가 스캔하는 비용까지 따지면 필름 한 롤에 1만원가량을 쓰게 되고, 셔터 한 번 누를 때마다 300원가량 지출하는 샘이라고 생각하면 필름카메라의 셔터라는 건 정말 예술할 때 한 번씩 눌러줘야하는 게 되버리죠. 방법은 세가지 입니다.

돈을 더 많이 번다.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죠. 약도 되지만 병도 됩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쓴다. 필름, 현상, 스캔의 모든 금전적 시간적 부담이 없어집니다만 저는 싫어합니다.

자가현상, 자가스캔, 그리고 벌크필름.

벌크필름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들과 준비물들을 준비할 때의 주의사항, 벌크필름으로 필름을 만들어 내는 과정과 주의사항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사진들이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진 않지만 꼭 필요한 장면들은 모두 담고 있고, 사진보다는 설명을 통해 주의사항들을 숙지하는 것이 직접 하는데 도움이 될꺼라고 봅니다.



준비물


벌크필름이란 일반적인 36장 또는 24장 필름과 달리 100ft 길이로 감겨서 캔에 담겨있는 필름으로 직접 필름 케니스터에 감아넣어 사용하는 필름입니다. 모든 필름들이 다 벌크 형태로 나오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대부분 구하기가 쉽지 않죠. 비교적 구하기 쉬운 건 ILFORD 나 TMAX 등의 흑백필름이고 네거티브필름이나 슬라이드필름 등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방법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벌크 필름들

벌크필름들


벌크필름을 비어있는 필름 케니스터에 말아놓은 걸 속칭 마끼필름이라고 합니다. TMAX 100 또는 TMAX 400 등의 마끼필름은 충무로나 종로의 필름 관련 제료상에서도 싼 값에 구할 수 있는데 직접 말아쓰면 더 싸지긴 하지만 필름로더와 암백등의 부가적인 장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들어가고, 많이 말아서 써야 본전을 뽑게 되죠. 본인이 필름을 주로 사용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꺼라고 생각되지 않으면 주변에 아는 사람들에게 빌려쓰는 게 좋겠습니다.

벌크필름으로 마끼필름을 말아내려면 벌크필름 외에 필름로더, 암백, 그리고 빈 필름 케니스터가 필요합니다. 필름로더도 종류가 무척 다양한데 대게 생긴 모양새는 아래 두가지 형태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네요.

필름로더 2종

필름로더의 대표적 형태

왼쪽의 것이 Watson 필름로더이고 오른쪽은 Lloyd 로 무척 원시적인 필름로더입니다. 둘 다 둥그런 부분에 벌크필름을 넣고 필름 케니스터를 꼽은 후 와인더를 돌려 필름을 케니스터 안으로 감아넣는 장치들이죠. 약간 더 편리하다는 이유로 저는 왼쪽의 Watson 제품을 즐겨사용하지만 저런 형태의 필름로더는 오른쪽의 형태보다 필름의 낭비가 발생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 더 자세히 쓰겠습니다.

필름 케니스터

빈 필름 케니스터

다 쓰고 필름을 잘라낸 빈 필름을 필름 케니스터라고 합니다. 또는 파트로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필름 케니스터는 현상소에서 다량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즘 현상소는 직접 현상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보내는 곳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있다면 안준다거나 돈을 받고 팔 이유는 없습니다. 보통 100ft 벌크필름 한통으로 36장짜리 마끼필름을 감아내면 19~20롤 정도 나오니까 벌크 한통을 위해 20개 정도 필요하다고 보면 되겠죠.

현상소에서 케니스터를 골라올 때는 두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필름을 잘라내고 남은 부분이 케니스터 밖으로 나와있어야 합니다. 사진에서 왼쪽 아래에 있는 SUPRA 400 필름을 보면 필름 끝단이 케니스터 밖으로 낼름 나와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저부분이 속으로 말려들어가있으면 가져와봐야 쓸 수 없습니다. 저부분은 쉽게 말려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가져온 후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네요.

