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08. 1. 11. 10:36

아침마다 침대에서 일어날 때의 망설임은 몸보다 더 무겁지요.

첫번째 알람 소리에 눈떴을 때 비가 오는 줄 알았습니다. 밖에 지나가는 차들이 만들어내는 촬촬거리는 소리마저 그랬죠. 그소리를 들으며 침대에 찰싹 붙어 두번째 알람을 기다렸고요. 그건 아침마다 제가 저에게 허락한, 그 나른함을 즐길 수 있는 잠깐 동안의 기지개 같은 시간입니다.

몸을 씻고 나와 속옷이나 양말 따위를 넣어둔 바구니를 열었죠. 그 친구가 다시 찾아오면 돌려주려고 개놓았던, 언젠가 그가 벗어놓고 떠난 양말 한 켤레가 보입니다. 그걸 꺼내들고 멍해져서는 또다시 나른한 시간 속에 들어가버렸죠.

그는 이제 오지 않을껍니다.

창밖에서 들려온 경적음이 세번째 알람인 양 저를 깨웠습니다. 그의 양말을 양 발에 씌웠죠. 그렇게 속옷 한 장과 양말만 신은 채 창문 아래 벽에 몸을 바짝붙여 알몸을 숨기고서 머리만 빼꼼히 내밀어 창문을 열었습니다.

하얗게 눈이 쌓였군요.

눈은 비보다 차갑지만, 반대로 그보다 따뜻한 느낌입니다.

그럼 이느낌은 포근함일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허전한지...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