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까페 따꾸바(Cafe Tacuba) 는 저의 멕시코 여행중 가장 큰 소득입니다. 얼마나 여행이 별볼일 없었길래 밴드 하나가 가장 큰 소득이라 하냐고 한다면, 글쎄 일단 멕시코가 기대만큼 감동적인 건 아니었다고도 말할 수도 있겠고, 또 여행은 순간이지만 Cafe Tacuba 는 진행형이니까요.
Cafe Tacuba
그러던중 오와하까Oaxaca의 한 라이브바에서 만난 멕시코인 산프란시스코(San Francisco)와 이야기하면서 두가지를 알아냈는데, 하나는 그가 추천하는 멕시코 음악들이었고 또하나는 Mixup 이란 CD 가게에서 정품을 살 수 있다는 정보였습니다. 적을 곳이 따로 없어 넵킨을 내밀었고, 찢어지지 않게 조심스레 그가 적어준 목록의 가장 위에 까페 따꾸바가 있었죠. 그리고 Mixup 은 여행의 종착지었던 멕시코시티에 가서야 찾을 수 있었는데, 그전에 약 2주간 멕시코를 다니면서 기념품가게의 기념품적인 CD들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만난 정품CD들이었고, 결국 숨통이 트이는 듯한 기분으로 양껏 CD들을 사야했죠. 그중엔 쿠바에서 만났던 루이스가 멕시코에 가거든 꼭 들어보라했던 Mana 의 Revolucion de amor 도 있었고, 까페 따꾸바도 Re 와 Valle Callampa 두 장을 샀습니다. 다 처음 듣는 음악들이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고르기 위한 판단 기준은 오로지 '찍기' 뿐이었어요. 자켓을 뚫어지게 보면서 만지막만지막 집었다 놨다를 반복했지만 계시 땨위는 내려오지 않더군요.
Re |
Valle Callampa |
사실 그들의 음악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지금 듣는 느낌으로는 그렇게까지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처음 들었을 땐 어리둥절한 것이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런 음악적 다양함뿐만 아니라 사용된 악기들도 음색도 곡들마다 다르고 보컬톤까지 여러가지 개성을 갖고 있죠. 보통 밴드 음악이면 기타리스트의 톤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고 또 보컬 역시 마찬가진데 re 라는 음반에선 그런 게 분명한 한가지 색깔이란 건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에서 몇 차례 반복해서 들었더니 그 중 한 곡도 버릴 게 없을만큼 빠져들게 되더군요. 정말 놀랍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는데, 결국 취향 문제겠지만 귀에 아주 쏙쏙박혀서 아무리 듣고 또 들어도 지루하지가 않았어요. 그런 기쁨에 가까운 만족감 뒤엔 그들의 음반을 단 두 장 사들고 들어온 데 대한 후회가 이어졌죠. 지금은 까페 따꾸바의 전작을 다 가지게 됐습니다. 라이브와 베스트 모음집까지도요. 정말 너무 마음에 드는 밴드여서 다른 음반들이 궁금했고 결국 해외 주문으로 다 질러버린 거죠.
el cafe de tacuba
그리고 또 한가지 우연히 발견하게 된 건, Kronos Quartet 의 Nuevo 음반에 12/12 란 곡이 까페 따꾸바의 곡이더군요. 저는 멕시코에 가기 전부터 까페 따꾸바를 들었던 샘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