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가 덥기는 덥지만 습도가 많이 높진 않은지라 그냥 햇볕이 따갑다 싶을 정도고 후텁지근함은 없습니다. 그래서 덥기는 한국이 더 더운 것 같아요. 어쨌거나 뜨거운 햇볕 아래서 돌아다니다보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바로 맥주죠. 쿠바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한 번은 내가 맥주를 연료 삼아 걷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질만큼 무척 많이 사다 마셨습니다. 쿠바에서 맥주를 살 수 있는 곳들을 꽤 흔하게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쿠바에서 재밌는 건 맥주 가격이 레스토랑에서 마시나 가게에서 사거나 거기서 거기라는 거죠. 아무리 비싸게 받는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셔도 캔 하나에 1.5 CUC 를 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일반 가게에서 산다면 1CUC 하는 게 일반적이죠. 우리나라에서 마시는 맥주보다 조금 싼 정돈데, 가게나 레스토랑이나 가격 차이가 별로 안나다보니 그냥 아무데서나 찾아도 부담스럽지 않고, 기왕이면 편히 앉아서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하나 마시고 나오게 되기도 하더군요.
쿠바에서 살 수 있는 맥주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끄리스딸Cristal 과 부까네로Bucanero 입니다. 전자가 우리나라의 hite 정도라면 후자는 약간 쓴 맛이 더 강한 cass 정도 되겠습니다. 게다가 부까네로는 MAX 라고 알콜함유량이 6% 가 넘는 스트롱비어(Strong Beer)도 있지만, 제가 먹어봤을 땐 좀 아니다 싶더군요. 이 두가지 맥주는 쿠바 사람들에게 더위를 달래주는 일종의 로망 같은 거죠.
간혹 큰 마트에 가면 우리에게 낯이 익은 수입 맥주들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하이네켄 정도는 꽤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편이죠. 물론 가격은 조금 더 비쌉니다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마시는 것보단 쌉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드물면서 CUC 가 아닌 CUP 로 살 수 있는 맥주도 있네요. 바얌Bayam 과 띠에라Tierra 가 그것입니다. 마트 같이 공산품 파는 곳에서 팔고 있는 걸 보긴 했지만 거의 마주치기 힘듭니다. 대신에 CUP 를 받는 페소(peso) 까페에 있거나 핫도그나 햄버거 가게(Hamburgeria;암부르게리아)에서 팔기도 해요. 띠에라는 10 CUP 밖에 안합니다. 우리 돈으로 500원이 채 안하는 데 한 모금 마시고 그냥 버릴 뻔했어요. 호가든 같은 밀맥주 맛이 나는데 정말 맛이 없죠. 그에 비하면 바얌은 만나는 순간 반가워지면서 사게 되는 맛있는 맥주입니다. 그러나 가격은 20 CUP 가까이 하기 때문에 결국 1 CUC 짜리 Cristal 이나 부까네로와 큰 차이가 없네요.바얌 역시 밀맥주 맛이 나는데 꽤 맛있습니다.
(참고로 쿠바에는 CUP 와 CUC 두가지 화폐가 통용됩니다. 1CUC = 24CUP)
맨 오른쪽은 TuKola 는 쿠바 고유의 콜라입니다. 그리고 Ciego Montero 는 콜라부터 각종 주스와 사진 속의 맥주들까지 쿠바의 모든 공산품 음료를 생산하는 회사 이름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