두번째 주의사항은 수동카메라 사용자들은 무시해도 그만이기도하지만, 필름과 케니스터의 ISO 를 맞춰서 가져오는 게 좋습니다. 예를들어 벌크필름은 ISO 400 이라면 케니스터들도 ISO 400 이라고 표시된 걸로 맞춘다는 겁니다. 벌크필름 종류와 필름케니스터의 종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지만 굳이 ISO 를 맞추는 건 케니스터의 DX 코드 때문이죠. 위 사진에서 은색으로 빛나는 부분이 바로 필름의 ISO 감도를 카메라에 알려주는 DX 코드입니다. 자동카메라들은 저 DX 코드를 읽고서 자동으로 필름의 감도를 설정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카메라들은 수동으로도 ISO 를 설정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간혹 DX 코드를 통해서만 ISO 설정이 되는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그런 카메라들에서 마끼필름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케니스터의 ISO 표시가 벌크필름의 그것과 같아야겠죠. 수동으로도 ISO 를 설정할 수 있는 카메라일지라도 필름과 케니스터의 ISO 표시가 동일하다면 ISO 설정에 대한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필름 감도는 ISO 400 이고, 케니스터는 ISO 200 인 마끼필름을 카메라에 장전했을 때, 카메라가 DX 코드를 통해 ISO 를 200 으로 설정하게 되는데 이것을 촬영자가 수동으로 ISO 400 으로 바꿔줘야하는 것도 불편할 뿐더러 더러 바꾸지 않은 채로 촬영에 들어가는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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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모양으로 생긴 것이 암백입니다. 마끼필름을 감기 위한 모든 준비물들을 펼쳐놓은 암백 위에 놓았더니 탈리가 올라와 앉았네요. 준비물을 모았다 뿐이지 모든 게 다 암백 안에 들어갈 것들은 아닙니다.

암백은 빛을 차단해주는 주머니로 벌크필름을 필름로더 안에 넣을 때 쓰고, 또 자가현상 시에는 필름 케니스터에서 필름을 뽑아내어 현상통 안에 넣을 때도 쓰는 물건이죠. 하단에 지퍼를 통해 내부에 물건들을 넣고 지퍼를 닫은 후 고무줄로 조여주는 티셔츠 팔 모양으로 생긴 곳을 통해 양 팔을 넣고 내부의 물건들을 만질 수 있습니다. 물론 보지 않고 감각만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이뤄지는 작업이 익숙해지지 않으면 진땀빼게 됩니다.

암백은 안에서 움직일 공간이 넓을 수록 편하기 때문에 무조건 큰 걸로 사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암백 사용시엔 모든 준비물을 한 번에 집어 넣어야 합니다. 세탁기처럼 세탁이 시작된 후에도 빠뜨린 세탁물을 그냥 뚜껑열고 넣을 수 있는 게 못되어서, 일단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무언가 빠졌다면 암백을 다시 열 수 없기 때문에 매우 곤란해지죠.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일단 빛이 완벽히 차단된 곳으로 들어가서 열던지 (그런 장소가 있다면 암백을 쓸 이유도 없겠지만), 최대한 어둡게 해놓고서 팔을 넣은 쪽을 통해 빠뜨린 준비물을 넣는 것이 좋습니다.



마끼필름 말기


여기까지는 준비물들에 대한 설명이었고 이제 작업에 대한 설명입니다. 암백 안에 벌크필름과 필름로더만 넣습니다. 벌크필름은 필름캔을 통째로 넣고 암백 안에서 캔을 여는 좋습니다. 제품마다 포장이 다르기때문인데, 작업예시를 위해 사용한 NEOPAN SUPERPRESTO 1600 필름의 경우 필름캔을 열면 까만 비밀봉지가 필름을 감싸고 있는데 비닐봉지가 밀봉되어있지 않고 열려있기 때문에 캔에서 필름을 꺼낼 때 노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게 모든 필름이 캔 내부에 밀봉포장을 하고 있고, 또 어떤 필름은 밀봉포장을 뜯어 내도 벌크필름 외부를 종이 테두리로 감아 빛의 노광에 대해서 이중 안전장치를 해두기도 하지만 NEOPAN SUPERPRESTO 1600 같은 대범한(?) 필름도 있으므로 암백 안에서의 눈먼 작업이 조금 더 성가셔지더라도 필름캔은 암백 안에서 열도록 합시다.

