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필름에 대한 수요가 작아지면서 값이 해마다 오르고 있습니다. 현상료도 만만치가 않죠. 게다가 스캔하는 비용까지 따지면 필름 한 롤에 1만원가량을 쓰게 되고, 셔터 한 번 누를 때마다 300원가량 지출하는 샘이라고 생각하면 필름카메라의 셔터라는 건 정말 예술할 때 한 번씩 눌러줘야하는 게 되버리죠. 방법은 세가지 입니다.
돈을 더 많이 번다.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죠. 약도 되지만 병도 됩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쓴다. 필름, 현상, 스캔의 모든 금전적 시간적 부담이 없어집니다만 저는 싫어합니다.
자가현상, 자가스캔, 그리고 벌크필름.
벌크필름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들과 준비물들을 준비할 때의 주의사항, 벌크필름으로 필름을 만들어 내는 과정과 주의사항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사진들이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진 않지만 꼭 필요한 장면들은 모두 담고 있고, 사진보다는 설명을 통해 주의사항들을 숙지하는 것이 직접 하는데 도움이 될꺼라고 봅니다.
준비물
벌크필름이란 일반적인 36장 또는 24장 필름과 달리 100ft 길이로 감겨서 캔에 담겨있는 필름으로 직접 필름 케니스터에 감아넣어 사용하는 필름입니다. 모든 필름들이 다 벌크 형태로 나오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대부분 구하기가 쉽지 않죠. 비교적 구하기 쉬운 건 ILFORD 나 TMAX 등의 흑백필름이고 네거티브필름이나 슬라이드필름 등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방법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벌크필름들
벌크필름을 비어있는 필름 케니스터에 말아놓은 걸 속칭 마끼필름이라고 합니다. TMAX 100 또는 TMAX 400 등의 마끼필름은 충무로나 종로의 필름 관련 제료상에서도 싼 값에 구할 수 있는데 직접 말아쓰면 더 싸지긴 하지만 필름로더와 암백등의 부가적인 장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들어가고, 많이 말아서 써야 본전을 뽑게 되죠. 본인이 필름을 주로 사용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꺼라고 생각되지 않으면 주변에 아는 사람들에게 빌려쓰는 게 좋겠습니다.
벌크필름으로 마끼필름을 말아내려면 벌크필름 외에 필름로더, 암백, 그리고 빈 필름 케니스터가 필요합니다. 필름로더도 종류가 무척 다양한데 대게 생긴 모양새는 아래 두가지 형태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네요.
필름로더의 대표적 형태
빈 필름 케니스터
다 쓰고 필름을 잘라낸 빈 필름을 필름 케니스터라고 합니다. 또는 파트로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필름 케니스터는 현상소에서 다량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즘 현상소는 직접 현상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보내는 곳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있다면 안준다거나 돈을 받고 팔 이유는 없습니다. 보통 100ft 벌크필름 한통으로 36장짜리 마끼필름을 감아내면 19~20롤 정도 나오니까 벌크 한통을 위해 20개 정도 필요하다고 보면 되겠죠.
현상소에서 케니스터를 골라올 때는 두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필름을 잘라내고 남은 부분이 케니스터 밖으로 나와있어야 합니다. 사진에서 왼쪽 아래에 있는 SUPRA 400 필름을 보면 필름 끝단이 케니스터 밖으로 낼름 나와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저부분이 속으로 말려들어가있으면 가져와봐야 쓸 수 없습니다. 저부분은 쉽게 말려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가져온 후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네요.
두번째 주의사항은 수동카메라 사용자들은 무시해도 그만이기도하지만, 필름과 케니스터의 ISO 를 맞춰서 가져오는 게 좋습니다. 예를들어 벌크필름은 ISO 400 이라면 케니스터들도 ISO 400 이라고 표시된 걸로 맞춘다는 겁니다. 벌크필름 종류와 필름케니스터의 종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지만 굳이 ISO 를 맞추는 건 케니스터의 DX 코드 때문이죠. 위 사진에서 은색으로 빛나는 부분이 바로 필름의 ISO 감도를 카메라에 알려주는 DX 코드입니다. 자동카메라들은 저 DX 코드를 읽고서 자동으로 필름의 감도를 설정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카메라들은 수동으로도 ISO 를 설정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간혹 DX 코드를 통해서만 ISO 설정이 되는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그런 카메라들에서 마끼필름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케니스터의 ISO 표시가 벌크필름의 그것과 같아야겠죠. 수동으로도 ISO 를 설정할 수 있는 카메라일지라도 필름과 케니스터의 ISO 표시가 동일하다면 ISO 설정에 대한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필름 감도는 ISO 400 이고, 케니스터는 ISO 200 인 마끼필름을 카메라에 장전했을 때, 카메라가 DX 코드를 통해 ISO 를 200 으로 설정하게 되는데 이것을 촬영자가 수동으로 ISO 400 으로 바꿔줘야하는 것도 불편할 뿐더러 더러 바꾸지 않은 채로 촬영에 들어가는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티셔츠 모양으로 생긴 것이 암백입니다. 마끼필름을 감기 위한 모든 준비물들을 펼쳐놓은 암백 위에 놓았더니 탈리가 올라와 앉았네요. 준비물을 모았다 뿐이지 모든 게 다 암백 안에 들어갈 것들은 아닙니다.
