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05. 6. 21. 08:48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것과는 달랐다. 그건 차라리 TV에 불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갑짜기 시끄러운 쇼프로가 중간부터 틀어진 듯,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주변 상황들이 눈앞을 어지럽혔다. 내가 꺼졌던 후에도 멈추지 않았을 주변 상황들이, 피빛으로......

그건 내가 다시 부팅된 순간이었다.

어느새 밝은 조명 아래 누워있었다. 상처를 씻어내는 고통 때문에 눈을 질끈 감았음에도 눈이 부실만큼의 조명이 날 내리쬐고 있었다. 누워있던 곳이 스텐레스로 만들어진 실험대일 것만 같이 차가웠다. 난 물 밖으로 꺼내져서 어렵사리 아가미를 벌름 거리며 해부되길 기다리는 붕어 같았다.

사고의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충돌의 고통까지도. 그냥 누군가에 의해 재부팅되버린 것만 같다. 그리고 붕어처럼 누웠을 때 분명 이런 생각을 했었다.

"깨어나지 않았으면."

내가 다시 부팅되지 않았더라면 난 고통없이 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생각했봤었던 죽음이 바로 이 순간으로 이어졌더라면,
하는,

농담같은 아쉬움.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