아래 사진은 벌크필름을 필름로더에 넣는 작업으로 반드시 암백 안에서 이뤄져야하는 작업입니다. 사진을 찍어 보이기 위해 암백 밖에 꺼내놓고 못쓰는 필름을 가지고 촬영했을 뿐이죠.

암백 안에서 필름로더에 필름 넣기

암백 안에서 필름로더에 필름 넣기

하얀색 필름은 분량상 정상적인 벌크필름의 반의 반도 못되지만 암백 속에서 필름이 로딩된 방향을 상상해보기엔 충분합니다. 필름로더의 뚜껑을 열면 벌크필름 한 통 분량을 넣을 수 있는 동그란 공간이 생기는데 사진과 같은 방향으로 벌크필름을 축에 꽂아 넣으면 됩니다. 필름로더가 다른 종류일지라도 대략 보면 위 사진으로 필름을 넣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 한가지 빠진 게 있다면 벌크필름의 원통축인데, 벌크필름의 원심부에는 손가락 굵기만한 플라스틱 원통이 있고 그것의 중앙에 필름로더의 축에 딱 맞는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사진은 못쓰는 필름을 예시로 하고있기 때문에 원통이 빠져있고 필름이 대충 필름로더의 축에 걸쳐있는 모양입니다.

벌크필름을 필름로더의 축에 정확히 끼워넣기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습니다. 보지 않고 해야하고, 또 필름이 미끄러워서 벌크필름의 원통면을 잡고 있으면 필름로더 안쪽으로 벌크필름의 원심부가 쏟아져내릴 수도 있습니다. 이작업을 돕기 위해 어떤 필름로더는 사진에 보이는 필름로더의 원심축에 꽂아서 원심축을 밖으로 튀어나오도록 하는 막대기 같은 걸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 막대기를 가이드삼아 벌크필름을 꽂아넣으면 됩니다. 그리고 어떤 벌크필름은 필름의 원통면을 종이테이프로 감싸서 필름의 원통면을 꽉 잡을 수 있게 해서 필름 원심부가 쏟아져내리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벌크필름 장착이 끝났다면 필름로더의 뚜껑을 닫고 암백에서 꺼내면 됩니다. 이제 비로서 마끼필름을 감기 위한 준비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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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로더의 입구에 케니스터를 넣고 필름의 끝부분을 케이스터에 매롱 하고 나와있는 필름 끝단에 붙여준 모습입니다. 앞서 필름케니스터를 현상소에서 골라가져올 때는 케니스터 밖으로 필름 끝이 빠져나와있는지 확인해야한다고 이야기했던 이유를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진에서는 노란 테이프로 밑면 전체와 윗면의 반쯤 붙여준 모습인데 제가 저렇게 접착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자가현상을 하기 때문에 나중에 필름을 다 쓴 후 암백 안에서 필름을 케니스터로부터 불리해내야 하는데 저런식으로 붙여놓으면 가위를 사용하지 않고도 필름을 뜯어낼 수가 있기 때문이죠. 암백 안에서 가위를 사용하기란 무척 어렵거든요.

그런데 만약 자동카메라에서 사용할 필름이라면 무조건 단단하게 양면 모두 접착할 것을 권합니다. 제가 Nikon F5 를 사용하던 때 언젠가 한번은 마지막 36컷째를 다 찍은 후 자동 장전되면서 접합부가 카메라 안에서 떨어져나가서 무척 곤란했던 일이 있었죠. 자동카메라의 경우 자동 필름 장전 시 필름을 당겨보고 당겨지지 않으면, 즉 필름이 끝까지 다 풀렸으면 필름이 다 소진됐으니 되감으란 표시를 출력한다거나 자동으로 되감아버리게 되는데, F5 의 무지막지한 모터가 36컷째를 찍은 후 필름을 당기면서 접합부분을 뜯어내버린 거죠. 접착테이프는 오래되거나 온도나 습도가 올라가면 접착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동카메라에 사용할 마끼필름은 반드시 접착부를 튼튼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습니다. 수동카메라에서는 36컷 찍은 후에 스스로 와인더를 당기지 않으면 되고, 혹시 한 컷 더 쓸 수 있나 싶어 당겨볼 때도 주의해서 살살 당길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사진에서 보는 접착방법을 고수하고 있지요.

