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싫어서 피해다니지 않는 한 스페인 여행 중에 와인을 안 마신다는 건 아마 불가능에 가깝잖을까요? 우리나라 식당에서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물은 주지만 미네럴워터를 사마셔야 하는 그곳에서는 주문할 때마다 물/맥주/와인 셋 중 하나는 시켜야 합니다. (목마름을 참겠다면 주문 안해도 되겠지요.) 이 때 물을 시키자니 왠지 손해보는 느낌일테고, 맥주는 거의 시장을 통일하다 시피한 듯한 Cruzcampo 맥주가 지겨워질 때가 있을꺼고, 그렇다면 와인을 한번쯤 선택하게 되겠죠. 혹은 바에서 샹그리야를 주문하므로써 와인을 마시게 될껍니다.

저는 지난 스페인 여행중 거의 매일 하루 한 병 혹은 반 병(375ml 병)의 와인을 마셨습니다. 음료수 사러 들어간 가게에서 한국에선 사먹기엔 약간 부담스러운 고급 와인들이 무슨 간장병들처럼 선반 위에 놓여있더란 말이죠. 게다가 너무 착한 가격테그까지 달고서 말입니다. 한국에서 같으면 멋찐 와인냉장고에 들어있거나 와인셀러에 보관되어있을 그런 빈티지의 와인들도 아무렇지 않게 "나 그냥 음료수야!" 하면서 진열장에 서있었습니다. 그걸 보고서 어떻게 안 사마실 수가 있을까요? 게다가 아주 보편적인 와인들, 예들들면 Marques de Caceras 나 Marques de Riscal 같은 것들은 375ml 짜리 작은 병으로도 팔아서 부담없이 사마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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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의 어느 마트에 진열된 와인 사진. 그중에 홈플러스에서 살 수 있는 Marques de Caceres Crianza 2003 입니다. 집에서 사마시던 걸 여기서 보니까 더 반갑더군요. 그런데 저 가격을 보세요. 한국 할인마트 가격의 1/3. 하지만 안샀습니다. 처음 보는 와인들도 널렸는데 굳이 저걸 살 이유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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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면 750ml 짜리로 착각할 수 있지만 375ml 짜리 병입니다. 가격은 750ml 와 용량대비 비싸지만 혼자서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죠.


어느정도 와인이 쌀꺼라고 예상했기에 출발 전에 와인오프너도 챙겨갔지만 그정도로 풍부하고 부담없는 가격일꺼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그덕에 거의 매일밤 취해서 잔 것 같네요. 와인 즐기는 분들은 잔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오프너는 챙겨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7.08.2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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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ques de Riscal 2003


지난번 Caceres 는 이틀만에 다 마셔버렸습니다. 그리고 또 한 병 사려고 홈플러스에 갔다가 그래도 스페인에 미리 가보는 생각으로 마셔보는 거라면 더 다양하게 마셔봐야겠다 싶었죠. 이번에 골라온 와인은 정말 볼품없게 생겼어요. 병도 작고 밑바닥이 거의 파여있지도 않고 라벨로 후지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약간 꺼려졌던 것은 생산지 표시 등급이 DO 보다 낮은 Vino de la Tierra 였습니다. 'Vino' 는 'Wine' 이고, 'de' 는 'of', 'la' 는 정관사 'the, 'Tierra' 는 'Earth' 입니다. 즉, '지구상의 와인' 이란 뜻으로 '평범하다' 정도의 의미일까요? 등급이 낮은 와인이면서도 이전에 사다마신 두 단계 위 DOC 등급의 와인들보다 대략 7~8천원 차이밖에 안나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앞서 말했드시 스페인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마셔보고 싶어서 입니다. 지난 와인들이 Penedes 와 Rioja 지방을 여행했다면 이번엔 Castilla y Leon 을 여행하는 거죠. Riscal 의 생산지는 Castilla y Leon 으로, 생산지 표시 딱지의 작은 지도에 빨갛게 표시된 것처럼 Rioja 보다 서쪽에 있는 지방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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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o de la Tierra


라벨에는 그냥 Riscal 이라고 씌어져있는데 여기저기 찾아보니 보통 상표 이름을 부를 때 숙어처럼 쓰는 말이 "Marques de"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와인도 "Marques de Riscal" 이라고 부르는 것 같더군요. 설탕 껍질에 "백설" 이라고 씌어있어도 "백설표" 라고 씌어있어도 "백설표" 이긴 마찬가지인 이치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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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와인들의 코르크들. 맨 앞에 RISCAL이..


