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 over Beethoven2008. 2. 18. 16:03
{이 영화는 책 판매 수단?} 영화 '잠수종과 나비'의 엔딩에는 줄리앙 슈나벨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던 반전이 하나 들어있다. 그것은 바로 이 영화는 책을 팔고자 만든 광고편이었다는 것. 다시 말하지만 물론 슈나벨 감독이 만들었을 때 영화는 참 순수했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엔딩 크래딧 위에 책광고 자막들이 삽입되기 전까지 말이다.

이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특성상 그리고 이런 영화를 거는 영화관의 특성상 관객들은 영화의 엔딩 곡이 끝나기 전에 자릴 뜨지 않고, 또 영화관도 끝날 때까지 극장 불을 켜지 않는다. 엔딩 크래딧의 자막은 대개 음악은 누가 했고 출연은 누가 했고 필름은 어디껄 썼다는 등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내용들이지만, 그 시간에 관객들은 영화가 남겨주는 여운을 엔딩음악과 함께 즐기려고 한다. 마치 어두운 극장에서 밖으로 나와 눈이 부실까봐 잠시 눈을 감았다가 게슴츠레 하게 뜨고 있는 시간이랄까. 그렇게 몰입하고 있다가 깨어나기 전의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일 때가 많다.

대관절 누구의 짓인지는 모르겠다. 씨도 먹히지 않을 상투적인 말들로 실존인물 장도미니크 보비의 영화에 나오지 않는 죽음과 그가 쓴 책의 의미와 판매고에 대한 자막들을 관객들로 하여금 읽게 만들 생각을 하다니. 앞서 말했듯 분명 극장의 불이 켜질 때까지 앉아있을 관객들의 특성을 알고서 한 짓 같다. 많은 기대를 하고서 본 영화를 자기 맘대로 정리해버린 그자 덕분에 영화의 재미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어쩌면 출판사와 관계된 마케팅 수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잠수종과 잠수복} 혹시 정말일까 싶어 책을 찾아봤다. 그런데 그렇진 않은 것 같더라. 하긴, 이런 영화로 얼마나 큰 상업적 효과를 보겠다고 그런 짓을 생각했을까, 더 노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도 있을 것을. 책을 찾을 땐 '잠수종과 나비' 가 아닌 '잠수복과 나비'를 찾아야 한다. 원제인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에서 'scaphandre'가 '잠수복'이긴 하지만 책과 영화의 영문 제목이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이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잠수종'을 쓴 듯. 게다가 영화 속에서 나오는 물건 또한 '잠수종' 의 원리로 만들어진 '잠수복' 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고, 영화에서 상징적 이지미로 반복해서 나오는 장면에 '잠수종'이 더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그 딱딱하고 답답한 금속의 이미지를 어감을 갖고 있어서 말이다.

{줄리앙 슈나벨 전시회} 공식적인 정보는 아니지만 줄리앙 슈나벨 감독의 전시회가 3월부터 갤러리현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영화감독이기 전에 미술가였던 그의 또다른 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10년 전 그가 연출한 '바스키아' 도 그랬지만 이번 영화는 음악도 참 좋았다. 그리고 해변에서 장도미니크 보비의 딸들이 노래를 하면서 역광의 태양을 가렸다가 드러내길 반복하는 장면이나, 일상적이지 않게 요염한 러브씬들, 기념품 가게에서 예수 홀로그램을 이용한 눈깜빡임(오, 얼마나 훌륭한 아이디어란 말인가!) 같은 흥미로운 장면들이 그의 다체로운 작품세계를 더 궁금하게 만든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