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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4 스페인 와인, Marques de Riscal 2004 1
Every little thing2007. 8. 2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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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ques de Riscal 2003


지난번 Caceres 는 이틀만에 다 마셔버렸습니다. 그리고 또 한 병 사려고 홈플러스에 갔다가 그래도 스페인에 미리 가보는 생각으로 마셔보는 거라면 더 다양하게 마셔봐야겠다 싶었죠. 이번에 골라온 와인은 정말 볼품없게 생겼어요. 병도 작고 밑바닥이 거의 파여있지도 않고 라벨로 후지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약간 꺼려졌던 것은 생산지 표시 등급이 DO 보다 낮은 Vino de la Tierra 였습니다. 'Vino' 는 'Wine' 이고, 'de' 는 'of', 'la' 는 정관사 'the, 'Tierra' 는 'Earth' 입니다. 즉, '지구상의 와인' 이란 뜻으로 '평범하다' 정도의 의미일까요? 등급이 낮은 와인이면서도 이전에 사다마신 두 단계 위 DOC 등급의 와인들보다 대략 7~8천원 차이밖에 안나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앞서 말했드시 스페인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마셔보고 싶어서 입니다. 지난 와인들이 Penedes 와 Rioja 지방을 여행했다면 이번엔 Castilla y Leon 을 여행하는 거죠. Riscal 의 생산지는 Castilla y Leon 으로, 생산지 표시 딱지의 작은 지도에 빨갛게 표시된 것처럼 Rioja 보다 서쪽에 있는 지방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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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o de la Tierra


라벨에는 그냥 Riscal 이라고 씌어져있는데 여기저기 찾아보니 보통 상표 이름을 부를 때 숙어처럼 쓰는 말이 "Marques de"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와인도 "Marques de Riscal" 이라고 부르는 것 같더군요. 설탕 껍질에 "백설" 이라고 씌어있어도 "백설표" 라고 씌어있어도 "백설표" 이긴 마찬가지인 이치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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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와인들의 코르크들. 맨 앞에 RISCAL이..


맛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싫어하는 알콜향도 강했고 그다지 특색있는 맛도 아니고 그냥 무난하다 싶은 정도... 그런데 이와인에 대해서 검색해보면서 참 우습다 싶은 게 있는데 바로 와인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죠. 이와인에 대해 두 명의 블로거가 쓴 글을 봤는데 똑같은 말을 조금씩 바꿔 말하므로써 결국 두사람의 느낌이 거의 100% 일치하는 표현으로 블로그에 씌어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저는 와인을 공부하면서 마시는 사람들을 싫어하진 않지만 섞이고 싶지도 않습니다.  자기가 이 와인을 맛보고서 느껴야할 것에 대한 정답이 있는 듯한 부담감도 싫고, 뭔가 대단한 걸 하는 듯 좀 들떠있는 것 같은 태도도 싫고... 물론 단 맛을 단 맛이라 하고 쓴 맛을 쓴 맛이라 할 수밖에 없는 건 맛에도 정답이 있다는 걸 맞는 말로 듣게 해주지만, 맛을 표현함에 있어서 누구나 다 똑같이 milk 향이 난다는 둥 딸기 향이 난다는 둥 그 표현에 있어서 뜬 그룸 잡는 짓을 하면서 어떤 정답을 쫓아가려고 하는 게 싫다고나 할까요? 저한텐 그냥 이거 별로 맛없고 쓰고 쏘는 향을 갖은 와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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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에서 파는 스페인산 와인 3종


이로써 홈플러스에서 파는 와인 3종을 다 마셔봤습니다. 사실 한개가 더 있지만 그건 1만원도 안하는, Vino de la Tierra 보다 더 낮은 등급인 Vino de la mesa 등급으로 그냥 하우스 와인이어서 무시하렵니다. 그대신 다른 마트나 와인샵에 가서 이 3종의 와인들 말고도 또 뭐가 있는지, 앞으로 스페인에 가기 전 남은 한 달 동안 찾아서 마셔볼까 해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