맛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싫어하는 알콜향도 강했고 그다지 특색있는 맛도 아니고 그냥 무난하다 싶은 정도... 그런데 이와인에 대해서 검색해보면서 참 우습다 싶은 게 있는데 바로 와인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죠. 이와인에 대해 두 명의 블로거가 쓴 글을 봤는데 똑같은 말을 조금씩 바꿔 말하므로써 결국 두사람의 느낌이 거의 100% 일치하는 표현으로 블로그에 씌어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저는 와인을 공부하면서 마시는 사람들을 싫어하진 않지만 섞이고 싶지도 않습니다.  자기가 이 와인을 맛보고서 느껴야할 것에 대한 정답이 있는 듯한 부담감도 싫고, 뭔가 대단한 걸 하는 듯 좀 들떠있는 것 같은 태도도 싫고... 물론 단 맛을 단 맛이라 하고 쓴 맛을 쓴 맛이라 할 수밖에 없는 건 맛에도 정답이 있다는 걸 맞는 말로 듣게 해주지만, 맛을 표현함에 있어서 누구나 다 똑같이 milk 향이 난다는 둥 딸기 향이 난다는 둥 그 표현에 있어서 뜬 그룸 잡는 짓을 하면서 어떤 정답을 쫓아가려고 하는 게 싫다고나 할까요? 저한텐 그냥 이거 별로 맛없고 쓰고 쏘는 향을 갖은 와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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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에서 파는 스페인산 와인 3종


이로써 홈플러스에서 파는 와인 3종을 다 마셔봤습니다. 사실 한개가 더 있지만 그건 1만원도 안하는, Vino de la Tierra 보다 더 낮은 등급인 Vino de la mesa 등급으로 그냥 하우스 와인이어서 무시하렵니다. 그대신 다른 마트나 와인샵에 가서 이 3종의 와인들 말고도 또 뭐가 있는지, 앞으로 스페인에 가기 전 남은 한 달 동안 찾아서 마셔볼까 해요.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7.08.24 12:59

지난번엔 라벨이 후져보여서 선택하지 않은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를 집어왔습니다. 역시 LAN 과 마찬가지로 리오하 지방의 DOC 등급의 최상급 와인입니다. 그러면서도 값도 참 훌륭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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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ques de Caceres

Marques 는 marcar 의 2인칭 현재시재 접속법 변화형태로, 영어로는 mark 또는 score 정도의 의미인데 Marqeus de Caceres 가 스페인의 와이너리 이름인 걸 보면 mark 의 뜻인 것 같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옛날의 "백설표" 따위의 상표처럼 "까세레스표" 정도 되겠죠. 와인을 접하다보면 이렇게 'Marques de' 로 시작하는 이름을 왕왕 보는 것 같습니다.


호일을 벗겼지만 역시 지난번처럼 그림이 그려져있진 않군요. 코르크를 뽑아봤지만 역시 그냥 평범한 코르크여서 상대적인 실망감이 있었습니다. 이쁜 코르크가 갖고 싶은데 말이죠. LAN Crianza 와 놓고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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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팅을 위해 한 잔 따름


테이스팅을 위해 한 잔 따랐습니다. 그런데 맛은 LAN 보다 제 취향에 더 나은 듯. 일단 부케에 코를 찌르는 알콜향이 이전에 마셨던 스페인 와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었고, 목에 넘겼을 때 끝맛으로 살짝 남는 매콤함이 독특하게 느껴졌네요. 이렇게 살짝 매운맛이 나는 건 처음 경험해봅니다.

코르크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고 라벨도 후져보이지만 맛이 좋아서 왕왕 사마시게 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리오하 지방 와인의 생산지 표시 테그를 비교해보죠. 오른쪽에 OD 라고 씌어있는 것이 LAN Crianza 고, NX 라고 씌어있는 것이 Marques de Caceres 입니다.



