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잭슨의 발견은 다락방에서 찾아낸 잡동사니 같은 거였습니다. 그 기억은 초등학교 5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아버지의 서재에 가면 오래된 잡동사니들이 많이 쌓여있어서 당신의 옛날 물건들을 뒤지며 놀곤 했었죠. 그러다가 오래된 카세트테이프(MC)들을 발견했을 땐 그 안에 뭐가 들어있나 재생해보기도 했는데 저의 더 어릴 적 목소리 같은 것들이 녹음되어있었어요. (요즘은 캠코더로 아이들을 녹화하지만 그시절엔 카세트로 아이들은 녹음했나보죠.) 그때 그 MC들 사이에서 마이클잭슨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녹색 라벨이 붙어있던 MC 는 해적판 짬뽕이었는데, 주로 엘범 <Thriller> 의 곡들 위주였죠. 그리고 얼마후 저는 제 인생 최초로 용돈으로 엘범을 사게 됩니다. 그게 바로 <BAD> 였어요. (이때 산 MC 는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팝송이라고는 누나가 듣던 Whitney Huston 이랑 초코렛 광고와 영웅본색으로 유명했던 장국영 말고는 몰랐던 제게 엄청난 충격이었죠. 마침 6학년이 되면서 아버지께서 일본에 다녀오시면서 AIWA 카세트 재생기를 사다주셨고 그때부터 아주 불나기 시작했죠.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초등학교 수학여행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 <BAD> 를 듣던 기억입니다. 돌아올 때 한밤중에 비가 왔는데 제가 젤 좋아하는 'Man in the mirror' 라는 곡이 틀어져나오던 창밖 도로 풍경이 아직도 보이는 것만 같아요. |
이젠 상당히 많아진 컬렉션들의 일부로 MC 가 아닌 LP 와 CD 로도 마이클 잭슨의 음반들을 가지고 있어서 몇 년에 한 번 들을까 말까에 자켓 사진이 눈에 스칠 일도 드뭅니다. 또 제가 그의 내한공연 때 애써 찾아갔던 것도 아니고 광적으로 그를 좋아해서 프로필을 외고 다니거나 자료를 수집하거나 한 적도 없었죠. 그렇지만 마이클 잭슨이 단지 컬렉션의 최초 시작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란 것, 그건 바로 어제 마이클 잭슨이 죽기 전에도 너무 진하게 알고 있던 사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