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08. 1. 7. 00:00
저에겐 손가락에 꼽는 친구지만 그에겐 저같은 친구가 많았나봅니다. 예식장에 찾아온 제가 모르는 그 많은 그의 친구들을 보면서 쓸쓸해짐을 느꼈네요. 제 친구를 안다는 것만으로 저 모두가 내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부럽기도 했죠. 하지만 그렇게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친구들 하나하나에게 성의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제 친구를 보면서, 단 한 명만 있어도 좋은 친구임을 다시 알게 됐습니다.

가끔 단둘이서도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다 서로의 집에서 신세를 질 때면, 아침이 되어 빨아놓은 양말로 갈아신고서 서로의 집에 전날 신던 양말을 벗어 남겨놓곤 했던 우리. 이제 그런 시간들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게 어찌나 서운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부에게 친구를 빼앗긴 것 같아 질투가 나는 건지 집에 돌아와서 신부가 이쁘더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머리도 크고 못생겼다고 대답해버렸죠.

그 못생긴 신부와 미리 친해뒀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하는, 결혼 전부터 생각했던 아쉬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네요.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