Posted by Lyle
Every little thing2007.08.19 01:34

최근 스페인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와인을 테마로 한 여행을 여정에 넣어볼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명 와인 산지인 Rioja 지역과 바로셀로나 근방의 Penedes 의 와인 생산자들을 찾아가거나 투어에 참가하려고 알아봤죠. 그런데 그냥 찾아간다고 반가워할 것도 아니고, 게다가 투어에 참가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비싸서 생각을 접었습니다.

그대신 마드리드에서의 숙소를 --- 밤에 사다 마시기도 하고 귀국할 때 두어병 사올 생각으로 ---스페인의 와인 셀러 근방으로 선택했고, 출발 전에 한국에서 스페인 와인을 몇 개 마셔봐야 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며칠전에는 친구와 함께 삼성동의 Vin de Table 엘 갔었죠. 와인리스트를 보니 Rioja 지역 와인이 서너개 됐고, Penedes 것이 하나 있었는데 Penedes 산이 그중 가장 싸길래 주문했습니다. 그리해서 그날 마신 것은 Vina Heredad Crianza 2000, Segura Viudas. 처음 마셔본 스페인 와인이 됐는데 맛도 괜찮았습니다.

그리고서 집 앞 마트에 가서 혹시 스페인 와인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딱 두가지가 있었네요. Lan Crianza 2003 와 Marques de Caceres Crianza 2002 였는데, 둘 다 Rioja 산 와인이고 값도 거기서 거기었지만 마르께스 데 까레레스 끄리안자의 레이블이 워낙 후지게 생겨서 란 끄리안자를 사왔지요. 사실 한가지가 더 있었는데 그냥 하우스와인이었기 때문에 고려대상으로 삼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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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이었지만 요새 무척 덥기 때문에 온도를 좀 낮추기 위해서 냉장고에 잠깐 넣었다 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피겔라우 크리스탈 잔과 별로 안좋아하는 오프너, 그리고 마음만 쫌 놓이게 해주는 베큠 세이버(vacuum saver)를 모아놓고 찍어봤네요. 어떤 맛일지 기대되는 순간... 호일을 벗기고 코르크를 뽑으려는데 문제가!!


스크류로 찌르기 미안하게 코르크에 그림을 그려넣을 껀 뭐랍니까! 이거 때문에 찔러넣지 못하고 또 머뭇거리게 되더군요. 왠지 뽑아낸 후의 코르크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조심조심 코르크를 뽑아냈더니 역시 기대한만큼 이쁜 코르크가 나와줬습니다.


맛은......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상했다고 생각할만큼 알콜향이 강했고 한 잔을 다 마시기 싫을 정도로 쏘더군요. 다음날 환불받을 생각을 하면서 그냥 뒀는데 다음날 마트로 가기 전 다시 시음해보니 괜찮았어요. 가끔씩 늦은 밤에 입안이 텁텁해지면서 와인의 쏘는 맛이 강하게 느껴질 때가 있더군요. 그러나 여전히 알골향 짙은 부케는 거슬릴만큼은 아니지만 좀 있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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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는 프랑스산 달팽이...... 는 못구하고 영국산 골뱅이 되겠습니다. 왼쪽 위에 출몰한 괴수는 제가 키우는 고양이죠. 이녀석이 골뱅이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처음 알았어요. 안뺐길려고 사진 후딱 찍고 바로 다 먹어버렸습니다. 자, 이제 스페인 리오하 지방의 와인을 마시면서 다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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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와인등급

나라에서 DO 또는 DOC 로 등급으로 품질을 매긴다고 하네요. 생산와인의 절반 가량은 Vino de la Tierra 로 일반 등급이고 나머지 절반은 DO(Donominaciones de Origin) 등급을 준답니다. 1991년부터는 DO 등급보다 더 고급의 와인에 DOC(Donominaciones de Origen Calificade)라는 등급으로 원산지 표기를 하는데 리오하가 유일한 DOC 등급 생산지입니다.

원산지에 따른 등급 외에도 오크통 속에서 최소 1년 숙성한 후 병입해서 2년 이상 더 숙성시킨 와인에 Reserva 라는 표시를 하고, 오크통과 병입 숙성 기간이 2년이 되면 Crianza 등급을 표기합니다. 오크통에서 최소 2년 숙성시킨 후 병입한 후까지 포함해서 5년 이상 숙성시키면 특별히 Gran Reserva 표기를 한다네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