이제 뚜껑을 닫고 필름로더의 와인더를 돌려서 필름을 케니스터 안으로 감아넣으면 됩니다. 와인더를 몇 번 회전시켜야 하는지는 필름로더마다 다르고, 또 필름로더에 적혀있기 때문에 따로 쓰진 않겠습니다. 다만 36장짜리 마끼필름을 감는다면 최소한 37장 이상 감을 것을 권하겠습니다.

마끼필름 절단

마끼필름 절단시 필름 절약을 위해 케니스터 바로 앞에서 잘라주세요.

위 필름은 40장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쓸 수 있는 분량은 40장이 못되고 아마 최대 37장정도 될 겁니다. 나머지 3컷은 필름 시작 부분과 끝부분에 불가피하게 버려지는 부분입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Watson 필름로더의 단점이 이렇게 필름의 낭비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제 케니스터에 감긴 필름 끝부분을 약 10cm 정도 빼낸 후 필름 아랫쪽을 'ㄱ' 모양으로 잘라주면 마끼필름이 완성됩니다. 필름이 헷갈리지 않도록 라벨로 필름 종류와 ISO 정보를 써주면 더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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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로더기 2종의 장단점 비교


모든 작업은 다 끝났지만 마지막으로 Watson 과 Lloyd 필름로더기의 장단점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이부분은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그러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필름로더기는 브랜드만 다를 뿐 형태는 Watson 아니면 Lloyd 이므로 어떤 필름로더든 제 설명은 공통적으로 통합니다. 아마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HANSA 라는 일본 제품을 많이들 쓰는데 그경우 Lloyd 형이라고 보면 됩니다.

Watson 형은 필름에 스크래치가 안생기도록 되어있는반면 Lloyd 형은 필름면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습니다. Watson 의 경우 필름로터의 필름통에서 필름이 뽑아져 나올 때만 입구가 열리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필름이 이동할 때는 필름면에 아무것도 닿지 않게 되어있지만, Lloyd 형은 항상 필름면에 뭔가가 닿아있게 됩니다. 보통 벨벳같은 부드러운 천이 붙어있어 스크레치를 방지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간혹 스크레치가 생길 수 있죠.

반면에 Lloyd 형은 벌크필름이 장착된 필름통 입구와 필름케니스터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필름의 낭비가 적습니다. Watson 은 그 거리가 멀기 때문에 버리는 필름이 생길수밖에 없는 구조죠. 특히 주의할 것은 Watson 의 경우 그 거리가 멀기 때문에 필름 마지막 컷이 불가피하게 반쯤 노광된 채로 감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필름의 마지막컷이란 건 카메라의 셔터 위치에 따라 결정될 일이어서 안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제가 앞서 필름을 감을 때 40컷씩 감았고 또 필름 끝단을 자를 때도 케니스터의 바로 앞에서 잘라내는 겁니다. 안해본 사람들은 이해가 쉽게 안되는 부분이지만 여러차례 해보고 실제 필름을 사용해보고 현상해보면 알게 됩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7. 5. 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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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M6 classic 이라고 부르는 모델로, 0.75 배율의 뷰파인더를 갖고 있고 플래시와 TTL 연동이 되지 않는 모델이다. 대게 M6 는 왼쪽 상단에 "Leica M6" 라고 적혀있지만 이건 그냥 "M6" 라고만 약간 더 큰 글씨로 프린트 되어있어 big logo 모델이라고도 불린다. 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더 좋을 것도 없는...

