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빙글 돌던 중, 우도에서 성산으로 들어오는 배 안에서 저처럼 자전거 여행중인 한 남자와 마주쳤습니다. 그날 저녁 같은 민박집에서 우연히 그와 다시 만나게 됐는데 그때부터 그가 저에게 호기심을 갖는 눈치더군요. 나중에 듣고보니 제가 짐을 풀었던 방에 놓아둔 소설책 한 권 때문이었대요. 왜 그책이냐고 물어보고 싶었다지만 사실 그는 이미 알고있는 답을 저와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였죠.
그책은 김훈의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이었습니다. "칼의 노래"나 "현의 노래"가 아닌 왜 그책인지에 대해, 질문도 그의 몫이고 동시에 너무 당연한 답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대화가 시작되는 건 쉽지가 않았죠. 그런데 그가 부악문원에서 글쟁이를 꿈꾸며 수학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을 때부터 저 또한 그에 대한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호형호제 하며 밤새워 술을 마시게 된 겁니다. 우리가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걸 확인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답'이었기 때문이죠.
우리 둘 모두 다음날 일출봉에 올라 해돋이를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간단히 한잔만 하자며 시작했었죠. 그랬던 우리들은 한 병만 더 하자며, 소주를 딱 한 병씩만 사들고 오길 몇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쓰러지기 직전엔 서로 부대끼며 기대어 또 나가서는 입가심이랍시고 맥주라도 사오면서까지 밤의 끝자락을 붙잡고 놓지를 못했었죠. 지금까지 그렇게 말 많이 하고 많이 마셔본 일이 없었어요.
그래도 해가 뜨는 걸 막을 재주는 없었습니다. 분명 일출을 포기하고 쓰러졌었는데도 새벽공기를 느꼈을 땐 눈이 떠지더군요. 그정신에 일어나서 그를 깨우지도 못하고 성산일출봉에 토하면서 기어올랐습니다. 그랬더니 일출이 시작될 무렵부터는 정신이 말짱해지더군요. 그리고 일출봉 위에서 뒤따라 올라온 그와 다시 만났죠. 그역시 저와 같았을 겁니다. 그런데 우린 다시 전날로 돌아간 듯 했습니다. 왠지는 지금도 모르겠는데, 그냥 꿈을 꿨던 것처럼 더 친해진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색해진 것도 아닌 그런 거였죠.
그 이듬해도, 그리고 올해도 전 신춘문예 당선자 명단에서 찾아보는 이름 하나가 더 늘었습니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새우잠에서 깨자마자 어제 썼던 말 하나를 또다시 바꾸고 하길 반복하다가 자기 속에 갖혀버리는 사람들 중 그 형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죠. 도대체 그게 뭐라고, 읽는 사람도 없는데 그게 뭐라고...... 그러니 좋아한다며 고래고래 고함치는 내가 얼마나 반가웠을까 싶어지고, 그럼에도 쫓고 있는 그를 내가 얼마나 부러워했나 싶어지고.
아직도 쓰고 있다면, 건배!!!!
그책은 김훈의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이었습니다. "칼의 노래"나 "현의 노래"가 아닌 왜 그책인지에 대해, 질문도 그의 몫이고 동시에 너무 당연한 답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대화가 시작되는 건 쉽지가 않았죠. 그런데 그가 부악문원에서 글쟁이를 꿈꾸며 수학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을 때부터 저 또한 그에 대한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호형호제 하며 밤새워 술을 마시게 된 겁니다. 우리가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걸 확인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답'이었기 때문이죠.
우리 둘 모두 다음날 일출봉에 올라 해돋이를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간단히 한잔만 하자며 시작했었죠. 그랬던 우리들은 한 병만 더 하자며, 소주를 딱 한 병씩만 사들고 오길 몇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쓰러지기 직전엔 서로 부대끼며 기대어 또 나가서는 입가심이랍시고 맥주라도 사오면서까지 밤의 끝자락을 붙잡고 놓지를 못했었죠. 지금까지 그렇게 말 많이 하고 많이 마셔본 일이 없었어요.
그래도 해가 뜨는 걸 막을 재주는 없었습니다. 분명 일출을 포기하고 쓰러졌었는데도 새벽공기를 느꼈을 땐 눈이 떠지더군요. 그정신에 일어나서 그를 깨우지도 못하고 성산일출봉에 토하면서 기어올랐습니다. 그랬더니 일출이 시작될 무렵부터는 정신이 말짱해지더군요. 그리고 일출봉 위에서 뒤따라 올라온 그와 다시 만났죠. 그역시 저와 같았을 겁니다. 그런데 우린 다시 전날로 돌아간 듯 했습니다. 왠지는 지금도 모르겠는데, 그냥 꿈을 꿨던 것처럼 더 친해진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색해진 것도 아닌 그런 거였죠.
그 이듬해도, 그리고 올해도 전 신춘문예 당선자 명단에서 찾아보는 이름 하나가 더 늘었습니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새우잠에서 깨자마자 어제 썼던 말 하나를 또다시 바꾸고 하길 반복하다가 자기 속에 갖혀버리는 사람들 중 그 형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죠. 도대체 그게 뭐라고, 읽는 사람도 없는데 그게 뭐라고...... 그러니 좋아한다며 고래고래 고함치는 내가 얼마나 반가웠을까 싶어지고, 그럼에도 쫓고 있는 그를 내가 얼마나 부러워했나 싶어지고.
아직도 쓰고 있다면,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