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던 건 서쪽 끝에서부터 시작한 여행이 동쪽 끝으로 치닫을 무렵부터였다. 여정의 반을 소화할즈음에, 다시 거슬러오게 될 길을 더 깊히 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날 더 피곤하게 했다. 그럼에도 관타나모Guantanamo는 지도 위의 한 점으로만 보고있어도 나를 끌어들이는 느낌이 있었다. 도중에 발길을 돌릴 수 없는, 마치 그곳이 깃발 꼽힌 반환점이라도 되는 것처럼.
쾌쾌한 버스 냄새에서 잠시 벗어나 바람 한 점 없이 푹푹 찌는 땡볕을 휴식인냥 달게 받아내고 있던 나.
어느새 관타나모 가는 길 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