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8월 20일 EBS SPACE 공감에서 벌어진 티어니 서튼 밴드의 공연 리뷰로, 월간 재즈피플 9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2010년 8월 20일 EBS SPACE 공감
티어니 서튼 Tierney Sutton(보컬),
크리스천 제이콥 Christian Jacob(피아노),
케빈 액스트 Kevin Axt(베이스),
레이 브린커 Ray Brinker(드럼)
“재즈는 자유로운 음악이고, 즉흥연주를 통해 이를 만끽하는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동의할 만한 것이, 스탠더드 곡들의 전통적인 명연들처럼 아직도 주제 뒤에 즉흥연주가 따르는 형식의 연주를 우리는 흔히 보고 듣기 때문이다. 그 경우 연주력과 곡 진행의 구성적 매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재해석의 전부라 할 수는 없다. 티어니 서튼 밴드의 공연은 전통적인 연주뿐 아니라 바로 재해석이라는 면에서 차별성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현시대의 재즈만을 놓고 보았을 때, 재즈가 자유로운 음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치밀하게 짜인 복잡한 구성물로서, 처음 들을 때는 단순하게 다가왔다가도 곱씹어 들었을 때 정체를 드러낼 때가 많다. 현대 재즈를 감상 음악으로 두드러지게 만드는 요소들은 지나가면 없어지고 말 즉흥성이란 말로 얼버무려지지 않을 뿐더러, 단순히 자유가 느껴진다고 말하기엔 그 치열함에 비해 성의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재즈가 변화하고 있는 순간 속에서 함께 살며 느끼기로, 현대 재즈는 작곡과 구성 그리고 해석이란 요소에 비중을 두고 들었을 때 더 큰 감동을 준다. 즉흥연주 또한 이런 요소들과 어우러져 연주됐을 때 효과가 크다.
티어니 서튼 밴드의 공연은 현대 재즈의 주된 감상요소 중 ‘재해석에 의한 독창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음반에서 듣던 것에 현장감을 더한 채 모든 곡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짜여있었고, 밴드는 자신들의 독창적인 재해석을 표현하는 데 열중하며 보란 듯이 무대 위에 서있었다. 스탠더드에 대한 이들의 재해석이 뛰어나다 할 수 있는 데에는 여러 부연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밴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장 17년을 함께 해온 밴드에 의한 편곡은 프로젝트 리더의 주도에 의한 해석보다 훨씬 아기자기한 결과를 나았고, 개개인의 연주력에 의존하지 않은 채 다른 밴드의 음악과 차별화시키고 있었다.
현대 재즈의 음악적 지향과 가치를 대중성에 놓고 보면 치밀함이나 독창성 같은 감상 요소들에 대한 언급이 쉽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티어니 서튼이 세 차례나 그래미 후보로 올랐을 뿐 막상 수상하지는 못한 까닭이 거기에 있잖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