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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8 단상들
A Day in the Life2008. 7. 18. 09:24
1. 때론 고유명사 하나가 한 10년쯤 알고지낸 사람처럼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면 소설책 이름이나 뮤지션 따위들 말이다. 굳이 우리가 하지 않아도 공감해버리는 그 10년동안의 이야기들을 그 소설책이나 뮤지션들이 대신해주기도 하니까.

2. 음악을 듣고 있지 않는 채 할 수가 없었다. 내 앞에서 나를 바라보며 엉터리 연주를 하면서도 뻔뻔하게 동전을 구걸하고 있는 그를 외면하는 것만으로는 그게 불가능했다. 나도모르게 리듬을 타면서 몸의 어딘가를 흔들고 있는 음악에 대한 본능은 의식만으로 감출 수 있지가 않았던 거다. 나를 향한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을 바라보곤 깜짝 놀라 박자를 세고 있는 내 발에게 멈추라고 지시했지만 듣질 않았다. 그가 씨익 웃었다.

3. 쿠바에서 나흘간 함께 지낸 루이스에게서 장문의 메일이 왔다. 과테말라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데이트립 이야기와, 나와 함께 있을 때부터 서로 슬쩍슬쩍 이야기하며 남자들끼리의 웃음을 짖곤했던 비키니 따위의 이야기들도 있었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과달라하라에서 나와 동갑이라는 아들 켈리를 만날 계획이라는 대목은 그가 나보다 스무살 훨씬 더 많은 작은아버지뻘이란 걸 다시금 상기시켰다. 하지만 그게 와닿지는 않는다. 날더러 brother 라고 부르는 그에게 sir 라는 호칭을 붙여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은 너무나 어색하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