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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2 만남 같은 이별 1
Magical Mystery Tour/India2008. 1. 22. 17:41
깜깜할 때 일어난 Jack 은 갠지스강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자며 내 방문을 두드렸다. 잠에서 깨어 문을 열어주자마자 그에게 끌려나온 나는 우리가 머물던 샨띠 게스트하우스의 옥상으로 향했다. 그 추운 밤동안에 계단이나 복도에서 아무렇게나 걸처져 자고 있었던 샨띠의 종업원들을 피해 옥상까지 오르는 길은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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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올랐을 때, 순간 나를 허탈하게 만들었던 건 아직 중천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던 보름달이었다. 그 달이 너무도 밝아 나로써는 이미 해가 떠버렸는 줄 알았던 거다. 저렇게 높게 떠있는 달이 땅 아래로 내려와야 태양이 고개를 내밀꺼란 생각을 하니 나를 너무 일찍 깨운 Jack이 약간 원망스러워졌다. 추위에 떨며 일출을 기다리기보다 달이 지길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달이 태양과 정 반대에 있을 줄 알았던 건 잘못이었다. 달은 땅 아래까지 내려오지 않았고 그보다 먼저 떠오른 태양에 빛을 잃듯, 밝아진 하늘에 녹아 없어진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그날은 Jack 이 다음 행선지로 떠나기로 한 날이었다. 우린 아침먹기 전에 강가에 나가 일출을 보며 함께 배를 탔다. 그때서야 우린 처음으로 다시 만나자 했다. 하지만 그건 여행지에서 만나는 모든 객들끼리 주고받는 끝인사를 닮은 첫인사 같은 말이었을 뿐. 그 말이 지켜지게 될지, 지켜지게 되더라도 얼마나 오래 갈 인연인지는 우리가 탄 배 위에서 알 수 있는 것이 못되었다.

그는 기차 출발시간 전까지 그의 짐을 맡아줄 곳이 필요했다. 아침식사 후 나는 따로 가야할 곳이 있었기에 그에게 내 방에 짐을 놓고서 열쇠를 가지고 나가라고 했다. 짐을 찾으러 돌아왔을 때 방문을 다시 잠그고 열쇠는 약속한 곳에 숨겨놓도록 하면 됐다. 우린 다시 한번 다음을 기약하고서 그렇게 헤어졌다.
 
빤데이 가트로부터 시작해 매번 골목을 헤매야만 발견할 수 있는 트리비니 뮤직센터에서 시타 레슨을 마친 후 다시 한 번 강을 따라 가트들을 거슬러 돌아가 저녁 무렵이 되서야 샨띠로 돌아왔다. 그는 역시 떠나고 없었다. 왠지 손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떠났을 걸 알고 있었지만 잘가라고 미리 인사를 해버린 우리의 헤어짐이 나에겐 그의 부제를 확인하면서 그런식으로 또 한번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마치 다른그림찾기와도 같았다. 아침에 그와 함께 방을 나서면서 그의 가방이 침대 옆에 놓여있음을 보고 방문을 닫았다가, 저녁 때 돌아와 다시 열었을 땐 놓여있던 가방만 없어진 "다른 그림" 말이다. 이별이 바로 그런 거라니, 다른그림찾기 같이 아주 단순한 변화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은 약간의 위로가 되어줬다.

그리고 그 그림 속에는 그의 배낭이 없어진 것 말고도 다른 것이 또하나 더 있었다. 과일 한 알과 함께 그가 남긴 노란색 포스트잇 메모. 거기엔 다시 만나자며 "아구바" 한 알을 놓고간다고 써있었다. 사실 그 과일의 이름은 "아구바" 가 아니라 "구아바"였다. 그가 낯선 곳의 노점에서 이름 모를 낯선 과일을 사먹다가 처음엔 낯설었던 나와의 작별인사를 한 번 더 하고 싶어 메모를 적고 있었을 때, 그는 어렴풋이 잘 기억나지 않는 과일 이름을 애써 떠올리다가 "아구바" 라고 적었겠구나... 살포시 웃음짓게 되면서 그후로 오랫동안 우리가 친구가 되리란 걸, 아까 배 위에선 알 수 없었던 걸 그순간에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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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