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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9 안녕하세요, 슈림버! (下)
  2. 2008.01.23 안녕하세요, 슈림버! (上) 1
Magical Mystery Tour/India2008. 2. 29. 14:07
슈림버를 우연히 다시 만난 그날은 새해 첫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엔 인디아게이트에서 만난 수많은 인도인들 속에 섞여 많은 시간을 보냈죠. 가족단위로 놀러나온 사람들을 보고 있으려니 그가 늦은 시간까지 저를 오래 기다리는 것이 미안해지더군요. 그래서 돌아갈 때는 알아서 갈테니 그만 가보라고 했죠.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제가 묵고 있던 게스트하우스 앞으로 찾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때 그의 머뭇거림을 봤는데, 처음엔 다음날 만날 수 없다는 뜻인가 싶었지만 곧 그가 아직 받지 못한 돈에 대해 걱정한다는 걸 알게 됐죠. 다행히 약속했던 일당을 계산해주고도 숙소로 돌아갈 택시비가 남았습니다.

슈림버를 보낸 후부터 잠들기 전까지 저는 인도 사람들에게서 최고의 감동을 선물받았습니다. 그날의 느낌을 길게 끌고 싶었던지 다음날 아침에는 늦잠을 자버렸죠. 그러다보니 외출 준비가 늦어졌고 슈림버와 약속한 아침 8시를 지킬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기다리고있을지도 모를 그가 불안해하거나, 포기하고 실망한 채 가버렸을까봐 저는 무척 서둘러야 했죠. 준비하다 말고 일단 나가서 그에게 더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들어올까 하고 생각함과 동시에 저는 그가 밖에 없을 꺼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나 붙잡아 "헬로! 꼬레안? 웨어아유고잉?" 하는 릭샤왈라가 꼭 저를 태우기 위해 약속을 지킬 필요가 있을까요! 바라나시에서 만났던 사이클릭샤왈라도 저를 기다리기로 하고서는 다른 손님이 생기자 그냥 떠나버렸었는데, 인도에서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고 욕먹을 일도 아니었죠. 그래서 준비하던 도중에 나가보는 건 좀 우습다 여겨졌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거니와 괜히 그가 와있지 않음에 제가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갈 채비를 서둘렀지만 30분 이상을 늦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메인바자르로 들어서자 그곳엔 오늘도 파란색 스웨터의 작업 유니폼(?)을 입은 슈림버가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안녕하세요, 슈림버!"

저는 무척 기분이 좋아져서 그에게 인사했습니다. 그가 거기 와있었던 건 약속을 지키기 행동이기보다 하루 일꺼리를 벌기위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가 안 왔다면 다른 릭샤를 타도 그만이었고요. 그런데 그는 약속도 지켰고 저를 기다리기까지 했지요. 제가 그가 기다릴 꺼라고 기대 안했던 것처럼 슈림버 역시 제가 다른 오토릭샤를 타고 나갔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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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메인바자르로 나와준 슈림버. 전날까진 사진찍길 거부했었는데 이날은 포즈를 취해줬다.


제가 그에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을 때 그는 "노 프라블럼, 마이 프랜!" 했습니다. 인도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가벼운 말이지만 그때만큼은 가볍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그는 제가 그에게 보인 것 이상의 믿음을 보여줬으니까요. 게다가 그는 "마이 프랜" 이란 말을 잘 쓰는 편도 아니었고요. 여기서 무겁게 '믿음' 이란 말을 쓰기보단 서로간에 어떤 긴장감이 덜어져 편한 느낌이 되었다고 하는게 더 어울릴 것 같네요.

그와 헤어질 때, 처음 델리를 떠나면서 역전에서 샀던 침낭을 그에게 선물했습니다. 어차피 버리려고 했던 물건이라 좀 미안했지만 그라면 그걸 팔 수도 있을꺼라고 생각했죠. 그가 가격을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흔쾌히 200루피 달라는 걸 100루피에 샀다고 말해줬고 팔아서 쓰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저를 공항까지 태워가고 싶어했지만 훨씬 더 싼 셔틀버스도 있었고 돈도 거의 남아있질 않아서 그럴 수는 없었죠.

