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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6 트리베니 뮤직센터(Triveni Music Center) I
Magical Mystery Tour/India2008. 2. 26. 15:52
트리베니 뮤직센터(Triveni Music Center)는 바라나시에 머무는 나흘 동안 매일 찾아갔던 곳. 첫날 찾아갔을 때 시타르(Sitar) 하나를 주문했고 그후로 나흘간 찾아다니며 시타르 레슨을 받았다. 그곳은 1층이 공연장 및 강습소였고 옥상은 레스토랑으로, 중간 층들은 장기 강습생들을 위한 도미토리 및 연습실로 사용되는 건물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의 '공연장'이나 '레스토랑' 등을 떠올리면 엄청난 착각이다. 한번은 오전에 레슨을 받고서 점심을 먹어야 했는데 자기들 옥상에 테라스 레스토랑의 전망이 좋다고하여 올라갔었다. 그런데 음식을 어디서 배달시켜서 내오는 건지 엄청 늦게 나왔고(인도니까 늦는 건 상관 없다), 게다가 날파리들이 나눠먹자고 달려들다가 스스로 건더기가 되어준 덕분에, 아직 닭의 로망도 모른 채 유명을 달리했을 병아리로 의심되는 자의 다리가 담궈져있는 치킨커리를 더욱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외국인들은 날파리들을 건져올리고 있는 나에게 단백질이니까 그냥 먹으라고 했다. 그들역시 그러다 포기했다는 듯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바라나시의 미로와 같은 골목길에서 어딘가를 찾아간다는 건 발길 닿는 데로 떠돌다가 우연히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트리베니 뮤직센터 역시 우연히 만나게 될 때까지 떠돌아야 한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 무척 헤매야 했다. 그렇게 헤매던 중에 골목길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던 어떤 여자분이 있었는데 왠지 찾는 바가 같을 것 같아 불러 세운 후 같은 깨달음을 향해 동행했고, 그렇게 우린 함께 트리비니에 찾아 들어서게 됐다. 그곳의 내부가 무척 어두침침했기 때문에 첫인상에 호감이 가질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타블라를 만들고 있던 이는 상대적으로 밝은 입구쪽에 나와 앉아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안에는 인도식으로 꼬르따와 펀자비를 곱게 차려입은 일본인 커플이 한 쌍 앉아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여기 이후로도 계속 낯선자일 것을 암묵적으로 합의했던 건지,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더욱 낯선 기분을 하고서 카페트 위에 앉아 누군가 접대해오길 기다려야 했다.

인도에 도착해서 바라나시로 들어가기 전까지 인도사람들은 나로하여금 그들에 대한 어떤 선입견을 갖게 만들었다. 그런 선입견은 그들의 친절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게 하거나 그들의 언행에 어떤 의도가 있을 꺼라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 그때문에 여행중 무척 지치기도 했는데 트리비니 안에 있는 동안에는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했다. 그곳은 내가 인도라고 부르던 곳에서 동떨어진 공간인 것처럼 느껴졌고, 처음엔 그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곳과 그곳의 사람들은 결국 나에게 또다른 인도를 보여줬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