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little thing2009. 8. 9. 20:26
저는 근래 '공정여행(fair travel)'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공정여행'이라고 여행자들이 이름붙여놓은 여행 방식이 어떤 내용이며, 공정여행자들이 어떻게 여행을 다니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여행에서의 경험과 느꼈던 것들을 '공정여행'의 관점에서 재발견 또는 반성을 해보는 거죠.

그러던 중 8월7일 EBS 의 '리얼실험 프로젝트 X' 라는 프로그램에서 '착한 휴가 20일간의 공정 여행기' 을 방영한 걸 봤습니다. '리얼실험 프로젝트 X' 는 재밌는 실험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즐 보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룬 '공정여행'에 대한 프로그램은 실망스럽네요.

일반적인 해외여행에서 이국적인 걸 느껴보는 걸 중요시 여긴다거나 일본이나 서양의 문물들을 더 우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잘못인 것처럼, 여행자들이 타국에 사는 사람들을 '동정' 하는 것 역시 잘못인 것 같습니다. 공정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몇가지 수칙들을 동정이라는 목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출연자들이 현지인들을 상대하면서 경험하는 것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도 그렇고 나레이션 내용은 더욱 그렇습니다. 왜 그렇게들 '못 산다', '형편이 어렵다' 라고 하면서 뭔가를 도와야 함을 의무처럼 느끼게 하는 걸까요.


'공정여행'이란 것이 그 말을 만들어낸 사람들로부터 원래 '동정여행' 였던 거라면, 그건 소비적인 해외여행과 다를 게 없이 실망스러운 일이니 제게는 더이상 관심을 갖을 이유가 없습니다. 동정을 배풀면서 만족하는 형태의 자위며 위선이기 때문입니다. 위선적이라고까지 말하는 이유는 결국 여행이란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고 자신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건 '여행'이 아닌 '봉사'거나 '출장'이 되어야 겠죠. 그렇기 때문에 '공정여행 수칙' 또한 여행 속에서 자신이 만족하기 위해 현지인들에게 피해가 안되고 되도록 도움이 되도록 지켜야할 것들이라고 저는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리얼실험 프로젝트 X' 에서, 그리고 출연자 두 명의 여행자는 저와 해석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들은 봉사활동을 떠난 것 같네요.

이어지는 2부, 3부 내용도 지켜보긴 하겠습니다만 재미는 없을 것 같고, 보면서 점점 공정여행에 대한 흥미를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