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little thing2008. 3. 26. 19:36
씨네큐브의 "씨네토크" 시간에서 항상 관객들은 질문을 하기보다 자신들의 영화에 대한 분석을 발표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버리곤 합니다. 참석한 감독의 모든 영화를 다 봤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감독의 영화 스타일의 일관성이나 그런 일관성에서 벗어난 이번 작품의 특징들을 지적하는 일들을 좋아하죠. 혹은 아주 작은 소품이나 가끔은 감독조차도 생각 안했을 것 같은 부분에 상징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파고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두를 시작했다가 말을 끝맺어야 하는 시점에서 질문이 빠져있음을 의식하게 되고, 결국 한다는 질문이 자기가 분석한 내용들을 감독의 과거나 현재의 사적인 것들과 엮어버리는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페턴화 되어있는 게 제가 본 씨네큐브의 관객들이고 또 씨네큐브의 "씨네토크" 시간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씨네큐브의 관객들은 상당히 진지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지 평론가도 아니고 그에 준하는 무엇도 아닌 걸요. 가수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동시에 가수 자체를 동경하듯 순수 영화 관객에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든 감독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런 호기심과 애정은 있으나 영화를 업으로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좋아하는 감독을 앞에 두고 그의 영화에 대해 자신이 쏟아온 관심을 고백하고 또 그의 사생활에까지 관심을 표하는 것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순수한 행동인 것 같습니다.

사실 그것도 여러번 보다보니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페턴화되어 인식되면서 지루해지는 면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여러번 그자리에 참석했기 때문이고 다른 관객들에겐 그렇지 않았을테죠. 게다가 그 지루한 면은 "씨네토크" 시간 자체가 갖는 문제이지 관객의 문제는 절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 제가 갔던 "씨네토크" 자리에서는 한가지 짜증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진행을 맡았던 영화 평론가의 행동이었어요. 진행에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는 이해하지만, 아닌듯 하면서도 관객을 모독하는,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보이는 언사들이 그에게서 나왔죠. 관객의 말을 잘라버리는 것, 전문적인 자들만 알 수 있는 사례들을 인용하며 권위의 논리로 관객들을 가르치려 하고, 특정 관객이 한 마디만 더 하게 해달라고 조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다수의 관객들을 등에 업고서 그 관객을 고립시켜버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 평론가의 언행에 대해 제가 무척 과장을 하고 있군요. 사실 저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또 말투가 나긋나긋하여 남을 기분나쁘게 할만한 사람으로 보여지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렇게 과장할 수 있는 건 관객의 순수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위 평론가라는 사람이, 따분하긴 하지만 순수한 관객들과 대조적으로 비춰보여졌기 때문이랄까요?

씨네큐브는 어차피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어 보이는 "씨네토크" 시간을 관객이 마음놓고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으로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그것의 진행을 맡은 영화 평론가들은 그걸 돕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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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홍상수 감독의 씨네토크 시간



Posted by Lyle
A Day in the Life2008. 3. 19. 01:35
씨네큐브의 "씨네토크" 시간에 여러번 참석해봤지만 그중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자리 자체가 재미있었다기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었기 때문이죠. 저는 대체로 무언가에 호감을 느끼거나 좋아하게 되면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애쓰는 편이고, 왠만해선 부족함 없이 설명하곤 합니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는 그걸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었을뿐더러 무언지 알지 못하는 답답함 같은 게 있었죠. 그런데 이번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서 제가 홍상수 감독과 같은 생각을 한가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시에 오래 궁금해왔던 문제를 하나 풀게 됐습니다. 그것은 바로 "착각을 배제시킨 사랑" 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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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토크가 끝나고 싸인해주는 홍상수감독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