M6 를 사기 전에 가장 망설였던 것이 필름와인더 모양이었는데, M3 이후 모델들은 유선형의 와인더가 아닌 각진 모양의 멋없는 와인더로 바뀌었다. 사진에서 보이진 않지만 나의 M6 는 M3 의 아름다운 유선형 와인더를 달고있다. 원래 그랬던 게 아니라 M3 의 그것으로 교체된 것. 그래서 너무나 아름다운 M6가 됐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7. 5. 7. 18:43

작년에 영화 유레루를 보면서 주인공인 오다기리죠가 쓰는 카메라가 무얼까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의 클래식한 모습 때문이라기보다 필름 장전을 위해 항상 두 번씩 와인딩 레버를 당기는 영화속 장면에 의아했던 거죠. 오다죠의 개인적인 습관인지, 혹은 카메라 자체가 그런 것인지... 그리고 그게 Leica 의 M3 라는 카메라의 Double Stroke 모델임을 알게 됐죠. 실제로 두 번 감아줘야 필름이 장전된다더군요.

그리고 이제는 제가 그 카메라를 갖게 됐습니다.

사실은 오다기리쬬 때문에 이 비싼 카메라를 산 건 아니고 이미 갖고 있던 Summicron 50mm rigid 랜즈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죠. 그리고 정말 그렇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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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M3 는 와인딩 레버를 두 번 감아줘야 하는 Double Stroke 형은 아닙니다. 단종될 무렵에 가까웠을 때 생산된 바디는 일반 카메라들처럼 한 번만 감아줘도 되는 Single Storke 형태로 출시되었다더군요.

노출계가 없기 때문에 항상 외장형 노출계를 함께 휴대해줘야 하고, 필름 장착하는 것도 무척이나 불편하게 되어있지만 뷰파인더가 시원시원하기 때문에 50mm 화각의 랜즈를 달았을 때에 최적화되어있지요. 게다가 파인더 배율도 1:1 에 가깝기 때문에 맨 눈으로 보는 상과 나머지 한쪽 눈으로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상의 크기가 거의 같아 두눈을 모두 뜨고 촬영해도 불편함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여전히 불편하고 무겁고 어려운 카메라임엔 분명합니다. 하지만 멋찐 외관과 함께 묘한 매력이 있는 카메라 입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7. 5. 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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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 ME 는 나에게 필름 카메라의 시작이다. 아버지께서 쓰라고 주셨을 때 랜즈에 붙은 곰팡이 청소하고 카메라 오바홀 하느라고 중고로 한 대 더 살만큼 돈이 들어갔다. 하지만 의미가 있는 카메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이 카메라는 내가 태어난 해에 출시되었다. 아래 아기 사진은 이 카메라와 함께 세트다. 걷지 못하고 기던 시절 이 카메라로 아버지께서 찍으신 내 모습. 일단 엎어지긴 했는데 잔디가 눈을 찌르니까 일어날 능력은 못되고 애써서 무거운 대두를 잔디 위에서 버티고 있느라 낑낑대는 고통스러운 모습인듯. 피사체의 고통을 외면하고 사진찍기를 우선시하는 저널리스트들의 감성(?)을 내 아버지도 갖고 계셨던 걸까? 그리고 이마가 넓고 시원한 것이 정말 나이긴 한건가 하는 의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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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6. 8. 25. 19:48

최근에 스타들이 전문가만큼 사진을 찍는다는 기사를 왕왕보곤 했는데, 그 중 배두나와 정종철 말고는 여타 취미가들이 그렇듯 그냥 흥미 수준일 것 같은다. 다른 사람들 다 아니라고 하고 배두나와 정종철만 심각한(?) 취미가로 인정하는 건 정종철의 경우 모델사진으로 꽤 알려진데다 실제 전시된 사진을 보기도 했던 이유고, 배두나는 그 좋다는 비싸다는 구하기 어렵다는 장비들을 쓰는 걸로 유명했기 때문.


배두나가 쓴다는 카메라들이 소문만이 아니었다는 증빙사진(?)을 마침 찾게 됐다. 사진에 보이는 카메라들 말고도 더 있는 걸로 알고는 있지만...

