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조선일보 보세요."
제 말이 시발이 됐습니다.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이 묻어있는 말임을 아시고서 아버지께서 너도 큰일이라며 버럭 하셨겠지만, 아마 제게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해도 똑같이 그러셨을 꺼에요. 제가 조선일보에 대해 싫어하는 것처럼 보수세력에 가까운 아버지도 젊은 세대 하는 짓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거니까요. 당신이 언론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어서 항상 같은 세대의 비슷한 생각을 갖은 사람들하고만 맞장구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을 겁니다. 저도 노인들 모여 진보세력에 대해 막무가내로 욕하는 걸 본 적 있어서 그게 어떤 모습이었을지 압니다. 그러나 반대 입장의 젊은 세대들과 그런 이야길 해보신 적이 별로 없으니 평소 젊은 세대들에게 말하고 싶은 불만이 많으셨겠죠. 그걸 저에게 쏟으신 거고요.
하고 싶으신 말씀이 많아서 그랬는지, 아버지의 말씀은 중구난방 널뛰듯 했습니다. 신문에서 시작해서 갑짜기 노무현으로 뛰더니 공산당과 데모 등 서로 연관성을 짓지도 않고서 논쟁이 이어졌죠.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만 보고 생각을 조종당하듯 아버지도 신문만 보시고 실정을 모르셔서 오래 사시면서 경함한 통밥을 다 늘어놓으시는 거죠. 당신의 가장 큰 무기가 오랜 경험 뿐인 겁니다. 체력도 기술도 없고 단지 노련함만 남아있는 은퇴 직전의 운동선수처럼.
그런데 저라고 다른 게 별로 없었어요. 그런 아버지께 맡서서 별로 논리적인 이야길 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의 논리가 어떻게 틀린지 이야기하기에 급급하고 거기엔 제가 추구하거나 옳다고 말하는 주장 같은 건 들어있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면 저역시 인터넷 따위에 한정되어 생각하는 젊은이들 중 하나인지도 모릅니다. 광장에 나가지도 않고 경험해보지도 않은 걸 이야기할 땐 조선일보를 보고 생각하는 아버지와 제가 다를 게 없다 싶네요.
그렇다고해서 광장에 몇 번 나가본 걸로는 별 도움도 안 될 것 같습니다. 그 몇 번의 경험에 국한되어 입장이 굳어져 한쪽에서만 생각하게 된다면 안하느니만도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뭘 읽고, 뭘 경험해봐야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생각하고 남들에게 더 잘 이야기해줄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