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2011. 10. 31. 14:23
어느날에 문득 담배를 참기 시작하고서 5년이 지나도록 담배를 끊었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나중에 담배 연기가 싫어지고 그 냄새가 몸에 밴 사람이 불편해질 정도가 되어서도 나 스스로조차 담배를 끊었다는 자신이 서질 않았다. 언젠가 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가 났을 때 한 개피 담배가 그렇게나 간절했던 걸 꾹 참아낸 적이 있었는데, 그걸 간신히 참아낸 데 대한 안도와 함께 담배는 여전히 참아야 하는 존재일 뿐이란 생각은 더 분명해졌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엔 교통사고의 충격보다 컸지만 지나서는 유치하기 그지 없는, 누구나 뻔히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상투적인 이유로 나는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건 시간이 아니라 어쩌면 담배연기였는지도 모른다. 직접적인 상관관계야 없겠지. 하지만 나 스스로가 담배가 되어갈 수록 이걸 다시 물게 만든 그 순간이 너무나 하찮게 느껴졌으니까. 시간이 지날 수록 다시 헤어나올 수 있을까 걱정스럽게 만드는 건 담배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마는 그런 순간이 아니란 걸 알게 해줬으니까 말이다.

처음 그랬을 때처럼 이번에도 큰 결심 없이 문득 찾아온 어느날이 있었다. Beer Lao 를 핑계삼아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을 눌러앉힌 곳, 라오스의 국경에서였다. 각자 세 병째 비우던 중 한참동안 담배를 끊었던 친구는 내게 담배 한 개피를 달라고 했다. 내게 단 두 개피만 남아있는 걸 보고 그는 바로 사양했지만, 그 순간이 오래전에 문득 찾아왔었던 어느날과 같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됐다. 그렇게 하나씩 나눠 피운 후로 지금까지 난 잘 참고 있다. 이제 지나고 나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는 걸 알게 된 나는, 그렇게 훈련된 나는 조금 더 자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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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yle