어쩌면 그가 오늘 절 기다렸던 건 공항까지 태우고 갈 수입까지를 계산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좋게 받아들이면 그만인 일인데도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게 인도 사람들이었죠. 그런데 슈림버는 헤어지면서 다시 또 델리에 오게 되면 전화하라고 말해주더군요. 아마도 저는 또 슈림버를 오해했던가봅니다. 언제나 그곳에 다시 가게 될지가 의문이지만, 그때 그가 적어준 전화번호를 저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Lyle
Magical Mystery Tour/India2008. 1. 23. 10:36

여행이 끝나갈 무렵 다시 찾은 뉴델리. 역전의 빠하르간지 메인바자르를 따라 걷다보면 여행자들에게 꽤 유명한 라씨(요구르트 음료) 가게가 보입니다. 처음 그곳을 지날 땐 그런게 눈에 잘 띄지도 않았을뿐더러 발견했다 해도 들어가질 못했었는데, 이제 라씨가게에 찾아들게 될 만큼 이곳에 익숙해진 거죠. 그런데 그럴 때가 바로 떠나야 할 때라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라씨 한 잔을 주문하려는데 왠 낯선 남자가 다가와서는 자기도 한 잔 사달라고 합니다. 여행자들을 봉으로 생각하는 게으른 인도 사람 중 하나였을 그의 이름은 "언감생심" 이었죠. 내가 왜 너에게 사줘야 하느냐고 웃으며 놀려주곤 보냈습니다. 그렇게 라씨 한 잔을 받아들고 라씨 가게를 등지고 서서 메인바자르 거리를 바라보며 라씨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앞을 지나가던 오토릭샤 한 대가 서더니 저에게 "미스터 리" 하고 소리치더군요. 빠하르간지 골목을 걷고 있자면 그렇게 저를 불러잡고 "웨어 아 유 고잉?" 하는 릭샤왈라(릭샤 운전사)들을 무척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은 릭샤왈라들에게 눈길도 안 주고 무시하기가 일수였죠.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던 건 제 이름을 불러준 릭샤왈라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를 바라봤을 때 그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죠. 처음 델리에 도착했을 때 저를 태우고 다녔던 릭샤왈라 슈림버 였습니다. 그때와 옷도 똑같더군요. 나름 작업복이었을까요?

그는 사실 제가 델리에 도착하고 이틀째 되는 날 온종일 저를 태우고 다녔던 오토릭샤 운전사였죠. 제가 델리를 떠날 때 델리에 다시 들르게 되면 연락달라며 그가 적어준 전화번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델리에 돌아왔을 때 낯선 사람보단 나을 꺼란 생각에 그에게 전화를 해볼까 했었죠. 하지만 아무데서나 잡히는 릭샤를 타기 위해서 굳이 전화를 걸어야 할까 하고 망설이던 중이었는데 그렇게 그를 다시 만난 겁니다. 결국 그런 우연한 만남이 여행의 재미를 더해줬지요.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무척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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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짜기 오토릭샤를 세우더니 담배를 사러 달려나간 슈림버.


슈림버 아저씨는 착하고 재밌는 사람입니다. 자꾸만 쇼핑을 시키려고 해서 귀찮았고, 그럴 때마다 시간 없으니 안된다고 할 때면 가끔 못들은 척하거나, 이해 못 한 것처럼 능청떠는 게 얄밉기도 했지만 잔머릴 굴리거나 하는 낌새를 느낄 수는 없었죠. 그래서 그의 오토릭샤를 타는 건 참 편했습니다. 그는 운전하면서도 심심찮게 영어 단어를 나열하는 식의 의사소통을 저에게 시도했는데, 제가 이해를 못했을까봐 시간이 좀 지나서도 같은 말을 다시 반복하곤 했고 전 그런 그를 재밌어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죠.

"폴리스 컴, 노 미털? 유, 미털, 미털"

그 말은 경찰이 와서("폴리스 컴") 미터기 안 쓰고 있냐고 묻거든("노 미털?"), 미터기로 가고 있다고("유, 미털, 미털") 대답해달라는 뜻입니다. 이 말을 한 세 번은 들은 것 같아요. (지방마다 다르지만 델리의 오토릭샤는 흥정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달려있는 미터기는 그냥 폼이었습니다. 그런데 슈림버는 아마도 단속이 두려웠나보죠. 그러나 한 번도 경찰이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가 필요한 모든 이야기를 저에게 했죠. 저역시 제가 아는 영어를 전부 동원해 그에게 제가 필요한 말들을 했지만 그가 알아듣기엔 너무나 불피요한 단어들이 많이 섞여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그를 이해시키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르죠. 사실 유창하지도 못 한 제가 그에게 유창한 것처럼 영어를 말할 필요가 없는 건데 말이죠. 결국 그렇게 어렵게 영어를 쏟아내고 있는 제가 우스워지더군요. 아마도 의사소통이 목적이 아닌, 영어를 목적으로 공부해왔기 때문인가 싶어지기도......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