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 over Beethoven

Cafe Tacuba

Lyle 2008. 11. 4. 13:13

밴드 까페 따꾸바(Cafe Tacuba) 는 저의 멕시코 여행중 가장 큰 소득입니다. 얼마나 여행이 별볼일 없었길래 밴드 하나가 가장 큰 소득이라 하냐고 한다면, 글쎄 일단 멕시코가 기대만큼 감동적인 건 아니었다고도 말할 수도 있겠고, 또 여행은 순간이지만 Cafe Tacuba 는 진행형이니까요.

Cafe Tacuba

여행을 위해 출국하면서 일본에 하루 머물 게 됐는데, 계획한 바대로 그곳의 전자상가에서 휴대용 CDP 하나를 샀죠. 지역간 이동거리가 길다는 걸 알면서 지루함을 버티기 위한 아이팟조차 가져가지 않았던 건 이번 여행 중에 현지에서 접하게 될 음악에 상당히 큰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중에 CD 를 사서 듣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정작 쿠바에서도 멕시코에서도 제가 접한 음악들은 기대 이하였죠. 사람들이 얼마나 쿠바 음악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멕시코에서는 온통 불법 CD 천지여서 정품 CD 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도 했어요.

그러던중 오와하까Oaxaca의 한 라이브바에서 만난 멕시코인 산프란시스코(San Francisco)와 이야기하면서 두가지를 알아냈는데, 하나는 그가 추천하는 멕시코 음악들이었고 또하나는 Mixup 이란 CD 가게에서 정품을 살 수 있다는 정보였습니다. 적을 곳이 따로 없어 넵킨을 내밀었고, 찢어지지 않게 조심스레 그가 적어준 목록의 가장 위에 까페 따꾸바가 있었죠. 그리고 Mixup 은 여행의 종착지었던 멕시코시티에 가서야 찾을 수 있었는데, 그전에 약 2주간 멕시코를 다니면서 기념품가게의 기념품적인 CD들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만난 정품CD들이었고, 결국 숨통이 트이는 듯한 기분으로 양껏 CD들을 사야했죠. 그중엔 쿠바에서 만났던 루이스가 멕시코에 가거든 꼭 들어보라했던 Mana 의 Revolucion de amor 도 있었고, 까페 따꾸바도 Re 와 Valle Callampa 두 장을 샀습니다. 다 처음 듣는 음악들이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고르기 위한 판단 기준은 오로지 '찍기' 뿐이었어요. 자켓을 뚫어지게 보면서 만지막만지막 집었다 놨다를 반복했지만 계시 땨위는 내려오지 않더군요.

Re

Valle Callampa

처음 들었을 때의 Re 란 음반은 좀 이상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까페 따꾸바가 일본 음악을 흉내내는 밴드가 아닐까 싶었죠. 음악이 무척 가볍고 너무 다양했습니다. 분명 가사는 스페인어로 노래하는데, 그렇다면 일본 시부야 밴드들의 곡들을 카피해다가 발표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건 오리지넬러티에 대한 의심이라기보다 한 밴드가 하나의 음반 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음악을 할 수가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었죠. 한국식으로 치면 음반 한장에 뽕짝, 락, 발라드, 댄스가 다 들어있는 샘인데, 다시 말해 자우림이 서태지도 하고 옛날 송골매도 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송대관이나 남진의 음악도 하는가하면 HOT 에 핑클까지 해버리는 거죠.

사실 그들의 음악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지금 듣는 느낌으로는 그렇게까지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처음 들었을 땐 어리둥절한 것이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런 음악적 다양함뿐만 아니라 사용된 악기들도 음색도 곡들마다 다르고 보컬톤까지 여러가지 개성을 갖고 있죠. 보통 밴드 음악이면 기타리스트의 톤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고 또 보컬 역시 마찬가진데 re 라는 음반에선 그런 게 분명한 한가지 색깔이란 건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에서 몇 차례 반복해서 들었더니 그 중 한 곡도 버릴 게 없을만큼 빠져들게 되더군요. 정말 놀랍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는데, 결국 취향 문제겠지만 귀에 아주 쏙쏙박혀서 아무리 듣고 또 들어도 지루하지가 않았어요. 그런 기쁨에 가까운 만족감 뒤엔 그들의 음반을 단 두 장 사들고 들어온 데 대한 후회가 이어졌죠. 지금은 까페 따꾸바의 전작을 다 가지게 됐습니다. 라이브와 베스트 모음집까지도요. 정말 너무 마음에 드는 밴드여서 다른 음반들이 궁금했고 결국 해외 주문으로 다 질러버린 거죠.

el cafe de tacuba

제가 멕시코시티에서 Mixup 을 찾기는 했지만, 한가지 놓친 것도 있습니다. 제가 머물면서 주로 돌아다녔던 이스토리꼬Historico 지역에 따꾸바Tacuba 거리가 있다는 걸 얼마전에 알게 됐는데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el Cafe de Tacuba 라는 레스토랑이 거기에 존재하더군요. 당연히 저는 까페 따꾸바의 밴드이름이 거기서 비롯된 것 조차 몰랐었습니다. 제게 자신의 넘버원 밴드라며 까페 따꾸바를 소개해준 센프란시스코는 그 사실을 알았을까요? 알고보니 꽤 유명한 레스토랑이었고 여행중에 들고다녔던 론리플래닛에도 나와있었는데 전 그걸 뒤늦게 발견한 거죠. 식사를 어디서 할까 고민하다가 도미노 피자도 사먹고 했었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재미꺼리 하나를 더 담아올 수 있을뻔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연히 발견하게 된 건, Kronos Quartet 의 Nuevo 음반에 12/12 란 곡이 까페 따꾸바의 곡이더군요. 저는 멕시코에 가기 전부터 까페 따꾸바를 들었던 샘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