암백은 빛을 차단해주는 주머니로 벌크필름을 필름로더 안에 넣을 때 쓰고, 또 자가현상 시에는 필름 케니스터에서 필름을 뽑아내어 현상통 안에 넣을 때도 쓰는 물건이죠. 하단에 지퍼를 통해 내부에 물건들을 넣고 지퍼를 닫은 후 고무줄로 조여주는 티셔츠 팔 모양으로 생긴 곳을 통해 양 팔을 넣고 내부의 물건들을 만질 수 있습니다. 물론 보지 않고 감각만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이뤄지는 작업이 익숙해지지 않으면 진땀빼게 됩니다.
암백은 안에서 움직일 공간이 넓을 수록 편하기 때문에 무조건 큰 걸로 사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암백 사용시엔 모든 준비물을 한 번에 집어 넣어야 합니다. 세탁기처럼 세탁이 시작된 후에도 빠뜨린 세탁물을 그냥 뚜껑열고 넣을 수 있는 게 못되어서, 일단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무언가 빠졌다면 암백을 다시 열 수 없기 때문에 매우 곤란해지죠.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일단 빛이 완벽히 차단된 곳으로 들어가서 열던지 (그런 장소가 있다면 암백을 쓸 이유도 없겠지만), 최대한 어둡게 해놓고서 팔을 넣은 쪽을 통해 빠뜨린 준비물을 넣는 것이 좋습니다.
마끼필름 말기
여기까지는 준비물들에 대한 설명이었고 이제 작업에 대한 설명입니다. 암백 안에 벌크필름과 필름로더만 넣습니다. 벌크필름은 필름캔을 통째로 넣고 암백 안에서 캔을 여는 좋습니다. 제품마다 포장이 다르기때문인데, 작업예시를 위해 사용한 NEOPAN SUPERPRESTO 1600 필름의 경우 필름캔을 열면 까만 비밀봉지가 필름을 감싸고 있는데 비닐봉지가 밀봉되어있지 않고 열려있기 때문에 캔에서 필름을 꺼낼 때 노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게 모든 필름이 캔 내부에 밀봉포장을 하고 있고, 또 어떤 필름은 밀봉포장을 뜯어 내도 벌크필름 외부를 종이 테두리로 감아 빛의 노광에 대해서 이중 안전장치를 해두기도 하지만 NEOPAN SUPERPRESTO 1600 같은 대범한(?) 필름도 있으므로 암백 안에서의 눈먼 작업이 조금 더 성가셔지더라도 필름캔은 암백 안에서 열도록 합시다.
아래 사진은 벌크필름을 필름로더에 넣는 작업으로 반드시 암백 안에서 이뤄져야하는 작업입니다. 사진을 찍어 보이기 위해 암백 밖에 꺼내놓고 못쓰는 필름을 가지고 촬영했을 뿐이죠.
암백 안에서 필름로더에 필름 넣기
벌크필름을 필름로더의 축에 정확히 끼워넣기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습니다. 보지 않고 해야하고, 또 필름이 미끄러워서 벌크필름의 원통면을 잡고 있으면 필름로더 안쪽으로 벌크필름의 원심부가 쏟아져내릴 수도 있습니다. 이작업을 돕기 위해 어떤 필름로더는 사진에 보이는 필름로더의 원심축에 꽂아서 원심축을 밖으로 튀어나오도록 하는 막대기 같은 걸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 막대기를 가이드삼아 벌크필름을 꽂아넣으면 됩니다. 그리고 어떤 벌크필름은 필름의 원통면을 종이테이프로 감싸서 필름의 원통면을 꽉 잡을 수 있게 해서 필름 원심부가 쏟아져내리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벌크필름 장착이 끝났다면 필름로더의 뚜껑을 닫고 암백에서 꺼내면 됩니다. 이제 비로서 마끼필름을 감기 위한 준비가 끝났습니다.
