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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7 영원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A Day in the Life2009. 2. 7. 12:40
아마 9년 전일 꺼지. 그 사람을 만나러 가면서 떠올려보니 그 때 한 공연장에서 스쳤던 게 그를 마지막으로 본 기억인 듯. 엘범 리뷰도 쓰고 음악잡지에 기고도 할만큼 열씸히었던 그를 오늘 오랜만에 대면했다. 그가 가수 장호일 닮았다고 기억했었는데, 꽤나 길었던 세월이 내 기억을 너무 오래됐나 싶어지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그의 피부에 잡티를 많이 심어준 건지, 그는 정말 많이 변해있더군.

그런 외모의 변화야 나에게도 있는 것이니 거울 보고 세월을 확인하는 꼴이라지만, 그런 것보다 더 놀라웠던 건 그가 더이상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것. 어찌어찌 살다보니 가끔 mp3 로 듣는 것 말고는 듣지 않게 되더라는 그의 말 끝엔 내게 동의를 구하는 물음표가 달려있었다. "그렇지 않던가요?" 아마 그건 옛 시절의 친구들, 어쩌면 나도 알지 모르는 그사람들 역시도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었을지.

그럼에도 다행히 나는 아니라는 대답에 망설이지 않았다, 뭔가를 예측하거나 인정하듯 '아직'이란 단서를 붙일뻔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와의 짧은 만남 뒤에 마음이 이상해져버렸다.

어떤 사람이 내게 그러더군. 열정과 환경 둘 중 하나라도 있으면 되는 거라고. 환경은 바뀔 수 있고 열정은 식어버리거나 다른 것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내 안에서 영원할 것 같은 어떤 것이 다른 사람 속에도 있음에 공감하던 그 마음이 오늘처럼 꺾어지면서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아니 그러기는 어렵다는 걸 확인한 것만 같다.

음악도, 문학도, 어쩌면 사랑도.

훗날 그것들이 내게 묻는다면, "아직도 날 사랑해?" 라는 그 물음에 망설이게 될지 모를 내게 미리 관대해져야 하는 걸지도.......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