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기타를 잡아봤다.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 네 걸음만 걸어가서 옷장에서 하드케이스를 꺼내 열면 되는 건데, 마지막으로 그렇게 했던 게 언제인가 싶을만큼 까마득한 일이 되버렸네.
악기를 안고서 6번줄부터 1번줄까지 훑어내렸다. 디리링~ 해야할 소리가 드리룽~ 하고 들리더라. 조율한지 오래 되서 줄이 늘어난 소리. 순간 내 방은 어렸을 때 어머니랑 함께 놀러가곤 했던 외할머니 댁의 어두침침하고 서늘한 다락방으로 변해있었다. 할머니 방의 아랫목 병풍 뒤에 숨겨진 작은 문을 열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통해 들어갔던 그곳, 나에겐 신기하게만 보였던 갖은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던 다락방에 내가 다시 와있었다.
갈 때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재밌는 물건들이 가득한 곳에서 외삼촌이 쳤다던 통기타를 발견했다. 비닐케이스를 벗겨보니 줄이 한 두 개 끊어져있었다. 나름대로 폼을 잡고서 6번줄부터 1번줄까지 훑어내렸다. 그리고 또다시 드리룽~ 그 소리가 조율 안된 소리라는 것도 알 수 없었고 또 조율할 줄은 더더욱 몰랐던 어린 나로 돌아가, 할머니의 다락방에서 기타를 조율하고 기억을 더듬어가며 곡 하나를 떠듬떠듬 연주해봤다.
아마 외삼촌은 다락방에 버려진 그 기타를 다시 조율하지 않으셨을꺼다. 부모님이나 외할머니를 통해 들어온 외삼촌의 갑갑한 삶이 그걸 알게 해준다. 어쩌면 말이다, 오늘 내가 오랜만에 이렇게 기타를 잡지 않았더라면 내 누이의 아이가 (조카가 생기기 전에 시집부터 갔으면 좋겠다.) 훗날 조율 안된 내 악기를 만지면서 한 껏 폼잡을 날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지. 아마 외삼촌의 기타가 다락에 들어가기 전에 외삼촌은 오늘의 나처럼 연주할 수 있다는 걸 슬며시 잊어가다가 바쁘게 삶을 쫓아가셨던 거다.
다행이다, 다시 조율하게 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