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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9 인도 전통 무용 '오디시' 공연을 봤습니다.
Roll over Beethoven2010. 4. 29. 00:22
우연한 기회로 알게된 공연이었습니다. 일부러 찾아다니는 공연이 대부분인 '비싼' 저로써는 우연한 기회로 발걸음한다는 것이 단순 호기심 정도의 의미는 아니죠. 게다가 한국의 전통 문화를 다른 나라 사람이 흉내내는 정도의 공연처럼 어설플 것 같다는, 그래서 후회하게 될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있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제일 평판이 좋은 인도 레스토랑이라고 가보면 전혀 인도음식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인도 레스토랑을 흉보거나 하진 않았죠. 인도의 느낌을 얻는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제가 오늘 공연에서 기대했던 건 무용 자체에 대한 감흥보다는 인도의 향취만이라도 느껴보고자 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도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을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고요.

그런데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무용수 금빛나의 '오디시'는 인도 전통의 것을 흉내내는 수준의 설익거나 어설픈 것은 아니더군요. 저는 사실 '오디시' 무용을 처음 봤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금빛나의 무용이 어설픈 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그것을 처음봤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군요. 말하자면 무용 그 자체가 즐길 수 있을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었을 때, 그것이 '오디시' 라는 이름을 하고 있건 다른 종류건 상관 없이 훌륭한 것이고, 그런 훌륭한 몸짓이라면 이미 뭔가를 흉내내는 수준의 예술인에게서 나오는 훌륭함일 수가 없죠. 제가 만약 '오디시'에 대해 일각연이 있거나 혹은 오늘 본 것과 비교해볼 수 있는 경험이 있었더라면 오리지널인지 아닌지, 또는 전에 본 것과 어떻게 다른지에 더 얽매여서 보게 됐을 수 있기 때문에 되려 무지 상태에서 본 것이 판단하는 데 더 좋았다라는 거죠.

사실 무용이란 분야 자체가 낯설기도 한데, 이번 공연을 보면서 춤과 무용이란 게 어떻게 다를까 생각했습니다. '오디시'는 무용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 거죠. 사전을 찾아봐도 제 생각을 뒷받침 해주고 있는데, '오디시'는 흥에 겨워서 추는 춤은 아닙니다. 의도와 감정을 음악에 맞춰 드러내는 '오디시'는 바로 무용인 거죠. 오늘 제가 본 '오디시'는 이야기이면서 연주기도 했습니다. 마치 입으로 이야기를 말해주기라도 할 듯한 몸동작들의 연속이었고 음악과 함께 움직임과 동시에 그것에 섞여 연주하기도 하더군요. (발목에 작은 종 꾸러미를 차고 있어서 마치 탭댄스 처럼 발 장단에 따라 소리가 납니다.) 얼굴 표정은 물론 눈동자의 방향까지도 연기하는 섬세한 예술이었습니다.

음악은 녹음된 걸 틀었기 때문에, 라이브 연주가 아니어서 아쉬웠습니다. 시타르 연주자를 붙잡고 악기를 배울 방법을 물어볼 작정이었기 때문에 더 실망스러웠죠. 하지만 음악은 무척 좋더군요. 나중에 따로 연주된 음악이 뭐였는지 알아낼껍니다.

여담이지만, 금빛나의 '오디시' 공연은 지난 일요일 서울의 국립극장에서 한 번, 오늘 수요일 용인시여성회관에서 한 번, 이렇게 두 번 치러졌습니다. 굳이 평일이면서 더 멀기도 한 용인시를 찾아간 이유는, 요즘 그게 뭐던간에 문화행사라면 엄마들이 시끄러운 아이들을 몰고다니는 게 보기 싫어서였어요. 예상대로 용인시여성회관은 자리도 넉넉하고 한산하니 좋더군요. 이곳저곳 전시장들 따위에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은 문화행사 장소에 아이들을 풀어놓기만 한다고 교육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스스로 즐길줄 아는 취향을 갖춘 부모를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걸 깨달았으면 합니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