필름로더의 입구에 케니스터를 넣고 필름의 끝부분을 케이스터에 매롱 하고 나와있는 필름 끝단에 붙여준 모습입니다. 앞서 필름케니스터를 현상소에서 골라가져올 때는 케니스터 밖으로 필름 끝이 빠져나와있는지 확인해야한다고 이야기했던 이유를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진에서는 노란 테이프로 밑면 전체와 윗면의 반쯤 붙여준 모습인데 제가 저렇게 접착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자가현상을 하기 때문에 나중에 필름을 다 쓴 후 암백 안에서 필름을 케니스터로부터 불리해내야 하는데 저런식으로 붙여놓으면 가위를 사용하지 않고도 필름을 뜯어낼 수가 있기 때문이죠. 암백 안에서 가위를 사용하기란 무척 어렵거든요.
그런데 만약 자동카메라에서 사용할 필름이라면 무조건 단단하게 양면 모두 접착할 것을 권합니다. 제가 Nikon F5 를 사용하던 때 언젠가 한번은 마지막 36컷째를 다 찍은 후 자동 장전되면서 접합부가 카메라 안에서 떨어져나가서 무척 곤란했던 일이 있었죠. 자동카메라의 경우 자동 필름 장전 시 필름을 당겨보고 당겨지지 않으면, 즉 필름이 끝까지 다 풀렸으면 필름이 다 소진됐으니 되감으란 표시를 출력한다거나 자동으로 되감아버리게 되는데, F5 의 무지막지한 모터가 36컷째를 찍은 후 필름을 당기면서 접합부분을 뜯어내버린 거죠. 접착테이프는 오래되거나 온도나 습도가 올라가면 접착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동카메라에 사용할 마끼필름은 반드시 접착부를 튼튼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습니다. 수동카메라에서는 36컷 찍은 후에 스스로 와인더를 당기지 않으면 되고, 혹시 한 컷 더 쓸 수 있나 싶어 당겨볼 때도 주의해서 살살 당길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사진에서 보는 접착방법을 고수하고 있지요.
이제 뚜껑을 닫고 필름로더의 와인더를 돌려서 필름을 케니스터 안으로 감아넣으면 됩니다. 와인더를 몇 번 회전시켜야 하는지는 필름로더마다 다르고, 또 필름로더에 적혀있기 때문에 따로 쓰진 않겠습니다. 다만 36장짜리 마끼필름을 감는다면 최소한 37장 이상 감을 것을 권하겠습니다.
마끼필름 절단시 필름 절약을 위해 케니스터 바로 앞에서 잘라주세요.
필름로더기 2종의 장단점 비교
모든 작업은 다 끝났지만 마지막으로 Watson 과 Lloyd 필름로더기의 장단점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이부분은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그러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필름로더기는 브랜드만 다를 뿐 형태는 Watson 아니면 Lloyd 이므로 어떤 필름로더든 제 설명은 공통적으로 통합니다. 아마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HANSA 라는 일본 제품을 많이들 쓰는데 그경우 Lloyd 형이라고 보면 됩니다.
Watson 형은 필름에 스크래치가 안생기도록 되어있는반면 Lloyd 형은 필름면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습니다. Watson 의 경우 필름로터의 필름통에서 필름이 뽑아져 나올 때만 입구가 열리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필름이 이동할 때는 필름면에 아무것도 닿지 않게 되어있지만, Lloyd 형은 항상 필름면에 뭔가가 닿아있게 됩니다. 보통 벨벳같은 부드러운 천이 붙어있어 스크레치를 방지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간혹 스크레치가 생길 수 있죠.
반면에 Lloyd 형은 벌크필름이 장착된 필름통 입구와 필름케니스터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필름의 낭비가 적습니다. Watson 은 그 거리가 멀기 때문에 버리는 필름이 생길수밖에 없는 구조죠. 특히 주의할 것은 Watson 의 경우 그 거리가 멀기 때문에 필름 마지막 컷이 불가피하게 반쯤 노광된 채로 감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필름의 마지막컷이란 건 카메라의 셔터 위치에 따라 결정될 일이어서 안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제가 앞서 필름을 감을 때 40컷씩 감았고 또 필름 끝단을 자를 때도 케니스터의 바로 앞에서 잘라내는 겁니다. 안해본 사람들은 이해가 쉽게 안되는 부분이지만 여러차례 해보고 실제 필름을 사용해보고 현상해보면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