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09. 12. 10. 01:18
올해 중반쯤 월요일 되면 그 다음 날이 금요일인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이제는 아침이 되면 곧 밤이 되는 기분이다. 시간이 모자라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아는척 하고 싶은 주제로 세미나도 해야하고, 그동안 머릿 속으로만 구상해놓고 시간 나면 만들어야지 했던 프로그램들도 짜고 싶다. 게다가 내년 과제를 준비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진도를 맞추기도 해야 하고, 기존에 하던 일들도 절대 놓을 수가 없다. 회사에서 이런 일들은 생각만 하고 있어도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붙어버리곤 한다.

일부 배신한(?) 사람들 때문에 한 번 미뤘던 연주회, 고맙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꼭 하고 싶어졌다. 책 번역도 시작 해야 하고,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던 잡지사 원고도 몇 일 후면 마감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할 꺼다. 내가 밥 관리를 잘 못한 덕에 멸치만으로 끼니를 때우는 고양이에게 사료도 사다줘야 하고, 주말 워크샵 때 와인을 종이컵에 마시는 짓을 하지 않고 보지 않으려면 동료들에게 나눠줄 프크닉용 와인잔도 미리 사두어야 한다. 

연말이 되고 날이 추워지니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방해만 할 게 뻔한 연애가 하고 싶어진다.

조금 전에 등을 켜고 아침이 됐는데 또 금새 불을 끌 시간이 됐다.
눈만 감았다 뜨면 다시 불을 켜게 될 텐데, 
도대체 하루는 어디에 있는 걸까.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