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10. 3. 30. 20:11
수년 전에 교통사고 때문에 병원에 실려와 수술대 위에 누웠다.

정신이 혼미했을 때라 자세한 기억이 아닌 이미지로만 남아있는데,

그래서 아마 사실과는 다를 꺼다.


그 수술대는 스테인레스 같았는데 중학교 해부시간에 물고기를 올려놓던 쟁반처럼 차가웠다.

난 그 위에 축 늘어져서는 벌어진 나를 꾀매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뻐끔거렸다.

내 머리 위로 지나가는 하얀 조명에 가려 알아볼 수 없는 도구들은 내 살에 닿아야 무엇인지 짐작이 됐다.


수술대 위에서 엄청 오랜 시간이 흘렀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리 길지 않았을 꺼다, 역시 아마도.

그렇게 길다고 느껴진 시간 동안에 나는 지금보다 더 고통스럽고 무서웠던 때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이빨에 묶은 실을 예고없이 잡아당길 엄마에 대한 의심과 경계를 늦추지 못하면서도 엄마에게 안기고 싶었을 때.

아이들과 씨름하다가 탈골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팔을 X-ray검사 때문에 억지로 이리 펴고 저리 벌리고 해야 했을 때.

그런 것들을 아무리 떠올려도 지금 이순간을 달래줄만큼 아프고 겁나는 경험이 내게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스테인레스 수술대 위에 누웠던 순간을 떠올리고 있다.

그 후로 지금보다도 더 괴로웠던 때는 있었다.

그래서 고통은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좋은 결과를 포기하더라도 이 고통을 짧게 끝내고 싶어지는 마음이 두렵다.


Posted by L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