여하튼, 영화 '괴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때에 시기적절하게 그런 스타들의 사진취미 관련 기사들과 때를 맞추어 배두나가 사진집인지 여행기인지 수필집인지 다 섞어놓은 짬뽕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책을 냈고 상당히 잘 팔리고 있는 모양이다.

책을 본 사람의 말로는 배두나가 런던에 들고간 카메라들은 이렇단다.

Nikon FM3a
Leica M6TTL
Rolleiflex 2.8f
Contax G2
Polaroid SX-70
Ricoh GR1v

위 물건들 중 세개는 랜즈교환식이니 랜즈값까지 합친다면 어림잡아 700만원 정도를 들고다닌 샘. 그런데 저 많은 카메라들을 들고다녔을 수는 없겠고, 카메라 케디(?)를 동반한 채 본인은 가볍고 기분 좋게 폴짝폴짝 뛰어다니다가 "롤라이 주세요.", "라이카 주세요" 했을 것같다. 이 얼마나 고급스러우며, 그런 호화장비들을 뛰어넘는 고상한 취미란 말이냐.




















































































































































다행히도, 사진집에서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그녀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사진의 수준이 보통은 넘는다고 한다. 그나마 사진이라도 좋지 않았더라면 돈 많은 연예인이 사치스런 장비와 함께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질투심이 생겼을 수 있는데, 그것이 다행이라 함은 내가 배두나의 연예활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좋은 느낌이 해침을 당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다.

그런데 별로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연기자 배두나가 영화를 찍었다면 돈을 주고 봤고, 드라마에 출연했다면 역시 채널을 돌려 시간을 보냈을 수 있지만 그녀의 취미생활에까지 투자가치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다만 혹시 그녀가 누드집을 찍어 출간한다면, 그래서 사진집과 함께 패키지로 묶어서 판다면, 그때 살 생각이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6. 8. 23. 00:27
전부터 하나 갖고 싶었다.


옛날에 애리누나가 경옥씨 유학가기 전 전시회에서 쓰는 걸 본 후부터...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6. 7. 8. 00:13

향이 산뜻해서 가끔 냄새만 맡고 뚜껑을 닫을 때도 있다. 물론 손에 바르면 더 좋지만 냄새 맡느라고 계속 바르다간 비싼 로션이 동날테니까. 듬뿍 바르는 것보다 조금만 바르는 것이... 난 짜장도 고추장도 커리도 약간 모자라다 싶게 비벼먹는 맛이 더 좋더라.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6. 7. 7. 21:20
한참 고민만 하던 Macbook 을 드디어 주문했다. 품절이라 제품 받으려면 또다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단다.

'87년 Apple IIe
'91년 286 AT
'96년 Pentium 100MHz
'06년 Macbook

96년 거의 소형차 한 대 값을 주고 샀던 펜티엄 컴퓨터가 마지막이었으니
10년만에 사는 컴퓨터가 된다.
20년만에 다시 애플컴퓨터로 돌아가는 거고,
30년 살면서 내 돈으로 컴퓨터 사는 게 처음이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4. 1. 27. 17:32
난 고등학교 때 수업을 잘 안들었어. 중학교 때도 그랬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나고... 어쨌든, 국어시간은 따분했고 영어 수학 시간엔 다 아는 이야기들뿐이고. 그래서 수업시간동안 자습을 하거나 낙서를 했지. 그당시 내가 썼던 수십권의 연습장들은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뒀었는데 그 안에는 그리다 만 그림들까지 이런 그림들이 잔뜩 있었다. 어느날 그 노폐물들을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몇 개만 뜯어놓았고 그 중 두 개만 보여줄께.


신문에서 본 하늘다람쥐야. 너무 이뻐서 연습장에 그려놨지. 두 개 그렸었는데 하난 누구 줬어. 꼴에 싸인까지 넣은 거 봐라. 겨우 낙서였지만 손가는 데로 그린 그림보단 생각이 있어서 그린 것들이 많아. 그래서 내 그림에 사인을 했던 것 같아. "이건 내 생각이야" 하는 식으로.


나도 오랜만에 이그림 보고 놀랬어. 난 아직도 저 구석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