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운영하는 사람은 파파그루(Papa Guru; 아빠 선생님이란 뜻)와 아들 레디시, 딸 케롯, 그리고 어린 손녀딸이었다. 비지니스는 주로 레디시가 맡아하고 파파그루와 케롯은 레슨과 공연연주를 주로 하는 것 같았다. 딸은 부드러운 인상에 상당한 미인이었는데 말은 한 마디도 안하면서 시따르 연주에서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어 신비한 인상을 풍겼다. 손녀딸 역시도 어린 나이에 상당한 솜씨를 보였다. 따블라를 주로 연주하는 레디시까지 그렇게 넷이서 낮에는 레슨을 하고 저녁 땐 공연을 하는 곳이 트리비니 뮤직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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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나에게 나흘간 시따르를 가르쳐주신 파파그루. 영어를 다 알아듣는 것 같긴 하면서도 대답은 무척 짧게 하고, 레슨중에도 잘한다는 말 외엔 그다지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직접 보여주고 손짓하고 잡아주고 그림으로 그려가며 열씸히도 가르쳐주셨다. 금방 친근감이 생기는 할아버지 외모인데다, 무엇보다 어렸을 때 봤던 만화 '드레곤볼'에 나오는 '거북신선'을 똑 닮아서 더욱 그랬다. 그의 한시간 레슨비용은 100루피. 그돈은 인도사람의 노임치고는 엄청나게 비싼편이다.
시따르 악기까지 하나 주문해놓은 마당에 레슨비 100루피는 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도의 모든 곳에서 통하는 흥정을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에 아무말 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돈으로 치면 그다지 비싸다고 할 수도 없으니까. 그리고 나중에 델리에서 레디시를 다시 만나 그의 이야길 들었을 때, 그땐 되려 흥정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곳에서의 며칠간 내가 의아해하며 느꼈던 것처럼 트리베니는 인도 안에 있지만 인도가 아닌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